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홍승자 가야가락예술단장이 꾸지뽕 특유의 노란 빛과 녹두의 연둣빛이 감도는 '대동가정식' 오리백숙을 그릇에 담으며 흐뭇하게 웃고 있다.

꾸지뽕·헛개·토봉령·옻·영지버섯
녹두와 렌틸콩까지 넣어 푹 삶아
노랗고 연둣빛 도는 진한 국물
부드러운 살코기와 어울려 "얼~쑤"

비름나물·취나물·목이버섯 …
소박하고 정갈한 12첩 밑반찬
다채로운 맛의 향연으로 입맛 자극
강황·꾸지뽕 밥과 송담차도 손길

판소리는 온 몸을 사용해 소리를 내는 예술이다. 목뿐만 아니라 몸 전체로 소리를 해야 하니 건강이 중요하다. 듣는 사람의 마음까지 뻥 뚫릴 듯한 시원한 소리에서 깊은 마음속 애절한 심정을 담아내는 소리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소리꾼 홍승자의 단골집은 어디일까. 홍승자 가야가락예술단 단장이 추천한 음식은 오리백숙. 몸보신에 좋다는 음식이다.
 
부원동 김해세무서 근처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대동가정식' 안으로 들어섰다. 식당 입구도 실내의 방도 원목으로 장식된 식당 분위기가 '가정식'이라는 이름과 잘 어울렸다. 홍 단장이 미리 와 기다리고 있던 방으로 들어서니, 식당이 아니라 지인의 집에 초대를 받은 듯 푸근한 마음이 들었다.
 
대동가정식의 메뉴는 정식, 뼈다귀해장국, 감자탕, 오리불고기, 오리백숙 등이다. 홍 단장이 오리백숙을 미리 주문해 놓았다고 했다. 그는 "옛말에 소고기는 누가 사줘도 먹지 말고, 돼지고기는 사주면 먹고, 오리고기는 자기 돈 주고라도 사먹으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오리고기가 몸에 좋다는 말이 아니겠느냐. 나 역시도 건강상의 이유로 소·돼지고기를 피하고 오리고기를 즐겨 먹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반찬이 먼저 상에 올라왔다. 비름나물, 취나물, 목이버섯, 늙은호박나물, 동나물 등 12첩이 소박하면서도 정갈하게 상 위에 놓였다. 고소한 참기름에 무친 나물이 있는가 하면 새콤한 나물, 간장으로 달착지근하게 조린 나물, 매콤새콤한 초고추장 양념을 한 나물…. 나물의 본래 맛에 양념 맛까지 더해져 다채로운 맛의 향연이 끝없이 이어졌다. 다듬고, 데치고,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나물반찬이 여러 가지이니 어느 것부터 젓가락을 대야할지 고민에 빠질 지경이었다.
 
"요즘은 식당마다 반찬 맛이 똑같더라. 식당에서 직접 반찬을 만들지 않고 도매상에서 반찬을 받아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대동가정식의 반찬은 정말 신선하고 맛이 살아있다는 게 느껴진다." 홍 단장의 말대로 건강이 느껴지는 반찬이었다. 주방에서 직접 음식을 만드는 조계선(63) 씨가 "손님들이 밥을 먹고 난 뒤 남은 음식을 싸달라고 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대동가정식은 직접 재배한 채소와 농사를 짓는 지인에게서 받아온 채소로 반찬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주 요리인 오리백숙이 나오기도 전에 반찬 칭찬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음식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조 씨의 말에 자신감이 넘쳤다. 조 씨는 매일 아침마다 채소를 다듬고, 반찬을 정갈하게 준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노력에 정성까지 더해진 반찬이다. 그래서인지 개업한 지 1년밖에 안 된 식당인데도 점심시간이 되면 정식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로 가득찬다. 조 씨는 "아침에 반찬을 만들면 며느리들한테도 다 나눠준다. 우리 가족이 먹을 음식인데 좋은 재료를 쓰지 않을 수가 없고, 정성을 쏟지 않을 수가 없다. 손님들도 나에게는 가족"이라고 말했다.
 

▲ 다섯가지 약재와녹두·렌틸콩을 넣어 오리와 함께 푹 삶아낸 오리백숙(위)이 먹음직스럽다.강황과 꾸지뽕으로 지은 밥.(아래)
드디어 오리백숙이 나왔다. 익혀 나왔지만 식지 말라고 상 위에 있던 가스버너 위에 다시 올렸다. 국물이 누르스름한 빛깔이었다. 한소끔 더 끓자 구수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오리백숙을 삶은 육수에는 꾸지뽕, 헛개, 토봉령, 옻, 영지버섯 등 5가지 약재가 들어간다. 거기에 녹두와 렌틸콩을 넣어 푹 삶는다. 꾸지뽕 특유의 노란 빛과 녹두의 연둣빛에 오리백숙이 그대로 물들어 있었다.
 
오리백숙은 국물만으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고기 살은 부드럽게 찢어졌다. 삼삼해서 굳이 소금에 찍어먹지 않아도 간이 맞았다. 느끼하지 않아 자꾸 손이 갔다. 조 씨는 "그날 잡은 오리만 소량으로 받아와 하루만 장사를 한다. 받아온 오리가 다 떨어지면 손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오리 요리를 못 한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찬이나 오리나 소량씩 필요한 만큼만 준비하는 것이 대동가정식 맛의 가장 큰 비결이었다.
 
백숙을 먹는 중에 강황과 꾸지뽕으로 지은 밥이 나왔다. 강황은 위장과 치매에 좋다고 알려진 '황금 푸드'이다. 노란 빛깔 때문에 카레 맛을 상상하면서 황금빛 밥을 한 입 넣었는데 카레와 전혀 맛이 달랐다. 자극적이거나 진한 맛이 없이 구수한 맛이 났다. 백숙과 함께 먹으니 더 맛이 났다. 대동가정식에는 당뇨와 관절에 좋은 송담차에서부터 철을 맞은 봄나물과 오리백숙, 밥에 이르기까지 건강과 관련되지 않은 반찬이 없었다. 식사를 마친 뒤 송담차를 마시니 입안도 개운해졌다.
 
오리백숙도, 강황밥도, 반찬도 어느새 그릇 밑바닥이 보일 정도로 비워졌다. 홍 단장은 소리의 고장이면서 맛의 고장인 전라남도 출신이다. 그런 그가 인정하는 맛집에서의 한 끼 식사는 푸근하고 즐거웠다. 맛뿐만 아니라 제대로 몸보신까지 한 느낌이었다. 
 
정성이 깃든 이 음식들이 홍 단장에게는 지치지 않는 에너지원이 되어주는 게 아닐까. 홍 단장은 매년 약 70번의 크고 작은 공연을 치러내면서 제자들을 기르고 있다. 하루도 바쁘지 않을 날이 없는 홍 단장이 올해는 새로운 도전을 할 생각이다. 홍 단장은 "20년 전에 김해에 온 뒤로 끊임없이 공연을 하면서 우리 소리를 알려왔다. 이제는 시민들도 우리 소리와 조금은 가까워진 듯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국악창작오페라를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도 시민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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