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은 대개 점심은 학교 급식으로 해결해요. 하지만 저녁이나 방학 때는 거의 길거리 불량식품이나 즉석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아요. 성인병, 비만 등은 어린 시절의 식습관이 좌우하는 경우가 많죠. 학생들이 건강하게 먹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김해농업인회관에서 학생들에게 '생일 상차림'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김해학교조리봉사대'를 만났다. 조리봉사대는 김해지역의 학교에서 일하는 조리사들이 모여 2013년 10월에 만든 단체다. 조리사 25명으로 구성된 이 봉사대는 김해지역 초등학생과 중학생 들에게 건강한 요리를 가르치는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조리봉사대를 창단한 김수연(56) 회장이 자원봉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장애인 학교인 경남은혜학교에서 근무하면서부터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일일이 밥을 떠먹여주며 학생들의 식사를 챙기는 교사들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어요. 교사들의 희생에 따뜻하고도 강렬한 충격을 받은 후부터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후 김해삼성초등학교에 오면서 학생들이 먹는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됐고 요리교실을 열게 된 거죠." 
 

▲ 김해학교조리봉사대 회원들이 김해시농업인회관에서 초중학생들을 상대로 요리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조리사 25명으로 2013년 창단
저소득층 초중학생들 대상 요리교실
의기소침 학생 요리 배우고 자신감
"독신자·자취생들 위한 행사 하고파"

요리교실의 인기는 생각보다 뜨거웠다. 학교장의 동의를 구해 학생들에게 신청을 받은 결과 학생 80여 명이 요리교실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신청자 중 맞벌이·한부모·저소득 가정의 학생들에게만 참여 기회를 줘 10여 명에게 요리교실 강의를 듣도록 했다. 미역국, 된장찌개, 멸치볶음, 생선구이, 시금치나물, 스파게티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생활요리를 가르쳤다.

김 회장은 김해학교조리봉사대를 만든 이후에는 삼정동 아동센터에서 저소득층 아동들을 대상으로 요리교실을 열었다. 지금은 '교육복지부 우선지원사업 공동사업'에 선정돼 경남도교육청 지원을 받고 있다. 봉사대는 김해지역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교사로부터 추천을 받거나 학생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요리교실 참가자를 모집한다. 요리교실 참가자는 주로 저소득층 학생들이다. 초등학생 요리교실은 평소 한 달에 한 번, 중학생 요리교실은 방학 때 나흘간 진행된다.

봉사대원인 최정자(58) 조리사는 "평소 무료급식 봉사에도 참여한다. 하지만 학생들과 함께 요리를 하는 봉사가 더 특별하다. 학생들에게 마음이 많이 가서 더 가르쳐주며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다. 요즘은 각 가정에서 식탁 예절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봉사활동을 하면서 식탁 예절도 함께 가르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된 학교 조리사 일을 하면서 요리교실 봉사활동까지 하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니지만 봉사대원들의 얼굴은 모두 싱글벙글이다. 류순심(54) 조리사는 "이전에는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별로 없었다. 요리 교실을 하면서 보람을 많이 느낀다. 오히려 더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웃었다. 변미향(52) 조리사도 "제가 가진 요리 실력으로 봉사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학생들이 배운 요리를 집에서 다시 만들어봤다고 자랑을 하면서 사진을 보여줄 때는 정말 보람을 느낀다"며 즐거워했다.
 
요리교실은 단순히 요리법만을 가르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건강을 챙기거나 닫힌 마음까지 여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처음 요리교실에 왔을 때는 소극적이고 의기소침해 있던 학생들이 요리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는 성적으로 평가를 받지만, 요리교실에서는 요리 실력이나 성실성, 적극성 등 다른 점으로 칭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해교육지원청 김형심 교육복지사는 "조리사들이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을 맡기니까 소극적이었던 학생들도 밝아지는 것 같다. 요리교실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감을 찾고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더 건강하게 식사를 하길 바란다면서 다른 큰 꿈을 꾸고 있다고 밝혔다. "요즘은 혼자 사는 남녀가 많잖아요. 그래서 독신자, 자취생들을 위한 요리교실을 열고 싶어요. 즉석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고, 또 이들이 가정을 꾸린 후에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줄 수 있도록 요리를 가르치고 싶어요."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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