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끼리식당의 다슬기전골에는 다슬기가 많아 진한 맛이 우러납니다." 박용수 김해도예협회 자문위원이 다슬기전골을 맛보려 하고 있다. 김병찬 기자 kbc@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건져지는 다슬기
국물에서 우러나오는 청정계곡의 맛
들깨가루 넣으면 입안 가득한 고소함
3년 된 묵은지 등 밑반찬도 밥도둑 제격

"진례에 좋은 식당이 있습니다. 김해도예협회 회원들 모임이 있을 때도 가고, 손님이 왔을 때도 모시고 가는 다슬기 전문식당입니다."
 
김해도예협회 박용수 자문위원은 '코끼리식당'을 소개했다.

코끼리식당은 진례면 송정리 433-9 진례성당 앞에 있다. 경북이 고향인 이 집 사장 황대용(61) 씨는 15년 전에 처가가 있는 진례로 와 식당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진례면사무소 앞에 문을 열었는데 5년 전 현재의 자리로 옮겨왔다.

처음에는 아구찜을 선보였는데, 부산에서 다슬기를 수입하는 친구의 권유로 다슬기 전문 식당을 열게 됐다. 친구는 토실토실한 좋은 다슬기가 들어오면 즉각 연락을 해온다고 한다.

황 사장과 부인은 집이 장유이지만, 매일 부원동 새벽시장에 들러 그날 사용할 야채 등을 구입한다. 오전 7시 30분 정도면 식당에 도착해 그날의 장사준비를 한다. 반찬은 아내 김명자(60) 씨가 직접 만든다. 낮 12시부터 2시까지가 가장 바쁘다. 퇴근은 오후 9시쯤 한다.

▲ 다슬기전골.
박 자문위원이 다슬기전골을 시켰다. 다슬기전골이 끓고 있는 사이, 김 씨가 정갈한 반찬들을 내왔다. 시래기나물, 무채나물, 만가닥버섯볶음, 창란젖, 어묵볶음, 묵은지. 마치 엄마가 차린 밥상을 받은 듯 낯익고 반가웠다. 정성이 보통이 아니었다. 무채는 김 씨가 일일이 손으로 썰어서 만든 것이라고 하고, 창란젖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려 있었다.

박 자문위원은 "반찬들이 가짓수도 많고 정성이 배어 있다. 집에서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 집에 오면 늘 기분이 좋아진다. 손님들을 모시고 오면 반찬 좋다는 얘길 꼭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란젖을 뜨거운 밥 위에 한 숟갈을 얹어 쓱쓱 비벼 먹었다. 보고 있으니 군침이 돌았다. 그는 "이렇게 비벼 먹으면 창란젖이 '밥도둑'이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기자도 따라서 비벼 먹어보았는데, 대번에 입맛이 돌았다.

3년 된 묵은지는 시지 않고 깔끔했다. "1년에 김치를 1천 포기쯤 담는다. 그 때마다 용전마을 처가에서는 대역사가 펼쳐진다"고 황 사장은 전했다. 어떤 손님들은 다슬기 먹으러 왔다가 묵은지만 따로 팔 수 없느냐고 묻기도 한단다. 이 묵은지 하나만으로도 맛집 취재가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 들깨가루.
다슬기전골이 끓기 시작했다. 들깨가루를 넣기 전에 살짝 맛을 보았다. 사진촬영을 위해 동석한 <김해뉴스> 김병찬 부장은 "맑은 청정계곡의 맛이 느껴진다"며 감탄했다. 시원하고 알싸한 그 맛을 먼저 맛본 뒤 들깨가루를 넣었다. 국물이 조금 걸쭉해졌다. 김 부장은 "이번에는 들깨가루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한 맛이 더 난다"고 탄복했다. 부추, 팽이버섯, 땡초, 당근, 호박 등 야채도 넉넉하게 들어 있었다. 당근은, 김 씨가 얼마나 얇게 썰었던지, 입에 넣자마자 스르르 녹아버리는 듯 했다. 재료를 대하는 정성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이처럼 매일 매일 재료를 다듬고 썰다 보니 김 씨는 손목이 뒤틀려 수술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황 사장은 "사실 무채를 보면서 이렇게 가늘게 썰지 않아도 되지 않나 싶은데, 아내는 한결같이 이렇게 한다. 일을 만들어서 하는 사람이다. 늘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다슬기전골의 육수는 디포리와 그 외 여러 가지 재료로 우려내고 천일염으로 간을 한다. 조미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땡초가 들어가서 그런지 다슬기전골은 시원하면서도 칼칼했다. 끓을 때는 맵싸한 향도 났다. 마침내 한 숟갈 떠먹었더니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듯이 술술 넘어갔다.

박 자문위원은 "다른 식당에 비해 코끼리식당은 다슬기의 양이 많다. 어떤 식당은 다슬기 전문이라고는 하는데 다슬기가 잠깐 스쳐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양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그런데 코끼리식당은 마지막 숟가락을 뜰 때도 다슬기가 많이 담겨 있다. 그래서 진한 맛이 난다"고 말했다.

박 자문위원은 최근 김해도예협회 이사장직에서 물러나 자문위원이 됐다. "임기동안 두 번의 김해분청도자기축제를 치러냈다. 이사장은 할 일도 많고 또 힘든 자리다. 협회 일을 하는 2년 동안 10년 동안 쓸 에너지를 다 써버린 듯하다. 그동안 작품을 제대로 만들지를 못했다. 이제 도예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작품을 마음껏 만들고 싶다."

식사를 끝낸 박 자문위원이 문득 생각난 듯 "내가 이 집을 좋아하는 이유가 또 있다"며 반찬그릇을 보라고 했다. "코끼리식당은 도자기그릇을 쓴다"며 그는 깨끗이 비운 반찬그릇 하나를 들어보였다.

식당 문을 나설 때 보니 입구에 대충 벗어두었던 신발이 신발장에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아무리 바빠도 황 사장은 손님이 식당으로 들어서고 나면 손님의 신발 정리부터 한다고 했다. 기본적인 걸 잘 하자는 게 황 사장의 영업방침이다. 그는 깨끗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한 뒤 기분 좋게 손님을 배웅했다.


▶코끼리식당
진례면 송정리 433-9 진례성당 앞. 055-345-9887. 일요일 휴무. ▷다슬기전골·다슬기회무침·다슬기찜·논고동찜·논고동무침·메기매운탕 중 2만 5천 원, 대 3만 5천 원/다슬기국·다슬기탕 8천 원.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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