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선거법 위반 혐의에 징역 6월 집유 2년 선고
김 시장 "항소"… 법조계 "증거 부정 어려워"

기자들에게 돈 봉투를 건넨 혐의로 기소된 김맹곤 김해시장에게 당선 무효형이 선고됐다. 법조계에서는 1심 판결의 내용 등을 살펴보았을 때, 상급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15일 창원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문보경 부장판사)는 김맹곤 김해시장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시장의 전 비서실장인 이 모 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 김 시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언론사 기자 김 모 씨에게는 벌금 80만 원, 전직기자 이 모 씨에게는 벌금 2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김 시장, 이 전 비서실장, 이 씨에 대해서는 30만 원씩의 추징금도 부과했다.

재판부는 "김 시장이 선거를 불과 보름여 앞둔 시점부터 선거 전날까지 기자를 상대로 여러 차례 기부행위를 한 것이 인정된다. 실제 선거결과에서도 김 시장은 252표 차이로 당선돼 이 같은 위법행위가 선거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인정된다. 이미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국회의원직을 잃은 전력이 있는데도 다시 범행을 했다. 하급자인 이 전 실장에게 책임을 전가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범행이 계획적이지 않았고, 적극적인 기부행위로 볼 수 없어 형 집행을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기자들의 진술과 녹음파일 등 증거는 신빙성이 있다. 이 씨의 경우 김해 시민이다. 김 씨는 양산에 거주하고 있지만 김해시청 출입기자이다. 김해지역 기자, 김해 시민들과의 친분관계를 볼 때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검찰 조사 및 1차 공판 때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으나 2차 공판 때부터 진술을 번복한 이 씨에 대해 "진술을 번복해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진술을 번복하기 전 경찰·검찰에 진술한 범행 동기·이유가 번복한 진술보다 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전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김 시장 지시 없이 혼자 기자들에게 돈을 줬다고 주장했으나, 기자들에게 준 돈을 스스로 어떻게 마련했는지 진술이 명확하지 않아 인정할 수 없다. 김 시장의 지시를 거부하기가 사실상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뇌물죄로)집행유예가 선고된 상황에서 징역형은 가혹하다고 판단돼 벌금형을 선고 한다"고 말했다.

▲ 지난 15일 당선무효형 선고를 받은 직후 법정을 빠져나오고 있는 김맹곤 시장의 모습. 연합뉴스
김 시장은 선고 직후 "시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변호인과 상의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지난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5월 20일~6월 3일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기자들에게 "잘 부탁한다"며 3∼4차례에 걸쳐 30만 원씩 총 210만 원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9일 김 시장에 대해 징역 1년을, 이 전 비서실장과 기자 2명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한편 선고가 난 뒤 김 시장 측에서는 "증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진술만 갖고 재판을 했다. 증거를 중시하는 2심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과 수사 전문가들은 2, 3심에서 1심의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2심에서 무죄가 나오는 경우는 5% 안팎이다. 상급심에서 형량이 낮아질 수는 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새로 제시되지 않는 한 무죄 판결이 나오긴 힘들다. 판결문의 내용을 살펴보았을 때, 당선무효형인 100만 원 이상의 형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증거 부족 운운하는 사람들은 법을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1심 판결문을 보면 피고인과 증인들의 증언, 녹취록, 경찰조서가 모두 증거로 채택됐다. 2심 재판부가 이 많은 증거들을 부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사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해 온 한 경찰관은 "1심 판결문을 보면 녹취록, 기자의 진술 등을 돈을 받은 정황증거로 볼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모두가 진술을 번복하지 않는 한 무죄 판결이 나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김해의 한 정치인은 "공직선거법 위반 선례들을 보면 1심에서 유죄가 나온 사안이 2, 3심에서 결정적으로 뒤집힌 적은 거의 없었다"면서 "김 시장 측에서는 고등법원과 대법원이 지방법원에 비해 여론에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해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다는 여론을 확산시키는 한편, 다른 비리 제보가 터져나올 것을 막을 목적으로 1심 판결을 폄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해뉴스 /남태우·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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