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빨간색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했던 기억이 떠올라 수로왕릉으로 가보았다.
황금 알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금관가야의 시조 김수로왕의 무덤은 추운 겨울이 왔음에도 조용하면서도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책 속에서 보았던 웅장한 모습을 떠올리며 너무 기대했던 탓일까. 왕릉의 모습은 생각보다 단촐했다. 오히려 신위를 모시는 주변의 전사청, 제기고 등의 건물들이 왕릉의 위엄을 살리는 듯했다.
구지봉 정상에 올라보았다. 텅 빈 공터에 구지봉석이라 적힌 고인돌 하나가 달랑 있었다. 조금 실망이었지만 구지봉에 얽힌 설화를 알고 다시 주변을 둘러보니 새삼 느낌이 새로워졌다.
임금을 맞이하기 위해 불렀다는 '구지가'가 구지봉에서 시작해 낮게 펼쳐진 김해 시내로 울려퍼지는 듯한 상상이 떠올라 웃음이 지어졌다.
직접 눈으로 보며 느낀 김해는 책으로만 알고 있었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일상에서 잠깐의 벗어남을 통해 "이론으로 배울 수 없는 것을 경험으로 배울 수 있다"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부산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늘 이렇게 말한다. 가야문화의 발상지이며 신라의 불교문화가 꽃핀 김해. 도시의 답답함이 다가올 때 여유와 잔잔함이 묻어나는 김해로의 여행은 어떨까.
김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