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실동 지하 1층에 2009년 개관
입구에서부터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
주민·관리소 등 적극적인 도움 손길도


분성아이파크작은도서관은 삼계로 232 현대아이아파트 관리사무실동 지하 1층에 있다. 2009년 7월 개관했다. 사무실에서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지하로 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파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오면 입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늑하고 조용한 느낌이 든다.
 
입구 유리문 밖에서 도서관 내부가 환하게 보인다. 문을 연 뒤 신발을 벗고 들어서면 곧장 도서관 내부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난방이 된다. 서가는 벽면을 따라 진열돼 있다. 왼쪽 창으로 보이는 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벽화는 또 다른 공간으로 들어서는 입구를 그린 그림이다. 아무도 몰래 정해진 시간에 슬쩍 몸을 던지면 벽화 속 세상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해리포터가 킹스크로스 역 9, 10번 승강장 사이에 있는 '9와 4분의 3번 승강장'으로 들어가 호그와트행 급행열차를 타고 가듯이 말이다.
 
벽화가 그려진 벽과 도서관 사이는 책을 읽다 잠시 나가서 머리를 식히기에 좋은 공간이다. 도서관 내부에서 나갈 수 있는 출입문도 있다. 여름에는 시원하게 문을 열어둔다고 한다. 도서관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공간이다. 어린이들은 벽화그림 아래에서 비밀 이야기를 속삭이기도 한다.
 
도서관 내부에는 숨어서 책 읽기 좋은 '골방'이 3개 있다. 네모난 도서관의 구석 3곳을 이용해 만들었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공간을 활용한 것이다. 도서관 내부에는 새가 날아드는 나무 등 어린이들의 감성을 차분하게 안아주는 그림들도 장식돼 있다.
 
분성어린이파크작은도서관은 아파트 단지의 한가운데에 있다. 접근성이 좋아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많이 이용한다. 도서관 개관을 위해 당시 입주자대표회 이성배 회장, 석휘용 전 관리사무소장이 많은 노력을 했다. 아파트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이 회장은 도서관 관장을 개관부터 지금까지 맡고 있다.
 
박성수 현 소장과 관리소 직원들도 도서관 시설 관리를 자기 일처럼 도와준다. 입주자대표회는 도서관의 연간 전기세와 매월 신간도서 구입비 10만 원을 지원한다.
 

▲ "조용하고 아늑한 도서관, 책읽기 좋은 도서관입니다." 박성수 아파트관리소장, 홍선영 사서, 자원봉사자 김유정, 윤혜라 운영위원과 아기를 안은 주부 이용자(왼쪽부터).

주민들도 도서관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많다. 도서관 운영위원인 김수정, 이병호, 양윤자, 양해복, 윤혜라, 문말자 씨는 아파트 초기 입주자들이다. 통장, 동대표 등을 맡았던 이들은 개관 때부터 지금까지 기부 등을 통해 도서관 운영을 적극 돕고 있다. 윤혜라 운영위원은 "도서관을 개관할 때 책 정리를 도와주다가 운영위원까지 맡게 됐다. 인문학에 관심이 많다 보니 책을 좋아한다. 도서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선영 사서는 "우리 도서관은 다른 작은도서관에 비하면 조용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들과 주민들이 책을 읽고 공부도 하는 도서관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방침으로 운영한다. 개관 초기에는 도서관을 알리기 위해 이벤트를 했다. 도서관이 정착한 뒤에는 본래의 역할로 돌아왔다. 문화센터 식의 강좌를 하지 않고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현재 도서관에서는 '초·중등 NIE', '독서교실', '유아 동화구연',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홍 사서는 또 "아파트 단지 안에 어린이집이 8곳 있다. 오전 시간에는 단체로 도서관을 방문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이 도서관에 가득 들어오면 꽃이 활짝 핀 것 같다"며 웃었다.
 
도서관 자원봉사자 김유정 씨는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 살 때는 책 한 권을 보기 위해 도서관에 다니는 게 너무 힘들었다. 공공도서관을 이용하기가 어려워 회비를 내고 집 근처 교회에서 운영하는 회원제 도서관을 이용하기도 했다"면서 "김해에 와서 '도서관의 힘과 저력'을 비로소 느꼈다. 김해의 책두레 시스템은 정말 환상적이다. '이런 책 세상이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 작은도서관이 가까이 있는데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꼭 이용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민 김지선 씨는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는 자녀를 집에 바로 데려가지 않고 도서관으로 가곤 한다. 그는 "아이가 학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집에 가면 다시 챙겨 나오기가 번거롭다. 그래서 바로 도서관에 가서 숙제를 하게 하거나 관련 책을 함께 찾아본다. 초등학교 3학년인 큰 아이와는 도서관에서 만나자는 약속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도서관에 있다는 걸 알면 걱정이 안 된다.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는 읽고 싶은 책을 실컷 읽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기다린다. 도서관에서 육아와 자녀교육 관련 책을 다 읽다시피 했다"며 도서관 자랑을 늘어놓았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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