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소식이 들려오는 3월, 새 학기가 시작된 지도 열흘 정도 지났다.
특히 초등학교에 갓 진학한 아이를 둔 부모들은 자녀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상당히 신경이 쓰인다. '워킹맘'인 최숙희(37·가명) 씨도 첫째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뒤 즐거운 학교생활을 기대했다. 하지만 아이가 자꾸만 배나 머리가 아프다며 등교 하기를 싫어하는 통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병원에 데리고 가봤지만 특별한 이상증상도 없었다. 이럴 경우에는 새학기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 꾀병으로 착각하는 부모들
"처음엔 꾀병인 줄 알았어요." 최 씨는 병원 진단 결과 아이에게 별다른 이상증상이 없자 꾀병으로 알았다. 학교 가기 싫어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아침에 다그쳐서 등교를 시키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고교 동기 밴드에서 같은 또래 아이를 가진 친구들이 새학기증후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생소한 이야기였지만 자신의 아이도 새학기증후군은 아닐까 하고 소아청소년과에서 진단을 받았다. 최 씨는 그제서야 아이가 꾀병을 부린 게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초등학생의 30% 이상이 경험한다는 새학기증후군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적응장애이다. 적응장애는 아이들에게 더욱 흔한 증상이다. 스스로의 욕구나 마음을 행동과 말로 모두 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마음 속 상처와 불안한 심리가 특별한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해
마음 속 상처와 불안심리의 행동 표출
배탈이나 두통 호소 가장 흔한 증상
악몽·수면장애·식욕저하 등도 나타나

방치 땐 성장발육 이상 초래할 수도
공감대 형성 과정과 생활습관 개선
면역력 키워주고 건강검진 등도 필요

해마다 3월이면 새학기증후군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부분 심리적이고 육체적인 건강의 이상 징후를 보이며,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낯선 선생님과 친구들이 함께 생활하는 것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다. 또 유달리 예민하고 내성적인 아이들은 학년이 높아지더라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기도 한다.
 
증상의 대부분은 아침마다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하거나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거나 갑자기 열이 나기도 한다. 이전에 비해 자주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낸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그 외에도 잦은 불안감을 보이며 밥 먹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부산부민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은영 과장은 "새학기가 되면 다수의 아이들이 스트레스, 면역력 저하, 심한 일교차 및 건조한 공기, 미세먼지 등으로 복통과 두통, 만성감기, 알레르기성 비염, 식욕저하 등을 호소한다"며 "부모들은 이런 아이의 건강상태를 유심히 관찰해 조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그래픽=김소희

■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항상 부모의 보살핌 속에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 때문에 보호자로부터 분리되거나 분리될 것을 예상해 느끼는 불안은 아이들에게 큰 스트레스이다. 이는 분리불안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정도가 심하면 일상생활을 위협할 정도로 심하거나 오랫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부모가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아이가 지나치게 의존적인 경우에도 분리불안은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새학기증후군의 가장 흔한 증상은 복통이다.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원인이 없는 복통을 '소아 기능성 복통'이라 일컫는데, 부모로부터 관심을 받고 등교거부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가지려는 이상행동 증상의 일종이다. 이럴 때는 꾀병이라고 무시하거나 야단치기 보다는 전문의의 진단 이후 아이의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주어야 한다.
 
학교를 가야 한다는 부담감은 악몽이나 수면장애로도 이어진다. 불규칙한 수면은 면역력 저하와 성장호르몬 분비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8시간의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일정한 시간에 취침과 기상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 외에도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배변장애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세심한 관찰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새학기증후군은 방치할 경우 성적 저하는 물론, 성장 발육과 성격 형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따라서 평소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겨울철에 떨어진 면역력을 높여주기 위해 규칙적인 식사와 균형잡힌 식단으로 올바른 식이습관을 들이도록 해야 한다. 생활습관도 학교생활에 맞춰 규칙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효과적이다. 운동은 스트레스를 낮추고 자신감을 키울 수 있어 새학기증후군을 극복하는 데 유용하다. 만약,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약물치료나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김 과장은 "새학기 이후 자녀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학생건강검진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며 "학생건강검진은 국가에서 실시하는 무료 검사로 성장기 자녀의 건강 상태와 질병의 조기 발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건강 검진 대상은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이다. 시력·청력·근골격계 등의 검사를 진행하며, 각 학교별로 협약을 맺은 해당 병원을 직접 방문해야 검진을 받을 수 있다. 





도움말=부산부민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은영 과장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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