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이 꽉 들어차 잘 익은 간장게장.
율하 화촌에 자리잡은 전문점 '무남정'
껍데기 덜 딱딱하고 살이 많아 감칠맛
내장 게딱지에 날치알 밥 "어쩜 좋아"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친정엄마가 집에 놀러와 손자랑 놀아주고 있는 사이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기와 엄마가 노는 소리를 들으며 게장 사진이 들어있는 폴더를 열었는데, 참을 수 없도록 게장이 먹고 싶어졌다. 저절로 입에서 '아~ 게장 먹고 싶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엄마는 그 말을 들으시고는 게장을 사줄 테니 지금 당장 먹으러 가자고 했다. 엄마가 평소에 게장을 안 드신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못이기는 척 따라나섰다.
 
장유 율하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음식점이며 카페가 생기고 있는데 화촌에 있는 '무남정'은 그 중에서 제법 오래 된 집이다. 돌게 중에 으뜸이라는 여수 돌게를 사용하는 곳이다. 돌게장을 먹어볼까 하다가 이번에도 껍데기가 덜 딱딱하고 살이 더 많은 꽃게장을 주문했다. 양념게장과 간장게장이 함께 나오는 정식인데 기본반찬 만으로도 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푸짐하게 한상이 차려졌다. 메뉴판에 적혀있는 것처럼 그야말로 꽃게장 '한정식'이었다. 서걱거리지도 무르지도 않은 무 숙채, 딱딱하지도 짜지도 않으면서 감칠맛 가득한 멸치볶음, 새콤하고 시원한 동치미 등 푸짐할 뿐 아니라 하나하나 맛도 보통이 아니었다. 따뜻한 호박전으로 밥상이 더욱 훈훈해졌다. 정갈한 모양새의 달걀찜도 방짜유기에 다소곳하게 자리 잡았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도 간이 딱 좋았다. 엄마는 단호박 조림을 한입 드시더니 지나치게 달지 않으면서 은은하게 잘 조렸다며 감탄을 하셨다.
 

▲ 날치알을 올린 게장과 밥.
간장게장보다 양념게장을 즐기는 편인데, 무남정의 게장 한정식은 양념게장에 비해 간장게장의 양이 훨씬 많다. 마치 간장게장 정식에 곁들이 반찬으로 양념게장이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이곳을 찾는 이유는 그만큼 간장게장이 맛있기 때문이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간장게장 접시에 손을 내밀었다. 알이 꽉 찬 암게가 간장 빛으로 은은하게 물들었다. 짜지 않은 간장 양념이 달큰한 게살의 맛을 훨씬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내장을 고이 품고 있는 게딱지도 사랑스러웠다. 함께 나온 날치알을 올려 게딱지에 밥을 비볐더니 공기밥 한 그릇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엄마의 밥그릇에서 밥을 조금 덜어왔다. 부드러운 꽃게살에 매콤한 양념이 잘 어우러진 양념게장도 밥도둑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익히지 않은 게를 먹는 것을 내켜하지 않아 평생 게장을 먹지 않으셨던 엄마에게 조금만 잡숴보라고 끈질기게 권했다. 게장을 맛본 엄마는 생각이랑 다르게 맛이 괜찮다며 다음에 다시 오게 되면 더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다음에 함께 무남정에 가면 이번에는 내가 게장을 사드려야겠다. 아니, 엄마가 좋아하시는 갈비찜도 같이 사드려야겠다. 하나하나 맛있는 곁들이 반찬 맛으로 미루어 보건대 갈비찜도 분명히 맛있을 테니까!


▶무남정 /관동동 1059-4 장유3동 주민센터 인근. 055-314-7188. 꽃게한정식 1만 5천 원, 돌게 한정식 1만 2천 원, 게장 추가 5천 원, 갈비찜 3만~4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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