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가 김해시청을 찾아갔다. 김해시가 태광실업(박연차 명예회장)의 삼계석산 일대 부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를 하기 위해서였다. 취재를 끝낸 김 기자와 함께 '나와 맛집' 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배창한 김해시의회 의장과 만나기로 한 장유의 한 식당으로 향했다.

그때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1년여 동안 연락조차 없었던 태광실업 관계자의 번호가 떴다. 그는 "누가 점심이나 하자고 한다"고 전했다. 무엇 때문에 전화를 했는지 짐작이 갔다. "그러자"고 대답했다. 목요일인 지난 12일에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이 관계자가 전화를 한 것은 김 기자가 취재를 마치고 나서 30분도 안 된 시점이었다. 혹시 김해시에서 태광실업 측에 취재 사실을 전해 준 건 아닐까?

김 기자는 삼계석산 문제를 계속 취재했다. 태광실업 관계자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점심 약속을 월요일인 지난 9일로 바꾸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러자고 했다. 약속 장소는 어방동의 복국 집이었다. 약속 장소에는 전화를 걸었던 태광실업 관계자와 '박연차 회장을 오래 모신 측근'이란 사람이 나왔다. 휴대폰 녹음 때문에 요즘은 터놓고 말하기가 힘들다느니 하는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복국을 먹고 난 뒤, 인근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손님들이 제법 많이 들락거렸다. 나와 그들은 스피커 소음이 있는 도로 쪽 좌석에 앉았다.

'박연차 회장의 오랜 측근'은 삼계석산 부지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그는 자신이 도시개발구역 지정 문제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기사를 안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직접 들은 이야기와 김 기자의 취재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측근'은 태광실업 관계자에게 잠깐 자리를 비켜달라고 주문했다. 그가 자리를 뜨고 나자, '측근'은 갑자기 "'세이(형님의 경상도 사투리)'가 회식비나 좀 주겠다"면서 봉투를 꺼내려 했다.(참고로 나는 사회에서 일로 만난 사람에게 '형님'이라고 해 본 적이 없다.)

'측근'은 그러면서 "이번 일이 잘되면 부산일보와 자회사인 <김해뉴스>에 광고를 하겠다. 나는 빈말 하는 사람 아니다"고 덧붙였다. 당혹스러운 순간이었다. 나는 "평소 후배기자들에게 촌지를 받지 말라고 요구한다. 그런 내가 어떻게 촌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 광고 문제는 거기서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거절한 뒤 헤어졌다.

며칠 뒤, 부산일보와 <김해뉴스>에 삼계석산 부지 특혜 시비 관련 기사가 나갔다. 이번에는 '측근'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한 번 기사가 나갔으니 체면치레는 한 것 아니냐. 이제 그만 하라"고 요구했다. 나는 "잘 생각해 보겠다"고 '친절하게' 대답했다.

김 기자는 박연차 회장과 관련된 다른 문제를 동시에 취재했다. 며칠 뒤 '측근'한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그 문제까지 건드리려 하느냐. 이제 그만 하라"고 요구했다.

개인적으로는 '측근'의 이 비릿한 행태를 통해 김해를 뒤덮고 있었던(혹은 있는) 돈과 행정, 언론의 추악한 관계를 새삼 확인한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박연차 회장의 입장도 궁금해졌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최근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김해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그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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