김해공항 항공수요 증가세 지속 여파
새로운 대안 필요성에 지역별 각축전
가덕도 추진방안은 별다른 피해 없어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경남·부산·경북에서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김해 시민들은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척산·신어산 등 김해의 대표적 명산들을 잘라내야 할 뿐만 아니라 소음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 다시 불거진 신공항 논란
국토부는 한국교통연구원과 ADP(파리공항공단)에 용역을 맡겨 2013년 8월부터 1년 간 '영남지역 항공수요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지난 8월 25일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김해공항은 2015년부터 항공수요가 연평균 4.7%씩 증가하고 2030년에는 2천16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2023년부터는 김해공항 활주로가 혼잡해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해 연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5개 시·도(경남, 경북, 부산, 울산, 대구)가 합의하지 않으면 입지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입지 타당성 조사와 관련한 5개 시·도의 합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새로운 대안을 찾을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면서 '민자공항 추진방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대해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신공항은 국가사업인 만큼 중앙정부가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면서 "어느 한 지역에서 주장한다고 해서 거기 따라가선 안 되고, 자치단체 의견은 단지 참고할 문제"라며 서 시장의 발언을 반박했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신년사에서 "신공항 문제는 지난 8월 25일 국토교통부의 항공수요조사 연구용역 결과 항공수요에 대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옴에 따라 영남권 4개 광역자치단체와 함께 적극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해에 미치는 신공항 영향
부산시는 강서구 천가동 가덕도 앞을 메워 총면적 3.3㎢(약 100만 평) 규모의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할 계획이다. 활주로 길이는 3.5㎞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사업비는 약 5조 9천900억 원이 든다. 부산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지역은 인근에 주거지역이 없어 24시간 운항하는 국제공항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가덕도 신공항은 김해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밀양시는 하남읍 평야지역의 주변 산 일부를 깎아낸 뒤 약 17.5㎢ (530만 평) 규모의 공항을 건설할 계획이다. 각각 3.2~3.8㎞ 길이의 활주로를 계획하고 있다. 사업비는 약 6조 5천억 원이 든다. 밀양시는 '영남권 대구, 경북 등 5개 도시에서 1시간 내에 접근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밀양 신공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김해의 명산인 무척산과 신어산, 봉화산 등의 산봉우리 일부를 절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토부가 2011년 3월에 발표한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 자료집'에 따르면, 밀양 신공항을 건설하려면 생림면 무척산, 한림면 안곡리 뒷산, 상동면 우계리 석용산, 삼방동 신어산, 진영읍 봉화산 등 총 19개 산봉우리에서 310만 8천㎡를 잘라내야 한다. 흙 양으로 보면 무려 1억 1천290만㎥에 해당한다. 또 공사기간 중에는 산 절취 발파 등으로 인해 인근 마을 주민들이 진동과 분진, 소음 피해를 등 겪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밀양 신공항 입지인 하남읍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한림면 시산리와 불과 1㎞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생림면, 진영읍도 약 3㎞ 내외에 위치해 있다. 주민들이 항공기 소음에 노출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밀양 신공항 건설 이후에는 한림면, 생림면, 진영읍 등 최소 1천 여 가구, 2만 5천 명의 주민들이 항공기 소음 피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 지역에 위치한 9개 초·중·고등학교는 소음으로 인해 학습권을 침해당할 우려가 높다.

김해공항소음대책주민협의회 김기을 김해위원장은 "김해공항 때문에 이미 회현동, 부원동, 활천동, 불암동 지역의 1천400가구가 항공기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밀양 신공항이 세워지면 하남읍 인근의 한림면, 진영읍도 항공기 소음 피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김해지역의 명산을 잘라내 자연을 훼손해야 한다. 밀양에 신공항을 만들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공항은 10~20년이 아니라 100년 뒤를 보고 건설해야 한다.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진주나 대구지역 기업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김해 시민들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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