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애자>의 공연포스터.
모든 딸들에게는 '어머니'라는 말보다 '엄마'라는 말이 더 친숙하다. 딸이 자라면 엄마와 친구가 되고, 시간이 흘러 엄마가 더 늙으면 딸과 엄마의 역할이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엄마'라는 말에는 애정과 그리움 등의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묻어난다.
 
오는 11일과 12일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에서 상연될 연극 <애자>는 그런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소설가를 꿈꾸며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한 스물아홉 '박애자(소유진)'. 되는 일 하나 없는 갑갑한 상황에서도 '깡다구'만은 잃지 않는 그녀의 유일한 적수는 쉰아홉 엄마 '최영희(금보라)'이다. 별 볼일 없는 애자를 엄마는 매번 "소설 써서 빤스 한 장이라도 사봤냐"라고 구박하고, 애자는 엄마를 골탕먹이기 위해 회심의 일격을 준비한다. 결국 그녀는 오빠의 결혼식에서 상상 초월의 이벤트를 벌이고, 식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여기까지는 티격태격하는 여느 모녀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애자의 통쾌한 복수 이후 엄마는 지병으로 쓰러져 병원신세를 지게 된다. 그때부터 딸과 엄마는 새로운 관계맺기를 시작한다. 애자는 병원에만 있어야 하는 엄마를 돌보기 위해 늘 곁에서 글을 쓰고, 엄마는 애자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 컴퓨터를 배우려 한다. 그렇게 둘은 평생 마음 속에만 품고 있었던 서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간다.
 
연극 <애자>를 서울 대학로에서 먼저 접한 관객들은 하나같이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엄마가 있기에, 눈앞 무대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몇몇 관객들은 "연극을 본 후 엄마에게 괜히 애교를 부리고 싶어졌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애자>는 엄마의 존재에 대해 새삼스레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원작인 동명의 영화에서 캐스팅을 제외한 기본적인 이야기 전개 및 대사를 그대로 가져왔기에 '재해석'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는 조금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다만 연극만이 전달할 수 있는 생생함, 그리고 주연인 소유진과 금보라가 기존의 캐릭터를 어떤 방식으로 소화하는지에 주목한다면 영화못지 않게 감동적인 작품으로 다가올 것이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엄마로, 누군가는 딸로 살아간다. 그렇기에 연극 <애자>는 관객들의 삶에 오래도록 흔적을 남기는 작품이 될 듯하다.
 
▶12월 11일(토) 오후 3시·6시 / 12일(일) 오후 2시.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 055-320-1234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