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36곳 중 가장 늦은 2012년 초 개관
어린이 위해 예쁘고 편리한 공간 만들어
입주자대표회도 장서 마련 꾸준히 도와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사랑방 역할 톡톡

"인근 신축 아파트로 이사 간 어머니들이 그 아파트에 작은도서관이 없는 걸 알고 뒤늦게 후회하기도 했답니다. 율하e편한작은도서관은 어린이들은 물론 입주민, 지역주민 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율하e편한작은도서관은 장유3동 율하e편한세상아파트 1차단지 피트니스센터 안에 있다. 김해의 작은도서관 36곳 중 가장 늦게 개관했다. 개관일은 2012년 2월 17일. 개관 3주년 기념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2009년 봄 입주가 시작된 이후 젊은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한 입주민들이 어린이들과 주민들을 위해 작은도서관이 필요하다는 데 마음을 모았다. 입주자대표회(대표 이병용)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줘 도서관을 개관하게 됐다.

▲ "어린이들은 꿈을 키워가고, 어른들은 생활 속에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율하e편한작은도서관입니다." 김명화 관장(왼쪽)과 오경화 사서가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있다.
개관 후에도 입주자대표회는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봄, 가을에 각 200만 원 상당의 책을 꾸준히 도와줘 도서관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에서 회의가 열릴 때면 작은도서관 관장도 직접 참석한다. 상호협조로 도서관 운영을 더 활성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율하e편한작은도서관은 김해의 작은도서관 중에서 가장 늦게 개관한 덕분에 다른 작은도서관들의 장점, 경험 들을 모두 배워 적용할 수 있었다. 도서관의 실내장식은 처음부터 주요 이용자인 어린이들을 위해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서가와 소파에는 라임, 오렌지, 연두, 분홍, 연파랑 등의 색조를 이용했다. 이 색조들은 도서관을 은은하면서도 마음이 편해지는 분위기로 만든다.

영어 알파벳으로 만든 푹신한 1인용 스툴소파는 앙증맞다. 도서관에 오는 어린이들이 서로 좋아하는 알파벳 스툴소파에 앉으려고 은근히 경쟁을 벌이기도 한단다. 햇볕이 따스하게 들어오는 창가에는 긴 책상이 있다. 책상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앉게 되는 긴 소파는 도서관 바닥에 앉는 아이들에게는 등받이가 된다. 어린이들이 저마다 편한 자세로 책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도서관 안쪽에는 또 하나의 방이 있다. 두 개의 입구 위에는 쌍어문양을 간략하게 만든 듯한 장식이 있다. 들어서면 바닥을 파서 만든 두 개의 네모난 오목공간이 있다. 거기에는 널찍한 책상을 각각 설치했다. 어린이들이 바닥에 앉아 책상 밑으로 발을 넣을 수 있다. 친한 친구들끼리 좋아하는 책을 몇 권 골라들고 옹기종기 모여 책을 읽기에 좋아 보였다. 독서토론을 할 때 모둠방으로 쓰기에도 편리해보였다.

▲ 율하e편한작은도서관은 어린이들이 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실내를 꾸몄다.
도서관 입구의 대출데스크에서는 김명화 관장과 오경화 사서가 머리를 맞대고 도서관 프로그램을 의논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2대 관장과 2대 사서다. 김 관장은 입주자대표회로부터 작은도서관 관장과 율하e편한센터의 센터장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아 지난해 9월부터 활동 중이다.
 
율하e편한센터에서는 에어로빅 등 입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김 관장은 "율하e편한센터는 아파트 주민이 아니더라도 김해시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센터와 도서관을 함께 맡고 있기에 운영 면에서는 파급 효과가 있다"며 "엄마가 에어로빅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엄마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센터를 이용하러 왔다가 작은도서관을 알게 되기도 하고, 작은도서관에 왔다가 센터를 알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김 관장의 딸 이초은(7) 양은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보고 한글공부도 하면서 논다. 아들 이현민(수남초3) 군도 틈만 나면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곤 한다. 김 관장은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를 위한 책을 위주로 읽다보니 정작 제가 보고 싶은 책을 읽지 못했다. 도서관장으로 일하면서 책에 대한 흥미가 다시 생겼다"며 웃었다.

김 관장은 "최근 인근의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간 사람들로부터 '이사 간 곳에 작은도서관이 없더라. 아파트에 작은도서관이 다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작은도서관이 가까이 있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미처 몰랐다. 이사한 것이 후회된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도서관이라는 이름 때문에 역할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작은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이다. 김해시의 도서관 상호대차협력시스템인 '책두레'가 있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오경화 사서는 결혼 전에 대구의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근무했다. 결혼하면서 김해로 와서 다시 도서관에서 근무하게 됐다. 전공자인 만큼 책두레가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오 사서는 "도서관에 오는 이용자들에게 책두레를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한번 이용해 본 사람들은 편리함을 잘 안다. 장유도서관이나 기적의도서관에서 대출한 책들을 우리 도서관에서 반납하거나 타관대출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율하e편한작은도서관에서는 어머니, 어린이 들이 '책두레'를 이용할 때 어떤 책을 빌리는지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장서 구입에도 반영한다.
 
어린이들은 꼭 책만 읽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작은도서관을 자기 집처럼 편안하게 이용하고 있다. 공부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어머니도 기다리는 것이다. 인터뷰를 하는 사이에도 한 어린이가 "선생님 가방 잠시만 맡아주세요"라며 가방을 두고 나갔다. 다른 어린이는 "엄마랑 만나기로 했는데 아직 안 오셨네요"라며 책을 뽑아 읽었다.
 
차민경(수남초6) 양은 "일주일에 3~4번은 온다. 기적의도서관에 갈 때는 자전거를 타고 간다. 작은도서관은 편리해서 더 자주 온다"고 말했다. 동생 차고은(수남초1) 양도 언니와 함께 왔다. 김혜인(수남초4) 양은 "1주일에 2~3번은 도서관에 온다.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왔다"며 <한자 골든벨>을 골라 읽었다.
 
김 관장과 오 사서는 "입주민들의 삶과 문화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도서관에 오는 어린이들이 이곳에서 꿈을 키워가고, 어른들은 생활 속 가까이에서 문화를 느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055-905-1154.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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