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과 멀어 편의시설 등 분양조건 미흡
도로 여건상 우회도로까지 만들어야 해


"그렇게 외진 곳에 아파트를 짓는다고요? 고갯길에 차들이 워낙 쌩쌩 달려서 도로가 위험한데…."

15일, 박연차 씨가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태광실업이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아파트를 지으려 한다는 생림면 나전리 산 162-1번지 삼계석산 일대, 이른바 삼계나전지구를 둘러보았다. 김해 시내인 삼계동 삼계사거리에서 생림면 방면으로 가는 생림대로를 따라 삼계나전지구로 진입하는 것부터 만만치 않았다. 삼계석산 앞은 경사도가 제법 심한 고갯길로 '나밭고개'라고 불린다.

삼계석산은 1994~2005년 채굴업체인 ㈜경부공영이 총 314만 7천㎡ 규모의 토석을 채취한 곳이다. 사업이 끝난 뒤 삼계석산 일대에는 성인 남자 허리 정도 높이의 소나무 묘목 수백 그루가 심어졌다. 하지만 토석 채취로 깎인 산은 잿빛 암석을 드러낸 채 흉물스럽게 방치됐다.

▲ 11년 동안 토석채취장이었던 삼계석산의 황량한 모습. 인근 주민들은 이곳에 아파트를 지으면 교통문제 등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삼계석산 일대를 둘러보고 있는 도중 교통경찰이 신호위반에 과속까지 하던 덤프트럭 한 대를 붙잡았다. 이 지역에서는 과속을 하거나 신호위반을 하는 차들이 더러 있다고 한다. 생림면에서 삼계동 방향으로 무섭게 속도를 내며 달려오는 차들은 한두 대가 아니었다.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돼 삼계석산 일대에 대규모 공동주택이 들어선다고 하자 인근 주민들은 걱정스럽다는 말부터 꺼낸다. 삼계동 주민 이 모(44·여) 씨는 "삼계석산 일대는 차량 통행이 많다. 게다가 고갯길이어서 자동차들이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속도가 80㎞ 이상 난다.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차량 통행이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삼계석산 앞을 지나는 생림대로에는 김해 시내~생림면·상동면을 오가는 차들이 많이 다닌다. 지난해 10월 김해시 도로과의 교통량 조사에 따르면 이곳에는 하루 1만 1천556~1만 1천615대의 차량들이 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삼계석산 앞은 고갯길이라 자동차들이 빠르게 달린다. 생림면, 상동면에 있는 산업단지의 공장들을 오가는 대형 트럭들도 많이 다녀 평소에도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지역이다.

김해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삼계나전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될 경우, 나밭고개의 경사가 높기 때문에 단차를 낮추는 공사를 실시해 삼계석산 입구와 나밭고개의 높이를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량 통행이 위험하다. 단차를 낮추는 공사를 진행하지 않으려면 삼계석산 아래 야훼김해수련장 쪽으로 우회도로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계석산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삼계나전지구 도시개발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삼계나전지구 도시개발사업 예정지는 가장 가까운 아파트와 3㎞ 가량 떨어져 있다. 생활편의시설도 한참 멀어 분양을 하면 과연 사람들이 몰려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해시의원들은 삼계나전지구 도시개발사업 추진은 태광실업에 대한 특혜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의원은 "삼계석산 일대는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아파트보다는 체육시설 같은 주민편의시설이나 노인요양원 같은 의료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주거지로 적합하지 않는 지역을 도시개발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은 태광실업에 대한 큰 특혜"라고 지적했다. 다른 시의원은 "삼계석산 일대를 태광실업이 개발한다면 시민들이 순수하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특혜 의혹의 꼬리표는 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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