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 공간을 2010년 5월 단장해 개장
주민과 아이들 독서하고 소통하는 공간
내부 인테리어도 책과 친숙하도록 꾸며

"넓은 하늘이 보이는 투명한 천장이냐고요? 하늘을 그렸지요!"

U보라작은도서관의 천장에는 흰 구름이 둥실 떠다니는 푸른 하늘을 그린 그림이 있다. 그래서 도서관에 들어서면 실제 크기보다 더 환하고 넓은 공간이라는 기분이 든다.

▲ 흰구름이 떠 있는 하늘 천장은 실내를 밝혀준다.

U보라작은도서관은 전하동(전하로 176번길 71) 반도보라아파트 주민공동시설 2층에 있다. 올라가는 계단 벽에는 책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자의 도서관 방문기를 담은 그림책 <도서관에 간 사자>와 이솝우화 <서울쥐와 시골쥐>, <오즈의 마법사>의 삽화 액자가 붙어 있다. 도서관에 재미있는 책이 많다고 속삭이는 듯 하다.

이 도서관은 2010년 5월 개관했다. 정연화 관장은 "당시에는 아파트와 인근 지역에 어린이가 있는 가정이 많았다. 입주자대표회에서 문화시설과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개관 당시를 설명했다. 원래 도서관 자리는 입주자대표회 회의실, 청소년·어린이 들을 위한 공부방으로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작은도서관 개관을 위해 입주자대표회 등에서 기꺼이 공간을 제공했다고 한다. 지금도 입주자대표회는 도서관을 꾸준히 후원한다. 개인 기부자들도 도서관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준다.

정 관장은 김해시작은도서관협의회 사무국장을 역임했고 마을문고 운동을 수 년간 벌이기도 했다. 그는 "내부 인테리어를 할 때 널찍한 창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존의 공간에 도서관이 들어서는 것이어서 다시 공사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천장에 하늘 그림을 그렸다. 보기 좋다는 말을 간혹 듣곤 한다"며 웃었다.

U보라작은도서관이 문을 열자, 아파트 옆의 우체국 등 인근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김해통합도서관의 책두레 시스템을 많이 이용하게 됐다. 정 관장은 "우리 도서관은 지역 거점 도서관 역할을 하고 있다. 도서관은 주민 커뮤니티의 중심이 돼야 한다. 어느 곳에 있는 도서관이든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편하게 문을 열고 들어와 책을 읽고 이야기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책만 읽는 도서관이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기를 원한다. 그런 도서관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에게 글자를 가르치면서 함께 시도 쓰고, 어르신들은 청소년들에게 인생의 지혜를 나눠주는 일들을 할 수 있는 작은도서관을 꾸려가고 싶은 게 정 관장의 소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간이 좀 더 필요하다. 그는 "도서관 테라스에 난 창문으로 바라보는 풍경이 참 좋다. 테라스를 소모임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정성자 사서도 개관 때부터 일해왔다. 그는 대동한마음작은도서관에서 보조사서로 일하다가 U보라작은도서관이 개관할 때 옮겨왔다. 도서관에 오는 어린이 이용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독서지도사, 학습관리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는 "이제는 도서관이 우리집 같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권장도서 목록을 들고 와 '이 책 어디 있어요' 하면서 찾아 읽는 모습을 보면 예쁘고 기특하다"면서 "엄마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던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 자신이 읽을 책을 척척 찾는 걸 보면 세월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소를 지었다.

▲ U보라작은도서관은 아파트 주민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도서관 관계자들과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마침 한 남매가 도서관으로 들어섰다. 정 사서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도서관에 왔던 아이"라고 알려주었다. 권나연(가야중3) 양과 남동생 권구준(6) 군이다. 권 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도서관을 이용했다. 그는
"작은도서관이 생겼을 때 정말 기뻤다. 학교도서관이 있었지만 권장도서와 학습 관련 책 위주여서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작은도서관에는 책이 많아서 거의 매일 왔다. 초등학교 때에는 흥동에 사는 친구들과 함께 도서관에 와서 책도 읽고 공부도 했다"며 웃었다. 그는 "도서관 천장을 참 좋아한다. 책을 읽다가 생각할 것이 있을 때나 공부하다가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머리를 뒤로 젖히고 천장을 한참동안 바라보면 머리도 맑아지고 기분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권 군은 도서관이 마치 제 집인 것처럼 편하게 행동했다. 정 사서에게 "제가 읽던 외계인 책 어디 있어요"라고 묻기도 했고, 소파 위에 올라가 편하게 드러눕기도 했다. 권 양은 "동생은 낯가림을 많이 하고 부끄러움도 많이 타지만 도서관은 익숙한지 집에 있을 때보다 더 자유롭게 움직이고, 좋아하는 책도 찾아서 잘 읽는다"고 말했다.

U보라작은도서관에 가는 어린이들은 어쩌면 모두 권 양처럼 가끔 하늘 그림을 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는 어린이들의 마음이 그 하늘만큼 높아지고 넓어지지 않을까.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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