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세정 독자·부산 사직동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리빨리'라는 말을 좋아한다. 예전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처음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리라는 말을 좋아하고, 실제로 뭐든 빨라야 한다. 건물도 빨리 짓고 도로도 빨리 닦는다. 심지어 유행마저도 빨라 좀 따라가려고 하면 이미 바뀌어 있다. 사회에 만연한 일종의 병인 것 같다.
 
빠름이 무조건적 나쁜 것은 아니지만, 빨리 지어진 건물은 부실공사로 이어지고 빠르게 닦은 도로에는 씽크홀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빠르게 바뀌는 유행에 매년 버려지는 옷은 또 얼마인가.
 
이제 대세는 '슬로우'다. 그동안 마하의 속도로 달려온 사람들이 그 부작용을 깨닫고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쁜 일상 속 정크푸드로 자신을 축내던 사람들은 텃밭을 가꿔 거기서 천천히 자라는 야채들을 먹으며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챙기고,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했던 일상을 돌아본다.
 
스마트폰이라는 간편한 도구는 앉은 자리에서 무궁한 지식들을 주지만, 바로 앞의 가족·친구·동료 들과는 멀어지게 만든다. 슈퍼컴퓨터처럼 모르는 게 없을 것 같은 스마트폰도 주변의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감동을 느끼는지는 모른다. 필자는 천천히 맞은편에 앉은 사람의 표정을 살피고 감정을 느끼는, 다소 긴 노력을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 사람과 교감했을 때 비로소 웃고 떠들며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빨리 움직인다고 행복이 빨리 오는 것은 아니다. 천천히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 행복으로 다가올 때가 있으며, 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불현듯 찾아오기도 한다. 빡빡한 일상에서 하루쯤은 공원을 거닐며 산책하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