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도의회 최학범 의원이 단골 고깃집인 삼산축산식육식당에서 직접 고기를 굽고 있다.


깻잎·상추 대신 민들레·샐러리 등
주인장 부친이 기른 야채 특색
암퇘지 모듬도 메뉴 한켠

경남도의회 최학범(49) 의원(새누리당)은 바쁜 사람이다. 우연히 그의 스마트폰 달력을 봤더니, 단 하루도 빈틈없이 일정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런 사정을 잘 아는지라 점심 한 끼를 나눌 약속을 잡기도 여의치 않았다. 날짜를 두 번이나 바꾸는 우여곡절 끝에 그와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다.
 
최 의원이 추천한 식당은 삼계동 수리공원 인근 용천사우나 근처에 있는 삼산축산식육식당이었다. 네이버 지도를 검색해 보니 위치가 나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생긴 지 몇 달 되지 않은 곳이었다. 최 의원은 식당 주인인 최규성(38) 사장과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였다.
 
최 사장은 김해고등학교와 부경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온 뒤 대규모 축산농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일을 했다. 그는 또 유통업체와 식당 등에서 10년 가까이 일을 하며 음식점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익혔다. 일본에도 두 차례나 건너 가 관련 공부를 했고, 그러다 올해 들어 자신만의 가게를 차렸다고 한다.
 
삼산축산에서 파는 고기는 암소모듬과 암퇘지모듬 두 가지였다. 물론 고객들이 원하면 부위별로도 따로 판다고도 했다. 최 의원은 안거미(토시살)와 등심을 주문했다. 먼저 안거미가 나왔다. 같이 나온 야채에 눈길이 갔다. 민들레, 샐러리 등이었다. 다른 식당에서 제공하는 깻잎, 상추와는 내용이 좀 달랐다. 최 사장의 부친이 농장에서 무농약으로 재배해 계절마다 보내온다고 한다.
 
최 의원은 고기를 굽는 한편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그는 삼계초등학교, 김해중학교, 김해고등학교와 인제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27세 때 13~15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영일 전 국회의원 밑에서 청년부장 겸 경리로 정계에 발을 담갔다. 김 전 의원이 처음 총선에 출마했을 때부터 보좌를 했다고 한다. "그게 벌써 25년 전이네요. 지금도 김 전 의원과는 자주 인사 전화를 드리는 사이입니다. 그 분을 보좌하면서 정치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사실 김 전 의원은 송은복 전 시장과 손발을 맞춰 김해 발전에 크게 기여하신 분이에요."

▲ 쫄깃한 맛이 일품인 안거미와 민들레, 샐러리로 채워진 야채.
최 의원은 말을 이어가는 사이사이에 구운 안거미를 접시에 담았다. 적당히 잘 익은 게 무척 맛있어 보였다. 삼산축산의 안거미는 두께가 1㎝ 정도였다. 고기가 너무 얇으면 타버리기 쉽고, 너무 두꺼우면 속까지 잘 익지 않는 게 단점이다. 그러니 1㎝ 정도 두께는 구이용 소고기로서는 가장 적당한 셈이다. 고기를 한 점 집어 먹었더니, 겉은 제대로 잘 익었고, 속의 육즙은 제대로 살아 있었다.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었다.
 
최 사장이 한 마디를 보탰다. 사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고기는 숙성이 중요합니다. 우리 식당에서는 소고기를 20~30일 정도 숙성시킵니다. 요즘은 포장과 저장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고기를 60일까지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어떤 식당에서는 갓 잡은 고기라고 자랑하지만, 갓 잡은 고기는 사후강직 때문에 다소 질길 수 있습니다."
 
최 의원은 "내가 그래서 이 집 단골"이라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는 북부동 청년회장을 맡는 등 다양한 사회단체에서 활동을 했다. 2010년 신한국당 공천을 받아 도의원선거에 출마했지만 당시 민주당의 김국권 후보에게 패했다. 그러나 2012년 보궐선거 때 민주당 김중원, 무소속 김영립 후보를 크게 누르고 도의원이 됐다. 이어 지난해에는 다시 김영립 후보를 제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지금은 도의회에서 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 의원이 잠시 말을 멈춘 사이 최 사장이 이번에는 등심을 가지고 왔다. 마블링이 적당히 섞여 있고 맑은 선홍색을 띠고 있어서 신선한 고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슬쩍 구운 등심을 한 점 입에 넣었다. 역시나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듯한 부드러움과 풍부한 육즙이 입 안을 즐겁게 했다. 이번에는 민들레 줄기를 뜯어 고기를 싸서 먹었다. 처음에는 다소 쌉싸래한 민들레 맛이 고기와 잘 어울리지 않는 듯했지만, 몇 점 더 먹어보니 다소 느끼할 수 있는 소고기 맛이 중화되는 듯했다.
 
▲ 숯불 위에 올려진 등심.
최 의원은 뚜렷한 정치 및 인생의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는 "목표는 도의원 3선이다. 나중에는 국회의원보다 김해시장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하더니 "그렇다고 해서 정치에 끌려 다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그는 빙그레 웃더니 고기 한 점을 다 씹고 나서 말을 이었다.
 
"많은 정치 선배들이 욕심을 부리다 패가망신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다들 정체성을 지키지 못하고 정치에 끌려 다닌 탓이죠. 지금 내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자신을 가다듬는 겁니다.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기회가 생기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최 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최 사장이 주방에서 된장찌개를 들고 왔다.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다소 짜기는 했지만 고소하면서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밥은 제쳐놓고 된장찌개에 들어 있는 두부만 먹어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다듬어진 맛이었다.
 
최 의원과 다시 여기에서 보자는 이야기를 나눈 뒤 신문사로 돌아왔다. 기사를 쓰고 있는데 문득 "숙성된…, 조미료를 쓰지 않은…"이라는 최 사장의 말이 떠올랐다. 


▶삼산축산식육식당
해반천로 144번길 9-5 용천사우나 옆. 070-4210-4122. 암소모듬(150g) 1만 8천 원, 암퇘지모듬(150g) 8천 원. 육회 1만~2만 원.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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