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자 전국 곳곳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다들 마라톤이 안전한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위험한 운동이다. 마라톤에서 사망사고의 발생 개연성은 거의 100%에 육박한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전국의 거의 모든 마라톤 대회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으나 부산에서는 아직 한 명의 사망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마라톤 응급의료시스템을 잘 가동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지난 23년 간 수백 차례의 국내외 재난현장 및 마라톤대회장에서 응급의료 지원에 나선 덕에 사고의 원인과 예방법, 초기 대응요령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게 됐다.

마라톤은 장시간 전신을 이용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호흡, 혈압, 맥박, 체온 등 생체징후에 이상이 올 수 있다. 그 원인은 주로 복사열·탈수에 의한 저혈량성 쇼크와 심장성 쇼크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복사열·탈수에 의한 저혈량성 쇼크가 있다. 심한 외상을 입어 피를 많이 흘리면 생명을 잃게 되는 것처럼 마라톤 레이스 도중 발열로 인해 심하게 땀을 흘리면 탈수 때문에 혈액의 기능이 떨어져 피를 많이 흘린 것처럼 의식을 잃고 쓰러져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출발 직전에 이온음료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또 레이스 중에는 갈증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머리에 물을 뿌리는 게 좋다. 그러나 물이 신발에 흘러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발가락이나 발 부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 레이스 도중 발생하는 사망사고의 다른 원인은 심장성 쇼크다. 쇼크의 증상과 징후들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한 가지 증상이나 징후로 환자를 평가할 수는 없다. 레이스 도중 갑자기 무기력감, 의식 저하, 가늘고 약한 맥박, 빠른 호흡, 점막 탈수, 호흡 곤란, 가슴 통증과 압박감 등의 증상을 느끼면 즉각 레이스를 중단하고 응급의료요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마라톤 레이스에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초기의 신속한 응급 대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마라톤 대회 때 주로에 다수의 응급의료전문요원들을 배치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선수들의 상태를 1분 이내에 즉각 인지하고 레이스를 중단시켜 초기에 신속히 응급처치를 해야 목숨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가 레이스 도중 갑자기 이상 징후를 보이면 주변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요령으로 도와야 한다. 먼저 선수가 갑자기 주저앉거나 쓰러져 숨을 가쁘게 쉬는 경우가 있다. 얼굴 근처에 푸른 기운이 돌고 식은땀을 흘리거나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환자를 안전한 장소로 일단 옮긴다. 어깨를 살짝 꼬집어 의식을 평가한 뒤 의식이 있으면 본인에게 어디가 불편한지를 물어보고 호흡을 잘 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눕힌 뒤 구급차가 도착하길 기다려야 한다.

만약 선수가 의식을 잃고 호흡을 하지 않는 경우 기도를 유지하고 30회 흉부압박과 호흡공급 2회를 1주기로 실시하면서 구급차가 도착하길 기다려야 한다.

쓰러진 선수가 얼굴은 창백하지만 호흡곤란이나 흉통을 호소하지 않는 경우에는 서늘한 그늘로 신속히 옮긴 후 다리를 20~30cm 정도 높여주고 허리띠와 옷을 느슨하게 풀어주어야 한다. 단 어떤 음식도 먹이지 말아야 한다. 선수의 얼굴이 붉고 심한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서늘한 그늘로 옮긴 후 얼음물을 얼굴과 머리에 뿌려주어야 한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평소 이런 점을 명심해 둘 필요가 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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