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 등에 1만여 마리 찾아와 월동
큰기러기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


김해를 상징하는 여러 생물들이 있다. 시의 꽃은 매화, 시의 나무는 은행나무다. 그럼 김해의 새는 무엇일까. 바로 기러기다.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기러기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해의 새는 원래는 까치였지만 2011년 기러기로 바뀌었다. 예전엔 까치가 반가운 사람을 맞이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새였지만 최근에는 농작물에 피해를 많이 주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그래서 여러가지 새들을 놓고 고민하다가 기러기를 새로 선정한 것이다.

▲ 매년 수천 마리가 김해를 찾는 큰기러기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기러기는 겨울이면 김해에 아주 많이 찾아오는 새다. 특히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는 겨울이면 1만여 마리 넘게 화포천습지나 낙동강변을 찾아온다. 시민들은 겨울에 아침, 저녁으로 이동하는 기러기 무리를 자주 봤을 것이다.

최근 들어 더 많은 기러기가 김해를 찾는다. 이것은 겨울에 철새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포천습지와 근처의 봉하마을, 퇴래마을에서는 겨울에 새들이 쉴 수 있도록 주민들이 무논을 만들고 볏집과 먹이도 공급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러기는 김해의 역사, 문화와 매우 관계가 깊다. 가야시대 때만 하더라도 김해평야는 김해만이라고 하는 바다였고 큰 하구였다. 겨울이면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많은 수십만~수백만 마리의 새들이 날아왔을 것이다. 그러다 봄이 되면 싹 사라져 버렸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이 새가 얼마나 신기했을까. 그리고 어디로 없어지는지 얼마나 궁금했을까. 그래서 조상들은 새들이 죽은 사람의 영혼을 데리고 하늘나라로 보내준다고 믿었다. 국립김해박물관에 가면 여러 무덤에서 나온 오리, 기러기 모양의 토기들이 많이 전시돼 있다. 기러기 모양 토기는 조상의 혼이 담긴 유물이다.

큰기러기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매우 귀한 생물이다. 전세계적으로 숫자가 크게 줄어 보호가 필요한 새다. 이런 생물이 김해에 살고 있다는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수천 마리의 큰기러기가 김해의 습지와 들판에서 평화롭게 겨울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기러기는 사랑과 화합의 상징이다. 기러기는 한번 짝을 지으면 평생을 함께한다. 그래서 옛 결혼식에서는 '목안'이라고 해서 나무기러기 한 쌍을 가운데 놓고 식을 올렸다. 기러기는 시베리아에서 우리나라로 매년 수천㎞를 이동할 때 'ㅅ' 형태로 날아온다. 긴 여행에서 아픈 기러기가 생기면 내버려두지 않고 일부 기러기들이 기다렸다가 건강해지면 함께 날아온다. 정말 화합하는 마음과 배려심이 깊은 새다.

한 가지 생물을 상징으로 정한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이제는 그 생물이 잘 살 수 있도록 사람들이 노력해야 할 때다. 생물은 절대로 혼자서 살 수가 없다. 자연환경이 보존되지 않으면 더이상 김해에서 살지 못한다. 수천 년 동안 김해를 찾아오고 있는 기러기들이 앞으로도 계속 김해를 찾을 수 있도록 어떻게 환경을 보존해야 할지 고민할 때이다.

곽승국 자연과사람들 대표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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