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 결혼이주여성들도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아이들이 피부색이 다른 엄마를 더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어요."
 
부원동 다문화카페 통2호점에 피부색이 다른 여성들이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중국, 베트남, 태국 등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20여 명으로 이뤄진 봉사동아리 '넝쿨단'(회장 정미숙·35)의 회원들이었다. 매달 한 번씩 모임을 가지는 이들은 앞으로 봉사활동 계획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넝쿨단은 김해여성자치회의 '친정맺기 사업'에서 출발했다. 김해여성자치회는 2008년 회원 60명과 결혼이주여성 60명을 친정엄마와 딸로 맺어주는 사업을 실시했다. 결혼이주여성의 어려운 점을 들어주며 한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멘토(상담자)와 멘티(피상담자)가 되는 사업이었다. 

▲ 넝쿨단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문화다양성축제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08년 '친정맺어주기' 사업서 출발
TV 드라마 제목에서 단체 이름 따와
각 시설에서 태국전통춤 람타이 공연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 되고파"

당시 김해여성자치회 회원이었던 허미경 씨를 중심으로 마음이 잘 맞았던 결혼이주여성들은 '넝쿨당'이라는 봉사단을 만들었다. 지금 넝쿨단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허 씨는 "당시 TV에서 방영되고 있던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라는 드라마 제목에서 이름을 땄다. 외국에서 지혜롭고 합리적인 여성들이 한국에 넝쿨째 굴러왔다는 뜻이다. 지난해까지 넝쿨당이었지만 올해부터 넝쿨단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넝쿨단은 경로당과 복지관 등을 방문해 네일아트, 미용 등으로 어르신들의 외모를 가꿔주는 봉사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10월부터는 태국 출신 사오하(45·여) 씨를 중심으로 태국 전통춤 '람타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태국은 마을 축제나 행사에서 전통춤 공연이 항상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춤은 샤오하 씨가 가르쳤다. 그는 어릴 때 전통춤을 배웠다고 한다. 회원들은 샤오하 씨의 지도에 따라 람타이 동영상을 보며 하루에 한 시간 씩 춤을 익혔다. 사오하 씨는 "단원들이 박자를 맞추기 힘들어 해 춤을 배우는 데 애를 먹었지만 모두 즐겁게 배우려고 했다"며 웃었다.

사오하 씨가 바빠 지도를 하지 못할 때에는 정미숙 회장과 김련화(43)) 부회장이 춤 연습을 이끌었다. 베트남 출신인 정 회장은 "몸치라서 춤을 배우기가 정말 힘들었다. 밤새도록 혼자 연습하면서 때로는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도 수 십 번 했다. 남편도 '이제 그만 하라'며 몇 번이나 말렸다. 그래도 회장이니까 더 열심히 해서 회원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출신인 김 부회장은 "중국 전통춤보다 손동작이 많아 어려웠다. 하지만 춤을 배우며 태국 문화를 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넝쿨단 회원들은 매일 연습을 반복한 결과 지난해 10월 열린 경남여성지도자협의회 체육대회 공연을 시작으로 김해중부경찰서 '다문화 페스티벌', 김해시자원봉사센터 등에서 공연을 이어갔다.

정 회장은 지난달 17일 김해중부경찰서 대강당에서 외사자문협력위원회가 주최한 다문화 페스티벌의 공연 영상을 보여주며 자랑을 늘어놨다. 영상에는 화려한 태국 전통의상을 곱게 차려 입은 넝쿨단 회원들이 태국 음악에 맞춰 열심히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정 회장은 "이제는 춤에 익숙해져 정말 재미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여섯 살 아들이 공연을 보고 '우리 엄마가 제일 잘한다. 최고'라고 말해줄 때 정말 기뻤다. 출신 국가가 다른 친구들이 모여 공연을 하는 게 생활의 활력소"라며 웃었다. 넝쿨단은 앞으로 김 부회장으로부터 중국 고전무용인 '동북양걸'을 배워 공연할 생각이다.

정 회장은 "한국 아줌마가 된 지 10년째다. '외국인이니깐 할 수 없다'며 차별을 하던 한국사람들에게 결혼이주여성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넝쿨단은 결혼이주여성들의 고충도 상담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외롭고 힘들 때 함께할 수 있는 넝쿨단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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