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남 천안에 있는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들이 RS(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 집단 감염 증세를 보임에 따라 이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콧물과 함께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폐렴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2세까지 감염력 높은 호흡기 병원체
한번 걸리면 재감염력 높고 평생 재발
중이염·결막염·기관지염 등도 나타나
백신 개발 안돼 사전 위생관리 등 중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RS바이러스는 면역력이 약한 1세 미만의 신생아들이 위생이 불량한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잘 감염된다. 요즘 같은 봄철 환절기에는 특히 유의해야 한다. 문제는 법정 전염병으로 분류돼 있지 않아 천안에서처럼 집단 발병 사태가 나더라도 역학조사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아직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아 특별한 치료법도 없다. 신생아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RS바이러스에 대해 알아보자.
 
■ 신생아 발병률 높은 감염병
RS바이러스는 일상 생활에서 감염되기 쉬운 바이러스다. 부엌 조리대나 장난감, 수건, 담요나 이불, 사용한 휴지 등과 같은 물건들에서 몇 시간 동안 살아 활동한다. 가족 숫자가 많거나, 어린이집·산후조리원 등과 같이 집단생활을 하는 공간에서 나이가 어린 영유아들이 감염될 확률이 높다.
 
RS바이러스는 영아·소아에게 모세기관지염과 폐렴 증상을 유발한다. 소아의 가장 중요한 호흡기 병원체로서 2세까지 거의 모든 소아가 감염될 정도로 감염력이 높은 바이러스이다. 한 번 감염되면 평생 지속적으로 재감염되는 것이 특징이다.
 
성인의 경우 가벼운 감기 증상만 나타나지만,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신체기능이 약한 노인들의 경우 모세기관지염 또는 폐렴 등 중증 감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RS바이러스 감염증은 겨울에서 초봄 사이에 유행하며, 생후 수 개월 미만의 영아기에 발병률이 높다는 점에서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 독특한 편에 속한다. 온대지방에서는 겨울철에 유행하며 4~5개월간 지속된다. 감수성이 있는 영아의 절반 정도가 1차감염 이전 단계인 초감염을 경험하게 되는데, 2세까지 거의 모든 소아가 감염된다. 또 모든 소아기를 통해 유행 때마다 10~20%가 재감염된다. 한정실소아청소년과 한정실 원장은 "계절별로는 가을부터 초봄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드물게는 연중 어느 때나 발병하기도 한다. 특히 사람이 많은 공간에 어린 아기가 장시간 머물 경우 감염률이 더욱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어린이집같이 노출 위험이 큰 장소에 있는 소아의 경우 거의 100%가 초감염, 60~80%가 재감염을 경험한다. 초감염 때의 증상은 대개 열과 함께 코감기, 인두염, 중이염이 동반된다. 10~40%의 경우 기관지염, 기관지폐렴, 세기관지염과 같은 하기도기관지 감염이 생긴다.
 
■ 원인과 우려되는 중증 증상
RS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처음에는 콧물·인두통이 시작되고 1~3일 후에는 기침이 생긴다. 기침 시작 직후에는 기관지에서 쌕쌕거리는 천명이 들린다. 병이 더 진행되는 경우 흉곽과 폐가 과도하게 부풀어오르는 과팽대가 나타나기도 한다. 또 늑간 및 늑간 아래 부분의 함몰, 호흡수 증가, 입술·손끝·귀·점막 등의 부위에 산소 공급이 줄어들어 파랗게 보이는 청색증 등이 나타나는 모세기관지염도 유발될 수 있다. 더불어 콧물, 기침에 이어 호흡 곤란, 수유 불량, 보챔 등이 있다. 천명과 과팽대는 거의 없는 폐렴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가끔 중이염도 동반하고, 발진과 결막염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정실 원장은 "모세기관지염의 45~75%, 소아폐렴의 15~25%, 크루프의 6~8% 정도는 RS바이러스 때문에 발병한다"며 "잠복기는 약 나흘이며, 감염 환자가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침 또는 가래가 안개처럼 공중으로 퍼져 나오는 비말을 통하여 감염된다. 재감염 때에는 대개 가벼운 경과를 밟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 아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사망 위험률이 증가한다. 미숙아나 만성폐질환 또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고위험군 아기의 경우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진단과 치료
감염증의 확진은 가래나 콧물 등 호흡기 분비물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하거나 바이러스 성분을 검출해 배양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감기 증상을 일으키는 리보 핵산 바이러스인 리노바이러스나 폐렴·세기관지염이 있는 소아에서 박테리아가 검출되지 않으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증을 의심하게 된다.
 
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입원한 영아들을 추적한 결과 10년 뒤 천식 또는 비정상적인 폐기능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의료계에 보고되고 있다. 기관지나 세기관지 또는 폐포 등 하기도 감염으로 입원할 경우 사망률은 2%정도에 이른다. 하지만 신경계와 심장, 폐질환, 면역질환 등을 가지고 있거나 연령이 낮은 아기들일수록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로 인한 모세기관지염이 발생할 경우 사망 위험률은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 바이러스에 의한 1세 미만 유아 10만 명당 연간 사망률은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인한 사망보다 1.3~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는 질병의 원인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표면에 나타난 증상만을 가지고 이에 대응하여 치료하는 대증요법으로 한다. 입원한 환아에게는 적절한 수액요법과 산소요법을 병행한다. 1~4개월 된 영아의 폐렴인 경우 클라미디아폐렴이 의심되면 항생제를 투여한다. 클라미다아폐렴은 산모의 골반내 염증을 일으키는 클라미디아균에 의해 유발되는 폐렴이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의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은 1%정도이다. 영아기에 전형적인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모세기관지염을 앓은 소아의 35~50%는 천명이 동반되는 기관지염을 반복적으로 앓고 천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한정실 원장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증의 경우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증상에 따른 치료를 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감염이나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신생아 등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위생과 청결에 신경을 쓰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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