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의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어느 집에나 쌀 정도는 있을 거라고 오해하기 쉽죠.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아무리 시골에서 집 바로 옆에 논이 있다고 해도 사는 게 힘들어 쌀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희는 그런 분들을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이 큽니다."
 
지난 14일 생림면 봉림리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생림을 사랑하는 모임'(생사모·회장 박영조·72) 회원들을 만났다. 생사모는 2011년 창립한 뒤 3년째 생림면에 사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는 봉사단체이다.
 

▲ '생림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생림면 주민센터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년 전 창립 생림면 불우이웃 지원
60~70대 동네 어르신 8명이 회원
매년 추수한 쌀 20kg씩 20가구 전달
"나이는 많지만 끝까지 봉사할 터"

처음에 생사모를 만들자고 한 사람은 지금 총무를 맡고 있는 김병현(68) 씨였다. 그는 봉림리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왔다. 생림면의 지역사회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한다. 1991년 새마을지도자와 1992년 마을 이장직을 지냈고, 청소년지도위원·아동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런 활동 덕분에 표창장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김 씨는 "여러 일을 하면서 생림면에는 아직 밥도 못 먹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고향을 위해 봉사를 해보면 어떨까 싶어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였다"며 생사모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생사모는 처음에는 회원 10명으로 시작했다. 가입, 탈퇴를 자율적으로 하고 있어 현재는 8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박 회장과 김 총무 외에 이봉술, 한평호, 전호근, 정규호, 김창하, 정청진 씨가 회원이다. 모두 60~70대 어르신들이지만 봉사정신만큼은 젊은이 못지않게 뜨겁게 타오른다고 한다.
 
생사모는 연말이면 직접 농사를 지어 추수한 쌀 20㎏씩을 어려운 이웃 20가구에 전달한다. 처음에는 주변의 이웃을 골라 전달했다. 나중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찾아 돕기 위해 생림면주민센터 복지과를 통해 지원 대상을 선정하기도 했다. 쌀 외에 회비로 모은 성금 20만~30만 원을 KBS와 김해시에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기도 한다. 생사모가 지원하는 쌀은 팔고 남은 게 아니라, 수확해서 바로 도정한 햅쌀이다.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들의 진심이 담겨있다.
 
생사모가 봉사활동을 하자 크고 작은 도움을 주는 고마운 사람들도 생겼다. 이웃에게 전달할 쌀을 도정하기 위해 정미소에 갔을 때 가게 주인이 좋은 쌀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기부할 쌀이라고 이야기하자, 주인은 쌀 담을 포대 30개를 좋은 일에 쓰라고 그냥 줬다고 한다.
 
김 씨는 "생림면 전체를 돌며 직접 쌀을 전달하려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밥도 못 먹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허리가 굽어 몸도 성치 않은 할머니가 버선발로 뛰어나와 고맙다고 반기는 모습을 보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며 웃었다.
 
생사모 회원들은 더 많은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한 회원은 "생사모 활동을 하면서 알아보니 생림면에는 30여 개 단체들이 있더라. 대부분 친목 도모 목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그런 단체들이 조금씩만 도와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이장 회의 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생림면주민센터에 모인 회원들은 "앞으로 더 많은 회원들을 모을 생각이다. 아직 생림면에는 소외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찾아 계속 도울 생각이다. 나이는 많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김해뉴스/ 이아영·김예령·이지영 (인제대) 인턴기자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