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렁각시봉사단의 하재숙 씨가 홀몸어르신들에게 지원할 반찬을 만들고 있다.
15년 전 동광육아원 음식지원 시작
지난해 지인 등 모아 봉사단 창단
마라톤으로 쌓은 체력이 활동 밑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게 꿈입니다. 길을 가다보면 그럴 만한 장소를 눈여겨 찾아보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언젠가는 그 꿈이 이루어질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불암동 장어마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하재숙(61·여) 씨. 창녕 출신인 그가 김해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이다. 그는 부산에서 음식 장사를 하다가 불암동으로 옮겨와 장어음식점을 시작했다.
 
봉사활동은 15년 전 우연한 만남으로부터 시작됐다. "부산에서 식당을 할 때 자주 오던 단골이 있었어요. 김해로 온 뒤 우연히 만났죠. 동광육아원 출신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곳 아이들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1년에 대여섯번씩 식당에서 장어를 구워주고 있습니다. 벌써 15년째네요."
 
동광육아원 음식 봉사활동은 설·추석·봄·여름과 두 번의 방학까지 1년에 6번씩 펼쳐지고 있다. 장어라는 음식을 먹어보지 않았던 아이들이라서 처음에는 김밥 등을 만들어줬지만, 장어구이 맛을 보고 난 뒤에는 잘 먹어줘서 요즘은 다른 것을 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하 씨는 10년 전부터는 밑반찬 봉사활동도 해오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65세 이상인 홀몸 어르신들에게 돌아갈 밑반찬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씩 국 한 가지와 반찬 네 가지를 100명 분량으로 준비해두면 김해생명의전화(소장 하선주)에서 가져가 배분한다.
 
김해생명의전화 관계자는 "매달 넷째주 수요일에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한다. 음식만 봐도 정성이 느껴질 정도이다. 사랑이 없으면 그렇게 못한다. 늘 변함없는 모습과 정성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의용소방대 소속이기도 한 하 씨의 봉사활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매월 둘째주 월요일에는 동부노인종합복지관에서 요리와 설거지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또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 자원봉사회(우일복 회장) 급식소에서 매월 둘째주 금요일 식사준비 봉사활동도 8년째 하고 있다. 2007년 한별라이온스클럽에 가입하면서부터 시작한 일이다.
 
하 씨는 지난해 6월에는 아예 지인과 가족들로 구성된 자체 봉사단도 꾸렸다. 10여 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의 이름은 '우렁각시'이다. 말없이 봉사활동에만 전념하자는 의미라고 한다.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 급식소에서 매월 둘째주 화요일 식사준비와 급식보조 활동을 하고 있다.
 
하 씨는 자신의 이런 왕성한 봉사활동에 대해 친정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동네 사람들에게, 특히 나이 든 어르신들에게 많이 잘하고 막 퍼주셨어요. 동네잔치 같은 것을 하면 그 많은 음식을 혼자 도맡아 마련하시곤 했지요. 물론 돈 한 푼 받지 않고 했으니 가정 살림엔 큰 부담이었겠지만."
 
그런 어머니를 쏙 빼닮은 하 씨는 자신이 좋아서 하는 게 진정한 봉사활동이라고 말했다. "딸 둘에 아들 하나가 있어요. 결혼한 딸들도 어느날부터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더군요. 부모는 자식의 거울 같은 존재잖아요. 제가 좋아서 하고,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시는 게 좋아서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아이들에게도 그게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외할머니와 엄마의 유전자를 그대로 이어받은 셈이지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왕성한 봉사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데에는 다 밑천이 있다. 바로 체력이다. 하 씨는 20년 경력의 마라토너다. 남동생의 권유로 시작한 마라톤에 푹 빠진 그는 풀코스만 20번 정도 뛴 건각이다. 지난달에도 양산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해 10㎞를 가볍게 뛰고 왔다. "지금도 아픈 곳 없이 건강한 편입니다. 마라톤 덕분이지요. 그래도 나이가 있으니 무릎과 발목 등 관절을 생각해서 바다수영과 자전거 쪽으로 취미를 옮기고 있어요."
 
하 씨는 지금 운영하고 있는 장어 음식점을 앞으로 10년 정도 더 꾸려나갈 생각이다. 그동안 틈틈이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 무료급식소를 조금씩 추진해나갈 생각도 하고 있다.
 
"7~8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어르신들을 위해 더욱 봉사활동에 매진하려고요. 중단은 없습니다.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힘 닿는 데까지는 해야죠."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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