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순방 과정 무상급식비 앙금 폭발
교육장 18명 도교육청서 항의 기자회견
경남도 "사실이 아니다" 불편한 속내
일선 교육현장 홍 지사 비판 여론 커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경남도교육청과 최악의 감정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홍 지사는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을 겨냥해 "탄핵감"이란 말을 한 데 이어, 김해남해교육지원청 교육장들과 폭언 여부를 놓고 진위 공방을 벌이고 있다.
 
■ 홍 지사, 교육장·교육계 비하 발언?
홍 지사는 지난달 28일 김해시를 방문했을 때 김해교육지원청 교육장과 말다툼을 벌였다. 일부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홍 지사는 공식 행사에 앞서 김해시장실에서 김해지역 기관장들과 환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홍 지사는 "도교육청 불용예산 중 절반 정도를 무상급식비로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했고, 성기홍 김해교육지원청 교육장은 "무상급식에 대해 말할 기회를 달라. 그렇지 않으면 말을 그만하라"며 반발했다. 그러자 홍 지사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성 교육장에게 예의를 지킬 것을 요구했고, 성 교육장은 다시 "내가 지사 부하냐. 고함지르지 말고 조용히 말하라"고 응수했다. 이 과정에서 홍 지사는 자신보다 한 살 많은 성 교육장에게 "건방지게"라는 표현을 썼다. 성 교육장은 <김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이에 앞서 박종훈 도교육감을 두고 '탄핵감' 운운했다. 그는 최근 시군을 순방하는 과정에서 "의회에서 예산심의를 확정하면 집행기관은 그대로 따라야 한다. 못하겠다고 하면 교육감 직을 내놔야 한다. 탄핵사유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교육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아무데서 아무 말이나…"라며 홍 지사를 비판했다.

또 남해교육지원청 김수상 교육장은 "홍 지사가 최근 남해군을 방문했을 때 군민 600명이 모인 자리에서 '불용예산 1천300억 원을 (도교육청이) 안 쓴다. 교육자는 다 거짓말쟁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경남 시·군교육장협의회 소속 교육장 18명은 지난달 29일 경남도교육청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군 교육장들이 도지사의 발언을 문제 삼아 집단적으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전국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교육장들은 "성 교육장은 40년 동안 경남교육 발전을 위해 헌신한 교육자이자 시대의 사표로 교육가족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아온 분이다. 오는 2월 명예로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면서 "홍 지사가 경남교육의 원로인 성 교육장에게 한 발언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그의 발언은 5만 교직원과 40만 학생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 홍준표(앞줄 왼쪽) 경남도지사와 김맹곤(앞줄 오른쪽) 김해시장이 지난달 28일 김해시청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말한 적 없다"-"다들 말 못하는 것뿐"
파문이 확산되자 홍 지사는 "사실이 아니다"며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다. 경남도는 지난달 30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남교육장협의회를 비난했다. 경남도는 "김해·남해교육장이 주장하는 도지사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거짓말이 진실로 둔갑하는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다. 김해시 순방에서 '건방지다'는 표현은 없었다. 남해군 순방에서도 '거짓말' 발언은 없었다. 도지사를 음해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정장수 비서실장은 "성 교육장이 먼저 지사의 말을 가로막고 '그만 하라'고 해 홍 지사가 '논쟁하러 온 것이 아니다. 그럴 거면 회의장에 들어오지 마라'고 한 것"이라며 "도지사는 도의 통할 대표권을 가진 도 행정의 최고책임자다. 시군 순방 공식환담에서 지사 말을 가로막고 말을 그만하라고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정작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은 성 교육장"이라고 반박했다.

홍 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어 언론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 김해, 남해에서 하지도 않은 비하 발언을 했다고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남해에서는 녹취록까지 있는데 거짓 선동을 하는 것을 보고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성 김해교육장은 도의 반응과 관련, "같이 있는 사람들이 다 알지만 말을 못하는 것뿐이다.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김 남해교육장은 "더이상 반박하기 싫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남도는 도지사의 다른 시·군 순방 행사 때 해당 지역 교육장들의 불참을 종용하기도 했다. 경남도는 지난달 30일 함양군청과 산청군청에서 열린 홍 지사 순방행사를 앞두고 두 군청에 전화를 걸어 "교육장들은 참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 군청은 정순호 산청교육장과 차재원 함양교육장의 행사 참석을 자제하도록 했다. 두 사람은 행사장에 가지 않았다.
 
■ 교육 현장, 홍 지사 비판 분위기 확산
교육 현장에서는 홍 지사를 비판하는 분위기가 우세한 편이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해 A초등학교 교감은 "무상급식은 아주 예민한 부분이다. 성 교육장은 당사자의 입장에서 홍 지사의 발언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홍 지사가 민감한 문제를 일방적으로 끄집어낸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초등학교 교사는 "홍 지사가 교육을 경제·정치 논리로 대하면서 지나치게 간섭을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홍 지사의 성품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홍 지사가 남자답게 결례한 부분을 인정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C초등학교 교사는 "경남도가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하면서 각 학교마다 예산을 수립하는 데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 지사가 무상급식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것은 옳지 않다. 성 교육장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 홍 지사는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에 댓글을 올린 '김국빈' 씨는 "평생을 교단에서 살아온 교육자들이 거짓말을 했을까. 깨끗하게 사과하는 게 사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현재' 씨는 "교육장이 도지사에게 먼저 예의를 지켰어야 했다. 홍 지사가 발끈하는 성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결코 경우가 없는 사람은 아니다"고 적었다.
 
■ "정치적 음모, 특정인 두둔 아니다"
홍 지사는 지난달 28일 공무원,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업무 보고회 자리에서 지난달 16일 장유복합문화센터 기공식에서 했던 '정치적 음모'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김해에서 정치 지도자들의 불상사가 계속되고 있다. 김해에 대한 걱정이 앞서 여·야를 떠나 한 말이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 김 시장이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시정을 해달라는 뜻해서 한 말이다. 특정인을 두둔한 말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홍 지사는 이날 김해에 엄청난 환경, 소음 피해를 입힐 것으로 우려되는 밀양신공항 조성 문제(김해뉴스 2014년 12월 31일 1·4면 보도)와 관련해서는 "김해에 경제적으로 득이 된다"며 밀양신공항을 지지했다. 그는 "밀양신공항이 조성되면 김해와 창원 대산면은 '에어시티'가 된다. 김해는 첨단산업을 유치해 큰 혜택을 볼 수 있다"면서 "부산-김해경전철을 밀양까지 이으면 경전철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또 8년째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비음산터널 문제(2014년 12월 24일 5면 보도)에 대해서는 "창원민자도로 사업 시행자인 경남하이웨이와의 계약에 '경쟁도로로 인한 손실 보상 조항'이 있다. 경쟁도로가 세워져 차량 통행량이 감소하면 손실부담을 경남도가 져야 한다. 조항 개정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아 비음산터널 건설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비음산터널은 분명히 건설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은 힘들다는 것을 시민들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김해뉴스 /김예린·조나리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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