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 담긴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다.
 
김해 클레이아크미술관은 지난달 12일부터 '2010 레지던시 평가전 <A.I.R>'을 통해 미술관과 작가들의 '성장사'를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A.I.R>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Art In Residency)'의 약자로, 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와 도자작업에 꼭 필요한 공기(Air)를 동시에 의미한다.
 
이번 평가전에는 총 5개국 11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1년 동안 세라믹창작센터에 거주하며 건축·도예·회화·사진·조각 등으로 다양한 각자의 장르를 도자와 접목하거나 심화시키는 작업을 해 왔다. 그 과정에서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세계를 성장시켰고, 미술관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관객들과 작가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곳으로 성장했다.
 
작품은 전시관 중앙홀에 들어서자마자 만날 수 있다. 건축재로써 도자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계발하는 <건축도자 프로젝트>에 참여한 세라믹창작센터 테크니컬디렉터 송준규의 <야외벤치>가 그것이다. 주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건축외장재로 쓰이는 루버(Louver)를 잘라 조그만 의자 여러 개를 만들고 색을 입혔다. 관객들이 언제나 쉬어갈 수 있게 한 '공공가구'이다. 전시가 끝난 후에는 미술관 야외 곳곳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제1전시관으로 들어서면 더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다. 우선 박경숙의 <심상풍경> 시리즈는 '다리'를 모티브로 꾸준히 작업해 온 그의 작품이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간결해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예가 주 장르인 최윤정은 촘촘한 철망에 흙을 밀어넣어 <날개가 되고 싶은 깃털>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각각의 부분마다 다른 방법으로 구워냄으로써 가볍고 포근한 깃털의 이미지를 구현했다.
 
조윤득의 <나를 찾아서>는 커다란 도자를 만들어 내부 바닥까지 차례로 흙을 덧대는 어려운 작업 끝에 탄생했다. 마치 소용돌이처럼 보이는데, 바닥까지 내려가면 작가 자신이 보인다는 의미다. 도자 표면은 제주도 출신인 작가의 추억을 살려 현무암처럼 표현했다.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는 가볍고 재미있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가 담배를 좋아해 만들었다는 작품 <담배>는 둥글고 긴 도자에 화려한 벽지를 입혀 눈길을 끈다. <크리넥스 커버>와 <화장지 커버> 등을 포함한 이들의 작품은 '꼭 어려워야만 예술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 하다.
 
이밖에도 켄 타카하시는 삶과 죽음을 자신의 감각대로 표현한 <피규레이션(figuration)>을, 김주리는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지역을 실물 그대로 재현한 <휘경> 시리즈를 선보였다. 또한 제렌 셀만팍올루는 흙과 벽돌로 새로운 형태의 <남근상>을 제작했다. 마지막으로 알렉시스 그레그와 테너 콜맨이 수로왕 설화를 모티브로 만든 <기다림> 시리즈는 연수관 앞에서 볼 수 있다.
 
전시관에는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세라믹창작센터를 떠날 때까지 작가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재생되고 있어 전시에 대한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미술관 관계자는 "<A.I.R>전의 경우, 작품 하나하나의 의미보다 입주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며 "관객들이 작가들의 성장과정을 염두에 두고 감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며, 다음 입주작가는 내년 1월께 선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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