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 강한 자신만의 '시크릿 가든'
달콤함에 빠져들수록 현실 괴리 커져

새해 첫 로또 당첨자 4명이 39억 원씩 받게 되었다는 인터넷의 기사를 보는 순간 '와! 정말 좋겠다' 하는 생각이 스쳐감과 동시에 환상으로 빠져든다. '만약 내가…'로 시작하는 이 매력적인 순간을 거부할 만한 차가운 이성의 힘을 가진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가끔은 좋아하는 드라마 주인공이 목숨도 아끼지 않고 나를 사랑한다는 달콤한 환상을 고장난 비디오테이프처럼 머릿속에서 돌리고 또 돌리기도 한다. 환상은 끝이 없다. 부모를 재벌로 바꿀 수도 있다. 아이는 천재로, 배우자는 어릴 적 이상형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 부자가 될 수도 있으며 날씬해질 수도 있고 유명해질 수도 있다.
 
사람들은 묻는다. "그게 뭐가 나쁜가요?"
 
환상은 힘든 현실을 견뎌야 할 때, 혹은 그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 우리가 빠져드는 심리적인 피난처이다. 동시에 빠져 나왔을 때 왠지 모르게 불편감을 느끼게 하는 양면을 가진 장소이다. 잠깐의 환상이라면 무해하다. 그래서 누구는 로또를 '7일간의 행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실을 무시하거나 부인하지 않고 잠깐씩 꿈속으로 들어가서 달콤함을 맛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상이 지나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선 현실로 돌아와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마주하면 견딜 수 없는 비참함, 슬픔, 현실과 괴리된 느낌이 든다. 현실에서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만한 어떠한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았음에도 그저 환상 속을 헤매다 돌아오는 것만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스스로가 불행하게 느껴지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없을 것 같은 자신감 상실에 혼자라는 외로움까지 느끼게 된다.
 
환상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두려워서 잘 알면서도 자꾸만 그 속에서 머물고 싶어지고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너무 멀리 들어가 버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우리가 하는 생각, 바로 그것을 하면 된다. '여기가 어딜까.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지금 현재를 자각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처방약이다. '내가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을 꿈꾸고 있었구나'라고 자각한다면 환상을 상상으로, 상상을 꿈으로, 꿈을 목표로, 그리고 목표를 구체적 계획으로 점차 바꿔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계획을 실천할 힘을 키우는 것이다.
 
첫째, 자신의 느낌을 늘 살펴보는 일이 도움이 된다. 지금 이 느낌은 어떤 생각 끝에 따라온 것인지, 그 생각은 긍정적이며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차근히 생각해보는 것이다. 둘째, 스스로에게 칭찬을 하거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때로는 자신에게 상도 주는 것이다. 칭찬과 상은 아이들에게나 필요한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 달에 하루, 그 하루 중 반나절은 온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미리 계획을 세우고 그 시간을 기다린다면 우리는 굳이 환상 속으로 빠져들지 않아도 '내가 발 딛고 있는 현실도 살만한 곳이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어루만짐이 필요하다. 아이의 볼을 쓰다듬고 손을 잡고 뽀뽀를 하는 신체적인 어루만짐도 필요하지만 말로 하는 칭찬, 인정 그리고 따뜻한 눈빛과 미소도 필수적이다. 우리가 환상 속으로 빠져들 때는 스스로에게 심리적인 어루만짐을 허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어나지 않을 일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리고 깨어났을 때 더 힘든 현실과 마주해야 함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 중독된 달콤함에 빠져드는 자신만의 '시크릿 가든'인 셈이다. 환상 속으로 자꾸만 빠져 들어간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위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지금 이 순간 현실적으로 가능한 계획을 실천하고 그렇게 하는 자신을 '지금 넌 정말 잘 하고 있어. 이렇게 계속 해나가는 거야'라고 격려하라. 이것을 올해의 남은 목표로 잡아보면 어떨까.

 

김해뉴스
박미현/ 한국통합TA연구소 관계심리클리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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