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뉴스>는 초·중·고등학교 방학을 맞을 때마다 교육면에 '김해의 작은 도서관' 시리즈를 게재했습니다. 지난 여름방학 때까지 모두 19곳을 소개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작은 도서관 기사를 매주 싣습니다. 작은 도서관들의 역량이 날로 커지고 다루는 프로그램도 점점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외동 덕산베스트타운 내 2008년 개관
인근 임호초 필독도서 서가 따로 설치
목표 150권 다 읽으면 책 한 권 선물로

그림그리기·글쓰기·친구 사귀는 곳
이사 못가는 '맹자 어머니들'도 수두룩

"도서관이 책만 읽는 곳인가요? 사람이 모이고, 대화도 하고. 우리 아파트의 문화사랑방이죠!"
 
외동 덕산베스트타운아파트에 위치한 덕산작은도서관은 2008년 7월에 개관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마침 운영위원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운영위원들이 속속 모여드는데, 입주자대표회의 대표와 총무도 회의에 참여했다. 작은도서관 취재가 20번째이지만, 입주자대표회가 도서관 운영위원회에 참가하는 건 처음 보았다. 본회의에 앞서 올해에 입주자대표회가 도서관을 어떻게 도와야하는 지에 대한 내용을 먼저 점검했다.

김보홍 대표는 운영위원들에게 "아파트입주민들이 잘 화합할 수 있도록 도서관이 좋은 활동을 해달라"며 "입주자대표회와 도서관이 힘을 모아 함께 해나갈 수 있는 일을 찾자"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우리 아파트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성장하고 있다. 입주민들의 복지향상에 도움이 되는 도서관 운영에 입주자대표회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임호초등학교 학생들이 이 도서관에 견학을 오기도 한다"며 "'책읽는도시 김해'를 만들어가는 데는 작은도서관들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 "빌 게이츠처럼 도서관이 키운 아이들을 만들어 보고 싶어 문을 연 도서관입니다." 덕산작은도서관을 꾸려가는 운영위원들.
운영위원들은 2014년의 프로그램 진행과 성과를 짚어보았다. 그리고 신학기부터 진행할 프로그램을 꼼꼼하게 살펴보며 의논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진지한지 말 한 마디 걸기가 조심스러웠다. 회의가 끝나길 기다리며 도서관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벽면에 '책나무'가 그려져 있다. 나무에는 아이들의 이름이 붙은 나뭇잎들이 붙어 있다. 도서관에서 추천하는 책을 읽을 때마다 나뭇잎에는 작은 스티커가 하나씩 늘어난다. 기간에 관계없이 목표인 150권을 다 읽고 나면 책 한 권을 선물로 준다. 현재 150권을 모두 읽은 아이들은 6명이다. 박종석·종하·미주 형제와 주은영, 이유민, 박민석 어린이가 150권을 다 읽었다. 또 한쪽에는 '기부천사나무'가 있다. 도서관에 기부를 한 사람들과 어린이들의 사진이 나뭇가지마다 붙어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나무이다.

'임호초등학교 필독도서' 서가도 따로 설치돼 있다. 아파트 옆에 있는 임호초등학교가 필독도서를 선정하면 덕산작은도서관도 수서에 반영한다. 도서관에 가장 많이 오는 어린이 이용자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도서관 안에는 9천650여 권의 책들이 잘 분류돼 있다.

아파트 관리동에 위치한 이 도서관은 아이들이 집과 학교를 오가는 사이에 많이 들르는 곳이다. 2014년 1월부터 근무한 송지연 사서는 "아이들에게는 이 도서관이 중간거점 같은 곳이다. 그러다보니 어머니들로부터 '우리 아이 도서관에 가 있죠?'라고 묻는 전화가 매일 대여섯 통은 걸려온다.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아이들이 책을 읽다가 '선생님. 전화 좀 빌려주세요. 엄마한테 전화하게요'라고 말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도서관에서 가장 가까이 아이들을 만나는 사람이다.

▲ 벽에 그려진 기부천사나무(왼쪽)와 임호초등학교 필독도서 서가.
김여주 운영위원은 "큰아이 영철이, 작은 아이 상철이가 이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며 자랐다"고 말했다. 그는 "도서관이 책만 보는 곳은 아니다. 아이들은 여기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친구들도 만났다. 그 동안 이사를 갈 생각도 여러 번 했었지만, 그 때마다 학교도 가깝고 도서관이 바로 앞이라 이사를 못갔다"며 웃었다. '도서관 옆 아파트'를 고수하는 현대판 '맹자 어머니'인 셈이다.

이선희 전 관장은 개관 당시부터 2014년 12월 31일까지 7년간 관장 직을 수행했다. 지금은 박수정 부관장이 신임관장을 맡았다.

(사)김해여성의전화 대표도 맡고 있는 이선희 전 관장은 "빌 게이츠처럼 도서관이 키우는 아이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처음 도서관을 만들 때는 힘들었지만, 개관 뒤에 아이들이 몰려드는 것을 보며 기뻤다"며 "주변의 인맥을 총 동원해 도서관을 정착시키고 활성화하는 데 노력했다. 문화강좌며, 좋은 수업을 해줄 강사들도 많이 섭외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나 도서관 일에 매달렸던지 하루는 남편이 '당신만 도서관에 데려다놓을 테니, 도서관에 가서 살아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사실 가장 많이 옆에서 묵묵히 도와준 사람이 남편이다. 개관 5주년 행사 때는 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와서 아이들에게 딱지를 접어주곤 했다"며 지난 일을 들려주었다. 그는 또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도서관에 왔던 아이가 이제 아장아장 걸어다니고, 처음 도서관에 엄마 손을 잡고 왔던 아이가 어느새 훌쩍 자라 의젓하게 앉아 책을 읽는 걸 보면 흐뭇하다. 그러나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면 도서관과 멀어진다. 책읽기는 평생 해야 하는 것인데, 그럴 때는 좀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수정 관장의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자랐고, 이제는 도서관에서 봉사활동도 한다. 박 관장은 "관장으로서 활동하는 건 힘든 일이지만 열심히 하겠다"며 "도서관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도록 하겠다. 책도 읽고 대화도 하고…. 큰 도서관은 아니지만, 작은도서관은 작은도서관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문화사랑방 역할을 충실히 해내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덕산작은도서관/외동 1260-1 덕산베스트타운 관리동 2층. 070-7760-0775.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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