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수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 위원장이 보글보글 끓고 있는 복국을 뜨며 미소를 짓고 있다.
고추장 양념과 미나리 곁들인 복불고기
탱탱한 은복 살 씹히는 맛 쫄깃쫄깃
냄비째 끓여 떠먹는 맑은 복국 '지리'
식초 살짝 끼얹으면 뽀얀 국물 속시원
"좋은 재료와 정성으로 만드니 그만이죠"

"낮 12시에 삼계동 '윤복국'에서 뵙죠."
 
설 연휴를 앞두고 복집에서 김경수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 위원장을 만나기로 했다. 약속 장소를 듣고 나니 김 위원장이 복국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맑은 국(지리)을 닮은 깨끗한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윤복국에 도착해 보니 안쪽 방에서 김 위원장이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해에 처음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 보았던 특유의 밝은 웃음은 여전했다.

메뉴는 당연히 복국이나 수육일 줄 알았는데 '복불고기'였다. 복불고기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기에 새로운 맛에 대한 기대가 생기는 한편으로 시원한 복국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 이런 기자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김 위원장은 "이 가게는 복불고기를 시키면 복국이 같이 나온다"고 말했다. 1인당 1만 3천 원 하는 복불고기에 복국까지 더해진다니 일단 저렴한 가격이 마음에 들었다.
 
음식을 시키고 나서 김 위원장과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윤복국은 사실 김해에서는 꽤 알려진 복집이지만, 김 위원장은 이 곳과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었다.
 
사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봉하마을로 왔고, 노 전 대통령의 비서관이었던 김 위원장도 김해에 터를 잡았다.
 
이때 노 전 대통령의 모교인 부산상고 출신들이 봉하 자원 봉사 모임 백봉회를 가동하고 있었는데, 매년 식목일마다 봉하 일원에 꽃이나 나무 묘목을 심었다고 한다. 윤복국의 사장 김상주 씨는 백봉회의 일원으로서 김 위원장과 봉하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당시 삼계동에 살았던 김 위원장과 삼계동에서 식당을 했던 김 사장은 점차 가까워졌다.
 
김 위원장은 "예전에는 참치 전문점이어서 가격 부담 때문에 자주 오지 못했는데 4년 전부터 복집으로 바뀌어 부담이 줄었다. 해장을 하기 위해서도 자주 찾는다"며 웃어보였다.
 
지난 일들을 회상하는 사이 새우튀김, 복껍질무침을 비롯한 반찬들이 하나 둘 식탁에 올랐다. 콜라겐이 풍부해 피부 미용에 좋다는 복껍질무침은 초장 양념과 아삭한 채소와 어우러져 입맛을 돋웠다. 윤복국에서는 복국을 시켜도 새우와 고구마, 단호박 튀김을 내어준다. 그런데 친구의 방문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김 사장은 서비스로 복 튀김을 추가했다. 담백한 살코기에 얇은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 복 튀김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 매콤 양념에 향긋한 미나리가 어우러진 복불고기.
조금 있으니 철판에 복불고기가 담겨 나왔다. 고추장 양념을 덮어 쓴 복불고기 위에 초록색 미나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미나리와 복어 살 하나씩을 집어 먹어 보니 불고기의 매콤함과 미나리의 향긋함이 잘 어울렸다. 처음 맛보는 복불고기의 맛은 닭볶음탕 같기도 했고 고추장 불고기 같기도 했다. 탱탱한 은복 살은 닭고기를 닮아 있었다. 나중에는 흰밥에다 살코기와 양념을 넣어 쓱쓱 비벼먹었는데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냄비째 보글보글 끓는 복국을 맛보고 나니 아닌 게 아니라 복어 풀코스를 먹은 셈이었다. 맑은 복국은 식초를 살짝 더했더니 먹지도 않은 술이 해장되는 듯 속이 시원했다. 복국은 까치복이어서 은복에 비해 살이 부드러웠다.
 
여기서 잠시. 복어는 숙취 해소에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특유의 해독 성분 때문인데, 복국의 경우 역시 해독 효과가 있는 미나리와 식초가 곁들여지기 때문에 해독효과가 더 크다고 한다.
 
또 복어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 순환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유지방이 없고 단백질이 풍부해 고혈압과 당뇨병에도 좋다고 한다.
 
김상주 사장에게 맛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비결이라고 할 게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해에서 복집을 연 지는 4년 됐지만 약 20년 전부터 복집을 운영했고, 아직도 잘하려 노력하는 게 답이라면 답이라는 얘기였다. 그는 "똑같이 조리를 하지만 매번 맛이 조금씩 다르다. 최고의 맛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사장을 만나기에 앞서 김 위원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음식 맛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 같아요. 착한 사람이 좋은 재료로 정성껏 음식을 만드니 맛이 없을 수가 없지요."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알 만 했다.
 
식사를 끝내고 나서 김 위원장에게 음력설을 맞아 한 해의 다짐을 물었다. 김 위원장은 "올해가 청양의 해이지 않느냐. 내가 양띠이고 우리 당의 색이 파란색이다. 올해는 뭔가 잘 될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그러면서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이제는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잘한다, 못한다'하는 말도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만큼 정치에 대해 불신하고 마음을 돌린 거겠죠. 하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윗사람만의 정치가 아니라 바닥부터 시작하는 생활정치가 중앙당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정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윤복국
가야로 219(삼계동 1510-5)/복 지리·매운탕 9천~1만 5천 원/복불고기 1인분 1만 3천~2만 5천 원/복튀김 1만~2만 원/수육 3만~6만 원/샤브샤브 1인분 1만 7천~2만 7천 원/055-331-3101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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