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된 듯 3000명 가까운 참석자들 앞
홍 "김 시장, 정치적 음모로 어려움에
검사 해봐서 아는데 2·3심에서는 …"
대권가도 김태호 견제 위한 포석 시각
사전 밀약설·정치적 음모 등 분석 분분

'홍 반장, 왜 저래?'

김맹곤 김해시장이 공직선거법을 어긴 죄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다음날인 지난 16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공개적으로 뜻밖의 발언을 했다. 그는 장유복합문화센터 기공식에서 축사를 하던 중 "김 시장이 정치적 음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가)검사를 해봐서 아는데 2, 3심은 명확한 증거에 의해 엄격하게 법리 적용을 한다. 억울함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 지사의 이날 발언은 표면 상 다른 당 소속인 김 시장을 적극적으로 두둔한 것인데다, 법원 등의 판단을 무시한 것이어서 여러 가지 해석을 낳았고,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우선 '정치적 음모'라는 표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새누리당이 김 시장을 음해 한다'는 말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기공식에 참석한 일부 주민들은 "새누리당 도지사가 새누리당을 공격한다"며 웃기도 했다.

다른 해석도 있다. '홍 지사가 새누리당 김태호 국회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한 발언'이란 얘기다. 김해시의회의 한 의원은 "몇 년 전만 해도 대권 가도에서 홍 지사가 김 의원에게 앞서 있었다. 지금은 그렇게 보기 힘들다. 홍 지사로서는 김 의원을 견제할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해에서 야당 시장에 대한 정치적 음모론이 나올 경우, 그 부담은 김 의원이 질 수밖에 없다. 홍 지사는 정치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 지사가 지난해 6·4지방선거 과정에서 관계가 틀어진 김정권 전 김해시장 후보를 욕보이기 위해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홍 지사는 김 전 후보가 자신을 정치적으로 배신한 데 대해 여전히 언짢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김해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김 시장이 낙마할 경우 김 전 후보는 새누리당의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성정이 불같은 홍 지사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16일 장유복합문화센터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 지사의 발언이 지난해 10월 무렵 김해와 창원 등지에서 나돌았던 김 시장의 '새정치 탈당-새누리 입당'설과 연관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당시 '김 시장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무마할 목적으로 추석을 전후해 새누리당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몇 차례 만났고, 도정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는 말이 무성했다. 요컨대 김 시장이 홍 지사의 권유에 따라 새누리당으로 소속을 바꿀 경우 홍 지사로서는 크게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경남도의원은 "이날 기공식은 참석자 수가 2천~3천 명이나 됐다. 김해시에서 장유와 상관없는 동에도 인원을 할당해 참석자들을 동원했다고 한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동원된 상황에서 도지사가 김 시장 옹호 발언을 한 게 단순한 덕담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홍 지사의 발언을 평가절하 하는 말들도 있다. 다른 경남도의원은 "홍 지사에 앞서 김 시장이 인사말을 하면서 홍 지사를 치켜세웠다. 이에 고무된 홍 지사가 김 시장을 격려하려다 '오버'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 지사의 이날 발언은 사전에 준비된 것이었다는 말이 경남도청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정반대의 해석도 있다. 홍 지사가 교묘한 수사로 김 시장을 불리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김해지역의 한 정치인은 "홍 지사는 당 대표를 지낸 중진 정치인이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어떤 해석을 낳을지를 잘 아는 사람이다. 이번 발언도 충분히 계산된 것일 것"이라면서 "홍 지사는 이날 '정치적 음모' 운운한 데 이어 1심 재판부가 증거가 부족한데도 유죄판결을 내렸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새누리당과 검찰·경찰 그리고 법원이 모두 정치적 음모에 가담한 셈이 된다. 새누리당과 검찰·경찰, 법원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 때문에 홍 지사의 발언은 김 시장을 곤혹스럽게 만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 지사는 이날 "김 시장과 함께 빠른 시일 내에 김해를 성장하는 도시로 만들겠다. 김해는 창원처럼 광역시가 되려는 헛된 꿈은 꾸지 말았으면 한다"고 강조, 최근 광역시 승격 추진 의사를 밝힌 같은 당 소속 안상수 창원시장을 비꼬기도 했다.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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