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뉴스>는 생태교육기업 '자연과사람들'의 기고를 연재한다.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난개발 등에 시달리는 김해의 환경문제를 되돌아보자는 게 취지다. 김해에서 서식하는 동·식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김해시민들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물에서 헤엄치고 습지 서식하는 설치류
야생 증식 후 수생식물 마구 잡아먹고
수생생태계 교란에 농작물 피해도 잦아
방치 안된다는 공감과 퇴치법 더 찾아야

해질녘 습지나 강가로 산책을 하면서 보는 붉은 노을은 참 예쁘다. 노을을 배경으로 기러기 무리가 줄지어 날아오르면 금상첨화이다. 자연은 늘 곁에 있지만, 우리는 바쁜 일상에 마음 놓고 찾아가 보기가 쉽지 않다. 점차 도시화의 길을 걷고 있지만 김해는 산과 물이 어우러진 자연을 꽤 갖고 있는 곳이다. 한림의 화포천습지, 대동의 서낙동강, 장유의 조만강 등이 그런 곳이다.

차에서 내려 잠시 산책하면서 작은 다리를 건너는데 이전과는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검은 물체가 발 아래 다리 밑을 통과해 물을 거슬러 헤엄쳐 간다. 사람이 있는데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야"라고 소리를 쳐도 방향을 바꾸거나 헤엄치는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제 갈 길을 간다. 바로 뉴트리아다.

뉴트리아는 물에서 헤엄치고 습지에서 살아가는 반수서성 설치류다. 헤엄을 잘 치는 것은 뒷발에 물갈퀴가 있기 때문이다. 완전 오리발이다. 자세히 보면 뉴트리아의 코, 눈, 입은 나란히 일직선이다. 몸통 길이 40㎝, 꼬리 길이 30㎝에 몸무게는 6㎏ 정도 나가는, 작지 않은 크기다. 언론에 재미있고 예쁜 동물로 비쳐지는 수달과 비교될 만하다. 뉴트리아가 처음 야생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을 때, 수달이 나타났다는 신고가 와서 가보면 뉴트리아인 경우가 많았다.

뉴트리아라는 이름만으로도 토속 동물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우리나라에 원래부터 살고 있던 녀석이라면 '큰물쥐' 정도의 이름을 가지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고기와 모피를 얻을 목적으로 프랑스와 불가리아를 통해 들여온 100여 마리가 십수만 마리로 증식되면서 가축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소비 부진 때문에 생산을 포기한 농가들이 버린 뉴트리아가 야생화됐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뉴트리아가 야생에서 증식하면서 수생식물을 마구 먹게 됐는데, 이 때문에 습지의 자정능력 감소나 고유 생물종 감소 같은 수생태계 교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또 서식굴을 마구 파는 바람에 하안의 둑 변형과 붕괴, 주변 농작물 피해도 발생했다. 처음에는 남미 출신이라서 우리나라의 추운 겨울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뉴트리아는 보란 듯이 강물의 언 얼음 위를 걸었다. 이들은 털을 가지고 살아가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살아가는 쥐였던 것이다. 특히 김해를 비롯한 경남의 낙동강 수계를 중심으로 환경에 잘 적응해서 살고 있다.

▲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뉴트리아는 김해를 비롯한 경남의 낙동강 수계를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수생태계 교란 현상 등을 일으키기 때문에 반드시 박멸해야 하는 외래종이다.

뉴트리아는 환경부에 의해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됐다. 생태계교란종은 박멸하는 것이 원칙이다. 뉴트리아 퇴치에 대해서는 생명을 함부로 죽인다거나 퇴치법이 잔인하다거나 하는 등 말이 많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대로 놔뒀다가 고유의 생물이 사라지는 것은 더 싫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의 포획사업, 한국뉴트리아연구센터 설립 등 뉴트리아 피해를 막으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도의적인 대처법을 연구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더 찾아야 한다.

문제의 시작은 뉴트리아 야생 증식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문제를 만든 건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인간의 욕심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한 잘못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미워하기엔 얼음을 뚫고 올라온 뉴트리아의 눈빛이 너무 애잔하다. 필자의 야유에도 아랑곳없이 그들의 헤엄은 그렇게 평온해 보일 수가 없다. 뉴트리아는 우리의 잘못이다. 우리는 그런 잘못에 자책하고 반성해야 한다.

박태진 자연과사람들 연구원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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