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잠들게 하는 의사입니까?"
"아니요, 당신을 잠에서 안전하게 깨워주는 의사입니다."
 
한 마취과 전문의가 수술을 앞둔 환자의 물음에 대답한 마취과 의사의 정의다. 마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환자의 안전'이란 뜻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막연한 불안감으로 마취를 꺼린다. 실제로 수술을 앞둔 환자 중에 수술 도중 깨어나거나, 행여나 깨어나지 못 할 것 같아 무섭다는 이들이 대다수다. 이처럼 수술이나 검사를 할 때 당연하게 받아들여 마취제에 몸을 맡기지만 은근히 겁이 나는 것이 마취다. 과연 마취를 하면 실제로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20세기 의학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의·과학의 발전은 눈부실 정도인데 이는 항생제의 발견과 마취의 발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수많은 언론매체들이 의학 정보를 다루고 있고, 비 의료인들도 의학에 호기심이 많아 의학정보를 많이 접해 상당한 의료지식을 가지고 있다. 어떤 질환일 때 어떤 수술을 하고 같은 질환도 다양한 치료방법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다. 의료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독 마취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모 방송국 동물 관련 프로그램에서 보듯 엉덩이 주사 한방이나 혈관주사 한방이면 마취가 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고 마취의 종류마다 다양한 오해들이 존재한다.
 
한 예로 수술하기 전 손·발톱에 매니큐어나 봉숭아물이 있거나 립스틱 흔적이 있으면 마취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수술 전에 다 지워야 하지만 립스틱 때문에 마취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도중 입술에 청색증이 생기면 산소가 공급되지 않거나 다른 이상을 알 수 있는 징후가 나타나므로 립스틱은 지워야 한다. 또 손톱 매니큐어는 산소포화를 손톱에서 측정하는데 매니큐어로 인해 잘못 측정될 수 있으므로 지워야 하는 것이다.
 
전신마취에 대한 오해는 전신마취를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속설이 있다. 아마도 이런 오해는 수술 전·후 상황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나 과거 마취제와 마취장비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 뇌로 가는 산소공급이 적절치 못해서 생긴 오해 같다.
 
하지만 의료장비의 발달과 알람시스템의 개발로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고 산소도 대기 중의 농도인 21%보다 더 많은 50% 정도가 공급되고, 마취약제에는 뇌 보호 기능이 있으므로 전신마취로 머리가 나빠진다는 것은 근거 없는 잘못된 상식이다.
 
마지막으로 척추마취나 경막 외 마취를 하게 되면 요통을 유발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전신마취든 척추마취든 마취종류와 상관없이 장시간 같은 자세를 요하는 수술은 척추가 너무 곧게 펴져서 통증이 생긴다.
 
오해와 달리 대장·소장 수술과 제왕절개 수술시 경막 외 마취나 무통시술은 교감신경을 차단해 장으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켜 수술 후 장기능의 회복을 돕고 태반 혈류 증가로 인해 태아에게도 이로운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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