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행 정수장 18곳 중 김해가 2곳
충치 이외의 객관적 타당성 조사 없어

세계 60여개 이상 보건기구 효과 인증
소외계층 구강건강권 보장 위해 필요


지난 8일 김해문화원에서 수돗물 불소 농도 조정사업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는 김해시의 수돗물 불소화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김해시가 개최한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는 김해시의회 의원들과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대학교 조수헌 의과대학 명예교수, 서울사회복지대학원대학교 유해숙 사회복지학과 교수, 원광대학교 이흥수 치과대학 교수가 수돗물 불소화 사업 찬성 내용의 주제발표 및 토론을 했다.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박병상 소장과 포항녹색소비자연대 문숙영 상임대표, 김해시의회 이영철(무소속) 의원은 반대 내용의 주제발표 및 토론을 했다. 이날 공청회 내용을 정리해본다.
 

▲ 지난 8일 김해문화원에서 열린 수돗물 불소화 공청회에 참가한 주제발표자, 토론자들이 200여 명의 김해 시민들 앞에서 자신들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 박병상 소장 불소화 반대 주제발표
부작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진 예방 백신도 강제로 접종하지 않는다. 원하는 시민에게 선택적으로 투약한다. 불소화 추진측(추진측)은 가난한 사람도 불소를 섭취할 수 있으므로 평등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평등이 아니라 '무차별'이다. 무차별과 평등을 구별하지 않는 화법은 속임수에 불과하다. 불소는 면역력이 약한 이에게 위험성이 크다. 가난한 계층의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은 상식이다.

불소는 청산가리에 버금가는 독극물이다. 불소는 몸에 흡수돼 이를 강하게 만드는 게 아니다. 양치나 칫솔질을 통한 접촉 효과에 의존한다. 그렇다면 누구나 다 마시는 수돗물에 불소를 넣는 일은 타당하지 않다. 뱉어내는 치약이나 양치액으로 충분하다. 불소화 수돗물 비율이 가장 높은 미국의 경우, 어린이가 불소 첨가 치약을 먹었을 경우 급히 병원에 가라고 경고한다. 치약에 들어 있는 불소의 양은 양치액보다 현저히 적다.

추진측은 불소가 치명적인 독극물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 <대기오염 그 죽음의 그림자>(데브라 데이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에코리브르, 2004년)에서 저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도노라 계곡의 아연과 제철공장 굴뚝에서 1948년 10월 배출된 불소로 인해 10년 동안 수천 명이 사망한 사례를 실증적으로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산비료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불화규산은 주변 생태계를 황폐화시키는 물질로서 살충제와 쥐약으로 활용된다. 수돗물 불소화에 쓰는 불화규산 포대에는 해골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는 점은 추진측에서 쉬쉬한다.

불소는 몸에 축적된다. 최근 과학자들은 '나이가 들면 몸에 축적된 불소가 뼈에 이상을 초래해 골반 골절, 골육종 같은 암을 적지 않게 발생시킨다'고 유수의 학회지에 속속 발표하고 있다. 

'불소는 이를 튼튼하게 해서 충치를 막아줍니다. 수돗물에 불소를 넣을까요, 말까요"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넣자는 데 동의할 것이다. 다시 물어보자. "몸속에 축적되는 불소는 비소 다음으로 독성이 높은 물질입니다. 뼈를 부러뜨리는 불소를 수돗물에 넣을까요, 말까요.' 이번에는 넣지 말자는 반응이 압도적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10여 년 전의 여론조사 문항은 이랬다. '귀하는 수돗물에 불소를 넣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선택지는 3개였다. 첫째 충치를 예방하려고, 둘째 예산이 남아서, 셋째 할 일이 없어서. 이런 식이었다. 발표된 결과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시민 87%가 수돗물 불소화에 찬성한다는 게 아닌가.

가난한 계층의 충치 예방이라는 취지에는 적극 찬성한다. 그러나  모든 시민들이 마시는 수돗물은 안전이 우선이다. 불소가 함유된 수돗물을 반드시 마셔야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불소 함유 수돗물을 플라스틱병에 담아 유통업체에서 제공하면 된다. 수돗물 불소화는 후손의 처지에서 범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조수헌 교수 불소화 찬성 주제발표
1945년 1월 미국 미시간 주의 그랜드 래피드에서 불소를 첨가해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면서부터 수돗물의 불소화 논쟁이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수돗물 불소화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8년이다. 월간 <말>1998년 5월호에 '불소, 치아, 원자탄'이라는 제목으로 '수돗물 불소화 정책은 원자탄 개발계획의 일환'이라는 내용이 번역·소개됐다. 

수돗물 불소화 사업 안전성 논쟁의 주제를 보자. 먼저 불소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공공보건을 위해 인위적으로 독성 물질을 사용하는 예가 있고, 불소도 그 중의 하나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독성 물질인 불소의 실제 인체 독성은 사용되는 농도와 섭취량의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

여러 의학적 문제들이 있다. 먼저 골절이다. 상수도 불소화가 골다공증에 미치는 영향을 단정하기에는 아직 증거가 불충분하다. 발암성을 보자. 여러 연구들에서 음용수의 불소와 암 위험성 증가에 대한 일정한 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 동물실험의 연구결과에서도 불소와 암 발생 증가에 대한 분명한 관련성은 없었다. 또 생식기계에 대한 영향도 살펴보자. 아직까지 상수도 불소화 수준의 농도에서 인간에게 생식기계 독성을 일으킨다는 증거는 없다. 다만 고농도의 불소에 노출된 포유동물에서 생식독성이 증명되었고, 직업적으로 노출된 근로자의 경우 생식기계 독성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들이 있다. 또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자료 중에서는 상수도 불소화 수준의 불소가 유전자에 독성을 나타낸다고 평가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는 없다.

대한의사협회는 2003년 8월 수돗물 불소화와 관련해 '0.8~1.0 ppm의 불소 첨가 수돗물은 적정 농도를 유지할 경우 치아우식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 부작용의 발생은 미미하므로 공중보건을 위해서는 수돗물 불소화 사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수돗물 불소화를 받아들일 때와 같이 폐기할 때에도 같은 수준의 합리성이 요구된다. 수돗물 불소화에 따른 보건학적, 경제학적 이득과 손실 등은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 따라서 건강 영향도에 대한 선입견이나 선동적인 구호에서 벗어나 학문적 근거에 입각해 제대로 평가된 결과를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수돗물 불소화가 건강에 위해하다는 것은 아직 학문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
 
■ 토론자 찬반 토론 내용
반대 토론에 나선 이영철 의원은 김해시 수돗물 불소화 사업 시행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삼계정수장에서 사업을 시행할 때 시민들의 의사를 묻지 않았고, 명동정수장의 경우에는 사업이 무해하고 유익하다는 취지의 편향된 안내서를 배포해서 시민들의 생각을 찬성 쪽으로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전국 522개 정수장 중 수돗물 불소화 사업을 시행하는 곳은 18군데에 불과하다. 사업을 시행하는 18곳 중 경남지역이 10곳이다. 이 가운데 김해가 2곳이다. 다른 지역은 안 하는 사업을 김해 등 경남지역만 강행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2012년 명동정수장 알루미늄 기준치 초과사건과 2002년 경기도 의왕의 불소 과다 방류 사고를 예로 들며 불소 과다 투입 사고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김맹곤 시장은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안전한 김해'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안전한 김해를 만드는 시발점은 수돗물 불소화 사업 중단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반대 토론에 나선 문숙영 대표는 "끊임없이 제기된 수돗물 불소화 논란 때문에 포항을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 사업을 중단했다. 아직도 김해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수돗물 불소화 사업은 치과뿐만 아니라 수질·환경전문가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 속에서 철저하게 검토해야 하지만, 사업 시행 과정에서 충치 관련 이외에는 객관적인 타당성 조사나 역학조사가 이뤄진 게 없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수돗물 불소화 사업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도 계속 추진된다는 것은 소비자의 8대 권리 가운데 안전할 권리를 침해한다. 소비자가 불소를 투입하지 않은 물을 선택할 권리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찬성 토론에 나선 이흥수 교수는 "국민의 10대 만성질환 가운데 1위가 충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일수록 충치 유병률이 높다. 수돗물 불소화 사업은 이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수돗물 불소화 사업은 연간 1인당 200~300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평생 건강한 치아를 유지토록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수돗물 불소화 사업은 세계보건기구(WHO), 미국국립보건원, 미국치과의사회, 영국의사회 등 세계 60여 개 이상의 기구로부터 효과와 안전성을 지지받고 있거나 인증 받았다"면서 "수돗물 불소화 사업이 위험하다는 것은 과학이 아닌 선동"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수돗물 불소화 사업이 중단된 지역들은 실제 안정성 때문이 아니라 인식 때문에 중단됐다. 안정성에 이상이 없는 만큼 다른 지역들도 사업을 재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불소 사고는 몇 백만, 몇 천만 분의 1의 확률로 발생한다. 이는 다리 붕괴가 두려워 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아쉬워했다.

역시 찬성 토론에 나선 유해숙 교수는 사회복지적 개념에서 접근했다. 그는 "소외계층에 봉사활동을 다니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일수록 치아 건강이 나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수돗물 불소화 사업은 적은 비용으로 쉽게 충치를 해결할 수 있으며 소외계층의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수돗물 불소화 사업이야말로 한국사회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를 알려주는 복지, 철학의 문제"라면서 "최소한 건강권만큼은 선택이 아닌 사회권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사회 양극화,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 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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