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신아파트 관리동 2층의 한신책사랑작은도서관에서 운영위원들과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보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사용 회의공간 제공
2009년 7월 관리동 2층에 82㎡로 개관
최고 인기 공간 다락방 등 작지만 큰몫

한신책사랑작은도서관은 외동 분성로 48번길 16 한신아파트 관리동 2층에 있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서 왼쪽 건물이다. 계단을 올라서니 도서관 입구에 신발장이 있다. 어린이들의 작은 신발이 여러 켤레 놓여 있다.
 
"도서관이 좀 작죠?" 신연이 관장이 어린이들을 살펴보다 반갑게 맞이한다. 82㎡(25평) 크기의 도서관은 한눈에 전부 보여서 어린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작은 대신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장점이 더 많은 셈이다.

한신아파트는 1992년 입주를 시작했다. 당시 '김해 부자들이 다 모인다'는 말을 들을 만큼 유명했던 아파트였다. 김해시가 작은도서관 육성 사업을 시작할 때 입주자대표회에서는 "우리 아파트에도 작은도서관이 꼭 필요하다"고 적극 나섰다. 입주자대표회는 회의용으로 쓰던 현재 장소를 도서관으로 제공했고, 이 덕에 한신책사랑작은도서관은 2009년 7월 11일 개관했다. 입주자대표회에서는 변함없이 시설 관리와 도서관 운영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신연이 관장, 박복남 부관장, 김희실·고송자·박길순 운영위원이 도서관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희실 위원은 아파트 부녀회 회장, 고송자 위원은 부녀회 총무로도 활동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우리 아파트에 작은도서관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젊은 엄마들과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우리는 아이들을 키울 때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해시 소속 최초의 공공도서관인 칠암도서관이 1999년 개관하기 전에 김해에는 경남도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인 김해도서관과 진영도서관밖에 없었다. "아이들에게 책 한 권 읽히려거나 읽고 싶은 책 한 권 빌리려면 김해도서관까지 차를 타고 가야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한번 참석하러 가기도 쉽지 않았다", "이동도서관이 아파트까지 왔지만 책이 다양하지 않아 만족할 수 없었다"는 옛 추억이 쏟아졌다. 이들은 작은도서관의 장점을 잘 알기에 자녀들에게도 "도서관이 있는 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라"는 말을 꼭 해준다고 한다.
 
자녀를 키울 때 도서관을 찾아다니느라 힘들었던 경험이 있기에 이들의 도서관 사랑은 더 지극하다. 김해여고 상담교사로도 활동하며 여고생들에게 '엄마'로 불리고 있는 신 관장은 개관 때부터 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이 좋다.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보면 기특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책을 읽고 나서 응모권을 내면 매달 말일에 10명을 뽑아서 학용품 선물을 줬다. 선물을 살 때마다 뭐가 좋을까 심각하게 고민도 했다. 아이들은 매월 말일을 손꼽아 기다렸다"며 미소 지었다. 박복남 부관장은 "도서관에 올 때마다 신발장에 아이들의 신발이 가득한 걸 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말했다.
 
김희실 운영위원은 2월부터 매주 수요일에 도서관에서 동화구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김 위원은 "손주가 생기면 써먹으려고 동화구연 자격증에 도전했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어린이집에서 실습도 했다. 처음에는 너무 떨렸지만 초롱초롱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다음달부터 정기적으로 동화구연을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떨린다"고 말했다.
 
고송자 운영위원은 "늘 봉사활동을 하면서 살아왔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면 '엄마 오늘은 무슨 활동했어요?'라고 묻곤 했다. '우리 엄마는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다'라며 봉사활동을 하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했다. 이제는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있어 도서관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는 게 귀엽다. 도서관이 있는 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순 사서도 도서관 개관 때부터 일해 왔다. 그는 "유아 시절에 엄마 손을 잡고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한 꼬마들이 초등학생이 돼 혼자 도서관에 오는 걸 보면 기쁘다. 손주를 데리고 오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있지만,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책을 빌리러 온다. 도서관은 사람들이 소통하는 곳이며 아이들이 자라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도서관에서 어깨를 맞대고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모두 친구 같아 보인다. 김정은(12) 양은 "같은 나이는 아니지만 도서관에서 사귄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 어린 동생들의 숙제도 도와준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최진영(10), 권도현(9) 군은 "책을 빌리려고 도서관에 자주 온다. 많은 책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도서관 안쪽에는 이용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는 다락방이 있다. 다락방에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어머니들은 '육모' 모임이라고 했다. 임신했을 때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고 어린이를 위한 북스타트 프로그램도 함께 시작하며 친해졌다. 서미애, 강진희, 김경애, 김호주, 이선미, 안수영 씨는 "도서관이 가까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한다. 어린이집에서 추천도서 목록이 나오면 아이들은 도서관에 와서 책을 본다. 아이들이나 우리나 수시로 오가며 들르는 참새 방앗간처럼 정겨운 도서관"이라고 자랑했다.
 
어린이들에게 책 한 권이라고 더 읽혀주고 싶어서 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다녔던 어머니들과 입주자대표회가 나서서 개관했던 한신책사랑작은도서관. 도서관을 이용하는 젊은 어머니들과 어린이들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이 도서관에서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행복이 만들어질까. 문의/055-337-5151.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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