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 놀기 좋은 계절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가장 좋은 시기에는 늘 '시험'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 시험을 안 보니 채점을 하고, 논문 마감에 쫓기고, 독감을 앓느라 밖에 나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경쟁적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상은 언제나 팍팍하고, 삶은 그래서 시들해 진다. 이런 때 일수록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잘 노는 일'일 것이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힘든 일상적 상황에서 인류가 행해온 오랜 처방책이 바로 '축제를 통해 노는 일'이었다. 축제의 목표는 인간의 본성을 차단하는 모든 권력과 불평등, 억압과 갈등을 걷어내는 것이다. 축제의 시·공간에서는 계층과 나이, 성별, 취향과 상관없이 한데 어울려, 일상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혼돈과 일탈의 동질감을 공유하게 된다. 그래서 축제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결속감을 제공해 주고 다시 살아낼 에너지를 준다.
 
해마다 4월이면 김해에서도 대규모 축제가 열린다. '가야문화축제'는 필자도 관심을 갖고 참가하는 행사다. '가야문화축제'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으며, 내용면에서도 공연과 전시, 체험과 이벤트가 고루 배치되는 내실을 갖추었다고 할 만하다. 참여하는 인원도 매년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이야말로 가야문화축제가 그 축제의 성격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가야문화축제'는 신화적 영웅의 행적이 깃든 김해의 문화적 정체성을 되살리기 위해 기획되었다. 그런데 '가야'는 문화적 실체감을 갖기에 너무 멀리 있다. 신화적 신성성은 축제의 정당성이면서 지금 우리가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근거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잊혀진 제국의 기억을 소환할 즐겁고 만족스런 통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야문화축제'는 스토리텔링(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 : 편집자 주)을 갖추어 가야문화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알려야 한다. 김해박물관은 김수로의 일대기를 통해 해마다 새로운 기획전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신화에 등장하는 핵심적 사건(신맞이, 탈해와의 싸움, 허왕후와의 혼인)은 다양한 콘텐츠와 결합하여 축제 요소가 될 수 있다.  축제의 내용과 함께 그 형식도 세심하게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일례로, 현재 진행되는 축제의 공연 무대는 너무 높다. 넓은 야외의 객석은 평지에 배치되어 있어 무대에 집중하기 쉽지 않다. 오광대처럼 난장에서 함께 어우러져야 민속공연은 그 생명력을 찾게 된다. 에든버러 축제에서처럼 거리에서 하는 소규모 '프린즈(Fringe)' 공연 형식도 생각해 볼 만하다. '관람'하는 축제 대신 참여하는 축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배려가 필요하다.
 
축제 인프라는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다른 축제에서처럼 셔틀버스를 운영하지는 못 하더라도 축제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전철이나 버스 노선에 대한 정보는 제공해야 할 것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김해시를 문화도시로 인식시킬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대중교통과 연계시킨 관광, 축제 정보를 실속 있게 제공하는 일이 아닌가 한다.
 
정체성을 갖춘 축제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축제의 전 과정이 독자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시에서 예산을 타 쓰고 평가받는 방식으로는 구색맞추기식 행사가 될 수밖에 없다. '가야문화축제'가 축제로 살아남으려면 장기적으로 지역민이 주체가 되어 축제의 내용과 예산, 진행 방식에 대해 논의하고 고민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노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는데 잘 노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제대로 된 일탈을 해야 성공적인 재통합이 가능할 텐데, 이번 중간고사기간도 이렇게 끝나간다. 다음 축제에서는 잘 놀 수 있을까?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