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민 "사유지 재산권 침해" 반발
복원·생태공원 유지·시너지 효과 발목
찬반 여론 모두 수렴한 공론화장 필요


지난해 일본에서 황새 '봉순이'가 날아온 것을 계기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던 한림면 화포천습지가 최근 들어 쓰레기 무단투기 및 수질 저하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불법 포획꾼과 낚시꾼들까지 들끓어 동물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해치고 있다. 이 때문에 위기에 빠진 화포천습지를 되살리고 람사르협약 습지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이곳을 습지법에 따른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어 습지보호구역 지정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습지보호구역 지정 가능성과 반발 이유 등에 대해 알아본다.
 

▲ 각종 멸종위기 동물들의 보고로 각광받고 있는 화포천습지 전경. 전문가들은 화포천을 보호하기 위해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생태계 지키고 지역경제 도움도
환경단체 '자연과사람들'이 김해시의 지원을 받아 실시한 '2013년도 김해시 자연생태계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화포천습지에는 수달·매·큰고니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13종, 4천5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일본에서 인공증식된 봉순이가 찾아오기도 했다. 그 후 화포천습지는 국내·외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처럼 멸종위기 동물들의 보고로 각광받았던 화포천은 최근 인근 13개 지천에서 흘러 들어오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게다가 불법 포획꾼과 낚시꾼 등 환경을 파괴하는 사람들도 화포천을 어지럽히고 있다. 봉순이 관찰에 전념하고 있는 조류연구가 도연 스님은 "화포천습지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해야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 보니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의 곽승국 관장은 "화포천의 수질은 좋은 편이 아니다. 화포천 상류에 공단이 많아 수질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물고기가 살지 못하면 새들의 먹이가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환경전문가들은 화포천을 전남 순천 순천만이나 경남 창녕 우포늪, 부산 낙동강하구처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곽승국 관장은 "현재로서는 화포천습지를 훼손하거나 농사를 지어도 이를 제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화포천습지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 복원도 하면서 생태공원을 지킬 수 있다. 이를 통해 화포천습지가 알려지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습지보호지역은 환경부·해양수산부 장관이나 시·도지사 등이 보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습지·주변관리지역으로 지정한 곳을 말한다. 습지보전법 제8조에는 '자연상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 희귀하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이 서식·도래하는 지역 등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습지보호지역 지정은 △국립습지센터의 전국 내륙습지 일반조사 △환경부의 대상지 선정 및 정밀조사, 지정계획 수립 △공청회 △환경부 지정·고시의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 지역주민 찬반 의견 엇갈려
2007년 화포천습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지정에 실패한 적이 있다. 환경부 자연정책과 관계자는 "화포천은 2008, 2009년 환경부의 조사활동을 통해 'UNDP(유엔개발계획)/GEF(지구환경금융) 국가습지보전사업관리단'의 국가습지 관리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습지보호지역 지정 가능성이 여러 번 제기됐다. 김해시가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설명처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동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건축물 신축·증축, 토지 형질 변경, 동·식물 포획·채취 등이 법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에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 한림면 주민들의 여론도 찬·반으로 나뉘고 있다.

주민 강 모(60·퇴래리) 씨는 "새들이 찾아올 때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 우려 때문에 이동 제약 등의 불편을 겪고 있다. 화포천습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생활에 제약이 더 많아져 불편을 겪을 것이다. 환경도 좋지만 사람이 먼저 살아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배 모(61·명동리) 씨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농사를 지을 때 농약도 마음대로 못 치게 된다. 재산상으로 손해가 많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반면 다른 주민 배 모(62·명동리) 씨는 "한림면은 이미 난개발로 환경파괴가 많이 생겼다. 한림면의 유일한 생태계 보고인 화포천습지를 보존해 생태계를 살려야 한다. 습지보존지역 지정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한림면번영회 송기철 회장은 "개인적으로 습지보호지역을 찬성한다. 습지보호지역이 되면 람사르습지 지정도 수월해진다. 한림면도 순천만처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림면 전체에 먼저 화포천의 습지보호지역 지정에 대해 여론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해시는 올해 15억 원의 예산을 들여 화포천습지생태공원 운영, 생태체험 활성화, 외래동·식물 퇴치 작업, 생태관리 인부 운용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습지보호지역 지정 계획은 아직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시 친환경생태과 관계자는 "습지보호지역 지정은 주민 동의를 100% 확보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들었다. 화포천습지에는 사유지가 많기 때문에 토지 소유자 동의가 우선돼야 한다. 습지보호지역 지정에 대한 자문을 얻기 위해 국가습지센터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후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보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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