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부터 매주 토요일 급식
지금은 소문 퍼져 100명 이상 찾기도
"연중 무료급식소 설립하는 게 목표"

수은주가 영하에 가까웠던 지난 20일 토요일 오전 11시 30분. 법당과 연결된 무료급식소 입구에서부터 골목까지 길게 줄을 선 어르신들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발을 동동거리며 자신의 차례가 어서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족히 100명은 넘는 어르신들이 차례차례 빨려들어가는 곳에선 하얀 김이 구름처럼 빠져나와 골목어귀까지 구수한 밥 냄새를 진동시켰다.
 
"고맙다며 합장한 손으로 절을 90도로 하는 어르신들을 볼 때면 측은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 들고는 합니다. 겨우 밥 한끼 가지고 저렇게까지 감사함을 표시하는구나 싶어서요. 절 살림이 어려워도 무료급식을 그만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다잡는 건 그 때문입니다."
 

▲ 우리절 신도들이 무료급식소 '행복의 집'에서 어르신들에게 나눠줄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김해중부경찰서 뒤편 가락로 7번길 서쪽 끝자락 부근에 자리잡은 대한불교 조계종 법주사 김해포교당 우리절(주지 금산 스님)에서는 매주 토요일 낮이면 끼니를 거르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점심공양이 제공된다. 벌써 4년째이다.
 
2009년 김해로 와 우리절을 세운 금산 스님이 주말 무료급식소 '행복의 집'을 운영하게 된 건 불제자로서 중생을 사랑하는 측은지심에서 기인했지만, 그보다는 세심한 관찰력이 더 큰 동기가 됐다.
 
"경찰서 뒤편 김해시노인복지회관에서 무료급식을 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하더라고요. 가만히 보니 토요일이나 일요일엔 노인분들이 거의 굶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토요일이라도 무료급식소를 운영해보자 싶어 시작하게 됐습니다."

우리절이 운영하는 '행복의 집'은 2010년 12월 4일 처음 밥솥에 불을 지폈다. 여느 절처럼 번듯한 사찰 건물은 아니지만, 마당 한켠에 천막으로 가건물을 만들어 식탁과 의자 45개를 놓고 홀로어르신이나 노숙자 등 식사를 거르는 어르신들에게 무료급식을 시작했다.
 
김치 등 기본 밑반찬을 준비하는 데에만 1년이 걸렸고, 조리기구 등을 구입하고 급식소를 만드는 데에는 3개월이 걸렸다. 그렇게 처음 무료급식소 문을 연 날 50명 정도가 찾았고, 소문이 나자 금세 100명 정도로 불어났다. 요즘엔 많을 때는 140여 명이 식사를 하고 가기도 한다.
 
"봉황동은 예전에는 김해의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구도심으로 낙후돼 어려운 분들이 많은 곳이죠. 무료급식소에서 제공하는 점심이 하루에 드실 수 있는 식사의 전부인 어르신들이 상당히 많아요."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데에는 신도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3개 팀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신도들은 십시일반 비용을 모으고 밑반찬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참여 인원만 40여 명이다. 정부나 지방치단체에서 지원하는 무료급식소가 아니다 보니 한끼 마련하는 데 드는 4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오롯이 절 살림과 신도들의 자발적 참여로 충당하고 있다.
 
식사를 준비하는 토요일이면 오전 9시부터 바빠지기 시작한다. 11시 30분부터 배식을 시작해 설거지까지 끝내고 나면 오후 2시가 훌쩍 넘는다. 5시간 정도가 걸리는 봉사활동이다. 모든 정리가 다 끝나고 나면 스님과 신도 봉사자들이 합장으로 인사하며 서로의 노고를 칭찬한다.
 
"아이들과 함께 와서 급식봉사를 하는 신도들도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뭉클해지죠. 그 아이들이 배우는 세상의 참된 가치를 생각하면 보람도 큽니다."
 
때론 속상한 경우도 더러 있다. 정성스럽게 마련한 식사이지만 밥투정을 하는 어르신들이 간혹 있기 때문이다. 신도 봉사자들이나 스님이 무얼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반찬 맛이 없다는 투로 말을 하거나 당연한 자기권리처럼 여길 때는 야속하기도 하다.
 
"그럴 때면 세상 살기 힘들어 그런 것일테고, 마음을 풀어놓을 곳이 여기밖에 없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 나름 이해가 됩니다. 그저 한끼 배부르고 따뜻하게 드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금산 스님과 신도 봉사자들에겐 더 큰 꿈이 있다. 1주일에 한 번 제공하는 무료급식을 상설화하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저소득층과 소외계층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각종 지원사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복지가 약간의 금전적 지원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이유이지요.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과 참여를 바탕으로 한 연중 무료급식소를 김해에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많은 참여와 후원을 바랍니다."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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