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4번째 작은도서관 개관
아이들이 꾸준히 책 읽도록 유도 목표
학년에 따라 도서 목록도 구분해 권장

2008년 12월 개관한 '생각이크는작은도서관'은 김해에서 14번째로 세워진 작은도서관이다. 진영읍 진영리 진영자이아파트 관리사무실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작은도서관은 독서시설이 부족한 진영읍에서 '책 읽는 공간'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진영자이아파트에서 만난 한 초등학생에게 생각이크는작은도서관이 어디 있는지를 물었다. 그 학생은 냉큼 도서관 위치를 설명해주더니 도서관 자랑을 늘어놓았다. "우리 아파트 도서관은 진짜 좋아요. 방학 때 그곳에 있는 위인전을 전부 다 읽었어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도서관은 어떤 곳일까. 관리사무실 건물 지하로 내려가니 투명유리로 된 생각이크는작은도서관 입구가 나왔다. 도서관 면적은 118.5㎡(약 35평) 정도로 넓지 않다. 안에 들어가자 아늑하고 조용하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어린이들이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예쁜 디자인의 '골방'이 눈에 띈다. 벽면을 따라 세워진 서가에는 책들이 꽉 차 있다. 개관 당시 2천738권이던 책은 지금은 3천 권을 넘는다고 한다.
 
생각이크는작은도서관 중앙에는 책상과 의자가 배치돼 있다. 의자는 10개 정도에 불과하다. 바닥에 편하게 앉아 책을 읽는 어린이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상은, 사서가 학생들과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박경희(56·여) 관장과 김양현(41) 사서가 책상 앞에 나란히 앉았다. 박 관장은 작은도서관을 열게 된 배경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진영자이아파트, 중흥S클래스아파트, 진영코아루아파트 등이 2007년까지 잇따라 만들어졌어요. 3개 아파트의 입주 가구만 4천 가구가 넘지요. 하지만 옛 시가지에 있는 진영도서관은 거리가 멀어 입주자들이 작은도서관을 열자고 요청하고 나섰답니다."
 
도서관이 부족한 진영신도시에서 생각이크는작은도서관이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설명해주는 이야기였다.
 

▲ 생각이크는작은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다정하게 책을 읽고 있는 박경희(오른쪽 두번째) 관장과 김양현(맨 왼쪽)사서.

진영자이아파트 입주민들은 생각이크는작은도서관 개관에 앞서 도서관 운영위원 모집공고를 붙인 뒤 자발적으로 찾아온 어머니들을 모아 운영위원회를 결성했다. 이 모임을 중심으로 어린이들을 도서관으로 이끌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논의했다고 한다. 김 사서는 "도서관 개관 당시 취학 아동보다 미취학 아동이 훨씬 더 많았을 정도로 젊은 부부들이 진영신도시에 많이 살았다. 미취학 아동들부터 도서관에 꾸준히 오도록 만들 생각으로 체계적인 독서프로그램을 연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마련한 독서프로그램은 '모여라! 독서왕'이었다. 2009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이 독서프로그램은 참가 어린이들에게 하루 20분씩 두 차례에 걸쳐 책 읽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매일 책을 40분 가량 읽게 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프로그램에 1년 동안 참여한다고 할 경우 쌓이는 독서시간은 엄청나다. 학생들이 그만큼 책과 가까워지게 된다는 것이다.
 
학년에 따라 권장하는 책의 종류도 다르다. 초등학교 1학년은 위인전, 한국사와 관련된 책을 읽는다. 2학년은 그리스로마신화, 세계사와 관련된 책을 읽는다. 3~4학년의 경우 사회·경제 및 고전문학 관련 책을 주로 읽고 있다. '모여라! 독서왕' 운영 덕분에 생각이크는작은도서관은 2013년 10월 '제2회 청소년 독서문화진흥상대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독서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나가면서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의 독서능력은 크게 향상됐다.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김 사서는 "학생들이 책을 읽은 뒤 학생들과 책 줄거리를 놓고 대화를 나눈다.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있었다. 지금은 3학년인데, 독서프로그램에 2년 참가한 덕분에 중학생 못지않게 자신의 생각을 잘 나타낸다"면서 "우리 도서관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책 읽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이 크게 성장했다는 것을 깨닫고 감사의 말을 전해 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박 관장도 "학부모들이 '도서관에 자주 보냈더니 책 읽는 습관을 스스로 익혀 온다'며 도서관의 독서프로그램을 아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각이크는작은도서관에 대한 주민들의 만족감이 높아지자, 진영자이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해부터 상·하반기로 나눠 도서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예산은 모두 책을 구입하는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박 관장은 "도서관을 개관할 때만 해도 일부 입주민들은 도서관을 미취학 아동들의 놀이방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용의식이 많이 달라졌다. 입주민 대부분은 '도서관다운 도서관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작은도서관이지만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발전시켜 나간다면 앞으로 오랫동안 주민들의 자랑거리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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