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근 가야대 행정대학원장
인류의 진화는 아직도 진행 중인가? 최초의 인류라고 여겨지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대략 200만 년에 걸쳐 진화해 왔다. 진화생물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생각하는 사람, 지혜로운 사람을 뜻하는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는 아직도 진화 중이라고 한다. 논쟁이 있다면 어떤 학자들은 진보적 진화의 과정을 거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학자들은 다양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간다고 주장하는 것 뿐이다.
 
인류의 진화는 다른 동물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도구, 불, 언어의 사용에 의해 급속하게 진행되었다. 도구와 불은 농경생활과 공동생활을 가능케 하였고, 언어는 인간의 지혜를 모으고 소통하는 강력한 수단이었다.
 
어느 동물보다 나약한 존재로 태어나는 인간이 자연세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중요한 무기이기도 했다. 정보사회에 접어든 지금도 인류는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디지털 정보기술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등장한 호모나랜스(homo narrans)는 1999년 존 닐이 만들어 냈다. '이야기하는 인간'이다. 이야기 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소위 디지털 수다쟁이들을 쏟아냈다. 종이공간을 뛰쳐나온 이들은 가상의 신세계에서 그동안 억눌려왔던 이야기 본능을 마음껏 풀어내고 있다. 유튜브, 블로그, SNS 등의 디지털 공간이 호모나랜스의 놀이터가 되어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고, 변형하고, 전파하고 있다. 심지어 호모나랜스들의 위력은 경제와 정치의 장에서까지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2006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를 선정했다. <타임>은 선정 이유로 '당신'이 정보화 시대를 지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바로 '당신'이 단순히 인터넷 정보의 수신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자로 활동하며 디지털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사회현상을 만들어 내는 데 적극 기여했다는 것이다.
 
'호모작대기우스'라는 신인류는 셀카봉과 함께 등장했다. 스마트폰으로 자신을 모습을 담아내기에는 늘 2%로 부족했던 인간은 결국 셀카봉이라는 보조수단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작대기가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나타내는 상징적 도구만은 아니다. 오히려 작대기 하나가 인간 집단 속에서 보다 진화된 사회의식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셀카봉이라는 이름이 갖는 '나홀로'라는 의미와 달리 '여럿이'를 한 앵글 속에 담아내는 공유의식을 만든 것이다. 작대기를 향해 우르르 모여드는 신인류들이 결국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 다른 문화를 만들고, 신산업을 탄생시켰다. 뉴욕타임즈가 2014년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셀카봉을 선정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는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신인류가 탄생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꿔 놓아 스마트폰이 없이 살기 어려운 포노사피엔스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했다. 포노사피엔스의 생활방식은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가진 포노사피엔스의 80%는 잠자리에서 일어난 뒤 15분 이내에 문자와 뉴스를 확인한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책을 읽고, 경제·문화 활동을 하고, 자신의 건강을 체크한다. 권력자들을 감시하고 부조리를 고발하는 등 민주주의를 증진하는 역할도 한다. 심지어 스마트폰이 없으면 하루도 살수 없는 노모포비아라는 신종 병도 생겼다.
 
<이코노미스트>에 의하면, 포노사피엔스는 '이제 막 세상을 바꾸려 할 뿐이지, 사실 변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고 한다, 앞으로 포노사피엔스 시대가 얼마나 지속될지, 어떤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디지털 신인류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적자생존이 아니라 공존이고 공유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통섭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미래에는 이기적인 인간이 설 곳이 없다. 협력하는 인간만이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한다. 어쩌면 공생하는 인간, 호모심비우스(homo Symbious)가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가장 경쟁력 있는 신인류의 모습이 아닐까.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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