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율하천 탐방에 참가한 학생들이 신안교에서 율하천을 관찰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청계천 사업 그대로 닮아
하천 복원 과정이 아니라 파괴의 수순

상류 신안교 부근 굽이굽이 물길 생성
수생식물도 늘어 "인공이 없어야 생태"

지난 14일 중·고등학생 24명이 장유 율하천에 삼삼오오 모였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공동의장 박재현·강재규·박명해·허문화)이 주최하는 '박재현 교수와 함께하는 율하천 탐방 행사'에 참가하는 학생들이었다.

율하천 탐방은 중·고등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하천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고 '도심 속 하천이 개발의 그늘에서 자연 그대로 유지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기 위해 마련됐다. 율하천 탐방에 참여한 학생들은 김해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조합원들의 자녀들이다.

율하천 탐방은 관동동 율하천 덕정교 부근 지점에서 시작됐다. 본격적인 탐방에 나서기에 앞서 탐방대장으로 나선 인제대학교 토목공학과 박재현 교수가 학생들에게 생태하천에 대한 설명을 했다.

"생태하천은 하천이 지닌 본래의 자연성과 생태적 기능이 최대화될 수 있도록 조성한 하천을 말합니다. 하천의 물리적, 화학적, 생태적 요소가 교란되지 않은 하천이 생태하천인 것이지요. 생태하천 복원은 하천 내의 인공적인 교란 요인을 제거해 자연에 가깝게 만들고, 하천의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관리하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박 교수는 생태하천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우선 물리적·화학적·생태적 관점에서 하천 모니터링을 실시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하천 복원 계획을 세우고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리적 모니터링은 하천의 수위와 유량, 하천바닥(하도)의 재료와 형태 등을 살피는 일이다. 화학적 모니터링은 수질과 하천 토양의 질 등을 살피는 일이다. 생태적 모니터링은 하천에 서식하는 수생생물 등의 생태계를 살펴보는 일을 뜻한다.

박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한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지방판 청계천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현재의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하천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없이 막대한 예산만 쏟아 부어 획일적으로 진행한 사업이다. 이는 하천의 복원이 아니라 파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끝난 뒤에도 체계적으로 하천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등 사후 관리가 필요하지만, 하천 복원공사를 통해 인공적으로 하천 환경을 바꿔놓고 그대로 방치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교수와 학생들은 율하천을 바라봤다. 율하천 상류의 바닥 대부분은 콘크리트로 덮여 있었다. 물억새, 버드나무 등 하천 주변의 수생식물들은 콘크리트를 뚫고 사람 키 높이만큼 자라 있었다. 김해시에서 매년 율하천에 은어 등 치어를 방류하고 있지만 물고기들은 보이지 않았다.

박 교수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천은 수량, 물의 흐름, 수질 등에 따라 저마다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하천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그대로 보존해줘야 비로소 생태하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율하천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율하지역 아파트 건설 때문에 굽이굽이 돌아 흐르던 물길을 일직선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는 하천의 물리적 요소를 파괴한 것입니다. 침식 또는 퇴적을 통해 하천바닥에 자연스럽게 생성됐던 웅덩이가 사라지면 그 속에서 서식하는 생물들도 갈 곳을 잃게 됩니다."

율하천 상류로 100m 가량 이동하던 중 율하천 보와 보 가장자리에 설치된 어도(물고기 길)가 나타났다. 하천 중앙에 있는 보와 달리 콘크리트를 사용해 계단 모양으로 만든 어도에는 물이 흐르지 않고 있었다.

▲ 인제대학교 박재현 교수가 율하천에 설치된 콘크리트 옹벽과 어도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교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학생들은 눈을 어도에 집중시켰다. "여름철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하천에 보를 건설하기도 합니다.  보를 설치하면 물고기가 상류, 하류로 마음대로 오가지 못하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어도를 만들어 놓았어요. 그런데 율하천 어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천의 수량이 부족해지는 바람에 하천 가장자리에 있는 어도에 물이 말랐기 때문입니다. 불가피하게 인공 보를 만든다면 보 중앙에 어도를 설치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어도를 하천 가장자리에 설치했다는 것은 하천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과 물의 흐름에 대한 고민 없이 하천공사를 했다는 증거입니다."

실제 율하천 덕정교와 신안교 사이 지점에서는 작은 물고기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박 교수의 설명을 듣던 박소연(16) 양은 "율하천 근처에 살고 있어도 하천을 살펴보지 못했다. 오늘에서야 유심히 보게 됐다. 물고기가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율하천 옆 인도를 따라 상류로 향하던 박 교수가 또 한 지점을 주목했다. 하천 바닥의 높낮이 차이 때문에 하천의 물이 낮은 곳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는데, 그 지점에서 흰 거품이 일고 있었다.

"일반적인 물거품이라고 보이기에는 거품의 양이 많고 색도 불투명합니다. 이를 통해 율하천의 물이 맑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생활하수가 유입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하천의 화학적 요소를 훼손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로 인해 하천생태계 교란도 시작되는 것이지요. 이 물이 그대로 조만강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하수종말처리시설을 통해 정화과정을 더욱 엄격히 거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 교수와 학생들이 율하천 상류인 신안교에 가까워질수록 하천 바닥에서 서식하는 수생식물들이 늘어났다. 수생식물이 자라는 곳에는 흙과 모래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물을 따라 떠내려가던 흙과 모래가 콘크리트 하천 바닥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쌓인 흙과 모래는 일직선으로 흐르는 하천의 물길을 굽이굽이로 바꿔놓고 있었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물길로만 흐르던 하천이 스스로 여울과 소를 만들어 놓았네요. 물이 굽이굽이 돌아 흐르면 흙, 모래와 더 자주 접촉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물은 산소를 얻고, 물 속의 유기물질을 정화시켜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이 아무리 인공적으로 물길을 바꿔놓아도 자연은 다시 본래의 특성을 찾아갑니다. 자연이 스스로 복원할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날 탐방의 마지막 지점인 신안교에 도착했다. 신안교에서 율하천 하류 쪽을 바라보니 오른쪽 하천 제방에 4~5m 높이의 콘크리트 방벽이 설치돼 길게 이어져 있었다. 홍수로 물이 범람하거나 하천 둑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방벽을 쌓은 것으로 보였다. 방벽의 높이는 제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박 교수는 콘크리트 방벽의 기능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하천 오른쪽에 도로가 나 있습니다. 하천에서 도로까지 쌓여 있는 자연제방의 높이는 상당히 높습니다. 미관상 좋지 않은 콘크리트 방벽을 제방에 왜 설치한 것인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불필요한 방벽을 설치해 예산을 낭비했던 것은 아닐까요?"

탐방을 마친 박 교수는 학생들에게 "내가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하천과 그곳의 생태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율하천을 사랑하는 학생들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탐방에 참가한 박기준(18) 군은 "박 교수의 설명을 듣다보니 율하천에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앞으로 율하천이 더 깨끗해졌으면 좋겠다. 사람들 때문에 더이상 율하천이 망가지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은 이날 탐방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매달 한 차례씩 1년 간 율하천을 탐방하고 율하천의 모습을 기록하라고 당부했다. 학생들이 기록한 내용을 율하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주민의견으로 반영시켜 나가겠다는 생각이었다.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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