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교육청은 새 김해교육지원청 교육장을 공모제로 뽑아 다음달 임명한다. 김해교육장을 공모로 뽑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김해 학부모, 교육 관계자 들이 공모제 교육장에 거는 기대는 크다.
 
이번 김해교육장 공모에는 3명이 지원했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8~13일 도교육청 내부 및 인사 들로 구성된 교육장 공모 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같은 달 14~15일에는 서류심사·심층면접을 거쳐 두 명을 골라냈고, 이달 중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최종 임명하는 절차만 남겨 놓았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공모'에 대한 설명을 '일반에게 널리 공개하여 모집함'이라고 해놓았다. 굳이 국어사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공모제는 투명한 인사를 하기 위해 실시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도교육청의 교육장 공모제를 보고 있노라면 '공모(公募)'인지 '공모(共謀)'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달 15일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도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심층면접을 통과한 교육장 후보 2명이 누구인지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도교육청 관계자의 대답은 늘 "대외비이기 때문에 후보에 대해 알려줄 수 없다"였다. 여기서 다시 국어사전을 뒤져 보니 '대외비'는 '외부에 대해서 지키도록 한 비밀'이라고 돼 있다. 교육장 후보들의 이름은 도교육청만 알고 학부모, 교육 관계자들은 알아서는 안되는 비밀인 것일까.

지난달 교육장 공모제를 취재할 때 도교육청 관계자는 "김해지역의 교육 분위기와 환경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교육장이 돼 교육 방향성을 주도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자가 후보로 나섰는지에 대한 정보가 학부모 및 교육 관계자들에게 공개돼야 한다. 그래야 '교육장 후보가 김해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는 인물인지' '교육 방향성을 제대로 주도해나갈 인물인지' 등을 평가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새로 뽑힐 교육장에 대한 학부모, 교육 관계자들의 신뢰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학부모들은 믿고 자녀들을 학교로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이미 김해 주요 학교에서는 "A, B, C교장 등이 후보로 나섰다"거나 "A 교장이 교육장으로 내정됐다더라"라는 등의 소문이 나돌고 있다. 공모제로 뽑는 새 교육장에 대한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는 이처럼 소문이 먼저 퍼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도교육청이 "공모제 응모 교육장 정보는 대외비"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알고 지내는 학교 교장·교사들에게 건넸더니, "공모제에서 떨어진 후보들의 창피를 숨겨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떨어진 교육장 후보들의 창피와 학부모, 학생들의 교육권리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한 것일까.
 
도교육청은 이번 공모제에 대한 여론을 살핀 후 공모제를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교육장 후보들의 정보를 '대외비'로 분류해서 언론이나 학부모 등에게 공개하지 않는 공모제가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박종훈 도교육감이 내세웠던 '교육 개혁'에 어울리는 제도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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