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모 기자 "3~4차례 걸쳐 받았다" 진정
다른 이 모 기자도 스스로 "돈 받았다"
김 시장은 "준 적 없다" 공소사실 부인
이 모 기자 돌연 1차 공판 진술내용 번복
돈 받은 현장 녹취록 공개하며 공방가열
위증·증거변조 의혹 등장 징역형 구형

김맹곤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지난해 8월 모 언론사 기자 김 모 씨가 경남지방경찰청에 진정서를 접수시키면서 시작됐다. 김 씨는 진정서에서 지난해 6·4지방선거 직전에 다른 언론사 기자들과 함께 김 시장의 선거사무소를 찾아갔다가 매회 30만 원씩 총 3~4차례에 걸쳐 각각 120만 원, 90만 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남지역의 다른 언론사 기자 이 모 씨도 경찰에 자수했다.

진정서를 접수한 경찰은 즉시 김 시장의 전 비서실장 이 모 씨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경찰은 이후 그해 9월 24일과 10월 16일 두 차례에 걸쳐 김 시장을 소환해 조사했고,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11월 6일 김 시장을 상대로 보강수사를 한 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김 시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1심 선고는 첫 공판이 열린 지 한 달여 만에 나왔다.
 

▲ 그래픽=박나래 skfoqkr@

■ "돈 받았다"-"안 줬다" 공방 시작
김 시장은 지난해 12월 10일 창원지방법원 313호 법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기자들에게 돈을 줬다는 내용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의 변호인은 "김 시장이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지만 돈을 주거나 돈을 주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누군가가 돈을 줬다고 하더라도 김 시장은 그 사실을 몰랐다. 해당 기자들이 선거구민도 아니기 때문에 김해시와 필연적인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반면 김 시장의 전 비서실장 이 모 씨는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그의 변호인은 "선거사무소로 찾아온 기자들이 빨리 갔으면 하는 심정에서 별다른 생각 없이 돈을 준 것에 대해 인정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시장과 이 씨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 모(43), 이 모(55) 씨 등 기자 2명도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 진정인 이 모 씨, 느닷없이 진술 번복
지난해 12월 15일 2차 공판에서 검찰은 김 씨가 김 시장의 선거사무소 후보 집무실에서 녹음한 김 시장과의 대화 내용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검찰은 녹취록의 서면자료를 내보이며 "김 시장이 '점심 값이라도'라며 돈 봉투를 건넸다. 김 기자는 '괜찮습니다'라며 사양하는 의사를 보였다. 김 시장은 '그래도 도와 달라. 우리가 이길 수 있다'며 돈 봉투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김 시장이 점심 값이라도 줘야 하지만 선거기간이라 줄 수 없어서 미안하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돈을 주지 못하지만 도와 달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 씨는 돈을 받았을 때의 정황을 상세히 진술했다. 그는 "경찰, 검찰 조사 때 진술한 것처럼 5월 20일부터 6월 3일까지 4차례에 걸쳐 120만 원을 받았다"면서 "5월 20일에는 이 모 전 비서실장에게서 돈을 받았다. 검정색 결재판을 들고 있던 이 전 실장이 김 시장에게 '이거 어찌 할까요'라고 물었다. 김 시장은 손짓을 하며 '네가 드려라'고 지시했다. 이 전 실장은 결재판에서 돈 봉투를 꺼내 줬다"고 밝혔다.

김 씨는 또 "김 시장이 선거 이후 자신을 돕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생부'를 작성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공무원, 기업인, 체육인, 영세업자들까지 선거 때 돕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복을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 시장은 '특정 고등학교 출신 90%와 공무원 70%가 상대후보에게 줄을 섰다'는 발언을 기자들 앞에서 했다. 특정 언론사의 이름을 거론하며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이런 상황을 보고 살생부가 소문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그러면서 "선거기간에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던 한 언론사와 관련된 축구대회를 김해시가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이를 볼 때 김 시장이 지역의 갈등과 반목을 수습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 기자로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고 진정서를 제출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경찰·검찰 조사와 1차 공판 때 김 시장한테서 돈을 받았다고 진술했던 이 씨가 이날 느닷없이 진술을 번복해 논란이 일었다. 검찰이 "경찰과 검찰 조사를 통해 진술한 내용이 맞느냐"고 묻자, 이 씨는 "일부 내용이 다르다. 5월 20일에 이 모 전 비서실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맞지만 김 시장에게서 돈을 받은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 돈 수수 현장 녹취록 공개
3차 공판은 지난 5일에 열렸다. 재판부는 녹취 파일을 공개하도록 했다. 김 씨가 김 시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을 때 녹취했다는 파일이었다.

녹취 파일은 8분 정도의 길이였다. 4분 30초~4분 53초에서 서랍문을 여는 소리가 났다. 이어 "점심 값이라도"라는 김 시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곧바로 "아이고 괜찮습니다. 시장님"이라는 김 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어 서랍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검찰은 "김 씨는 휴대폰을 상의에 넣어 녹취했다. '점심 값이라도'라는 말을 하기 직전에 서랍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김 씨가 금품을 받아 상의에 넣는 소리까지 녹음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녹취만으로는)무슨 행위인지 알 수 없다. 김 시장이 뭔가 먹는 것 같다. 서랍을 여닫는 소리로는 안 들린다. '점심 값이라도'라는 말은 점심 값이라도 줘야하는데 못줘서 미안하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김 시장은 "김밥과 우동을 먹고 있는데 김 씨 등이 선거캠프를 찾아왔다. 당시 허리 통증과 감기를 앓고 있었다. 밥을 먹고 약을 먹기 위해 서랍을 여닫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민홍철(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증인으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김 씨가 6월 3일 오후 11시 이후에 김 시장을 선거캠프에서 만나 금품을 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 증언을 하기 위해서였다. 민 의원은 "6·4지방선거 전날인 3일 오후 9시 내외동 거북공원에서 마지막 유세를 했다. 선거캠프에 도착한 뒤 오후 11시께 김 시장이 먼저 귀가했고 직접 배웅했다. 오후 11시 이후 선거캠프에서 김 씨를 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날 김 씨가 김 시장과 함께 있었다는 증거로 김 씨가 오후 10시 56분께부터 부인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통신내역을 공개했다. 김 씨는 부인에게 '앞에 시장이 앉아 있는데 이야기가 길어지네. 돈 벌어서 갈게, 기다리고 있어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부인은 '배고픈데 기다릴게'라고 답했고, 김 씨는 오후 11시 2분께 '나도 배고픈데 할배가 안 보내준다'라고 재답신했다. 통신내역에는 김 시장의 선거캠프 주소가 문자메시지 발신지로 찍혀 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 위증·증거변조 의혹 등장
지난 6일 4차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이 씨가 2차 공판에서 번복한 진술이 위증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애를 썼다.

검찰은 지난해 8월 5일 이 씨가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갔을 때 동행했던 W 씨를 증인으로 내세웠다. W 씨는 "이 씨가 '김 모 씨가 양심선언을 했다. 입장이 곤란해졌다. 나도 같이 받았는데 녹취파일이 있다니 자수해야 겠다'며 난처해하더라. 경찰서로 같이 가던 차 안에서 상의 안주머니에 있던 봉투를 보여줬다. '돈은 김 시장으로부터 받았다. 돈 봉투 3개 중 하나를 썼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그러면서 이 씨한테서 압수한 이 씨의 수첩을 공개했다. 이 씨가 직접 글씨를 쓴 수첩에는 '5월 20일 김 씨와 김맹곤 시장 면담. 30만 원 入(입)', '5월 22일 3시경 김맹곤 시장 면담 USB 전달. 30만 원 入(입)', '5월 29일 4시 50분경 김 씨 만나서 김맹곤 시장 선거캠프 취재 감. 30만 원 入(입)'이라고 기록돼 있었다.

검찰은 이 씨가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이 씨의 수첩에 '11월 26일 김해도시개발공사 박완석 사장, (언론사 기자)L 씨, K 씨와 함께 식사함', '12월 2일 L 씨, 모 회사 관계자 J 씨 커피 한 잔', '12월 4일 어방동 한 음식점 L 씨, J 씨, 김해도시개발공사 박완석 사장 식사'라는 기록이 있다. L 씨와 J 씨의 사주를 받고 진술을 번복한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검찰은 "이 씨의 휴대폰 녹음 파일에 관련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이 씨는 증거물 변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돈을 3번 받았다는 증거를 만들기 위해 경찰 조사를 받던 도중 화장실에서 흰 봉투에 돈을 넣어 봉투 2개를 만들어 제출했다. 실수로 한 봉투에 돈을 10만 원 더 넣었는데, 2차 조사 때 경찰로부터 10만 원을 돌려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경찰 조사 당시의 CCTV를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 검찰, 김 시장에게 징역 1년 구형
지난 9일 결심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김 시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김 시장이 객관적인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는데다 반성의 여지가 없다. 돈을 준 기자에게 '잘 부탁 한다', '시장이 되기만 하면 한턱 내겠다'는 내용의 녹취록 증거도 부인 한다"면서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김 시장, 이 전 실장, 이 씨 등은 객관적 사실을 부인하거나 진술을 계속 바꾸고 있어 신빙성이 없다. 반면 돈을 받았다는 김 씨의 진술은 일관성이 있어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의 구형에 앞서 이 씨가 제기한 증거 변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그가 경찰 조사를 받았을 때의 녹화 영상이 공개됐다. 녹화영상에는 이 씨의 주장과 달리 이 씨가 조사를 받는 동안 경찰관의 오른쪽 팔 부분에 비닐로 싼 돈 봉투가 줄곧 놓여 있었다. 영상을 본 이 씨는 "기억이 안 난다. 정확히 잘 모르겠다"며 얼버무렸다.

재판부는 이 씨에게 "2013년 12월 김 시장 집무실에 갔을 때 돈을 받았다 돌려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씨가 "비서실장이 줘서 돌려줬다"고 하자, 재판부는 "김 시장이 비서실장을 만나고 가라고 했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이 씨는 "맞다"고 대답했다.  

김해뉴스 /김명규·김예린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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