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중심 자발적 시민단체 결성
반대 기자회견 갖고 사업중단 촉구
시, 공청회 열고 "국가가 검증" 진화


김해에서 수돗물 불소화 사업을 둘러싸고 뜨거운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젊은 엄마 부대'가 자발적으로 시민단체를 만들어 어린아기를 등에 업고 기자회견을 하자 김해시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젊은 엄마'들은 앞으로 수돗물 불소화 사업이 중단될 때까지 시민 선전전 등을 계속 벌일 예정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김해시수돗물사랑시민모임' 회원들이 지난 7일 김해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돗물 불소화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기자회견에 공청회까지 뜨거운 논란
수돗물 불소화 사업(이하 수불화 사업)의 정식 명칭은 '수돗물 불소 농도 조정사업'이다. 이 사업은 수돗물에 불소를 0.8ppm 정도 넣어 충치를 예방한다는 것이다.

김해시의 수불화 사업은 1999년 삼계정수장에 시설을 설치해 9개동과 생림면에 불소 투입 수돗물을 보급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2008년에는 진영읍, 장유동, 주촌면, 진례면, 한림면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명동정수장에 불소 투입 시설이 추가로 설치됐다. 김해시가 연간 13만 3천t의 수돗물을 생산하면서 투입하는 불소는 연간 330㎏이다.

김해시는 지난 8일 오전 11시 김해문화원에서 관련학과 교수, 김해시의원,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불화사업 공청회를 열었다. 수돗물 불소화에 찬성하는 측은 "수돗물에 투입되는 불소의 양은 아주 소량이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기는 어렵다. 적은 비용으로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시민들의 충치를 예방할 수 있는 공공성을 띤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수돗물 불소화 반대 측은 "불소는 인체에 축적되는 독극물이다. 여러 과학학술지에도 불소 수돗물로 인한 골절과 암 발생 가능성 등 안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수불화사업에 반대하는 시민 모임인 '김해시수돗물사랑시민모임'은 지난 7일 김해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불화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수돗물 불소화 사업은 전국 552개 정수장 중 18개 정수장에서만 실시하는 실패한 사업"이라면서 "불소 수돗물을 원하지 않는 시민들도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급식, 식당 등에서 강제로 수돗물을 먹게 만드는 비인간적인 사업이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 중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에도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김해시수돗물사랑시민모임은 "공청회 이후 달라진 것은 없다. 안정성이 100% 보장되지 않는다면 중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김해시가 사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대시민 홍보전단지 배부활동은 물론 시민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해시는 "어떤 방식으로든 시민들에게 수불화사업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맞서 수불화사업은 앞으로도 김해의 최대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젊은 엄마들'의 아이 사랑이 낳은 반란
수불화사업이 본격적으로 논란에 휩싸인 것은 지난해 3월 장유지역을 중심으로 한 '젊은 엄마'들이 인터넷 다음카페에 김해시수돗물사랑시민모임을 만들면서부터다. 이어 4월에는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고, 6·4지방선거 때는 김해시장 후보로 나선 정치인들에게 수불화 찬반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젊은 엄마'들의 주장은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하고 순수한 물을 먹이고 싶다"는 것이다. 김해시수돗물사랑시민모임은 불소 투입 시설의 오작동이나 관리자의 실수로 불소 농도 조절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실제로 2002년 경기도 의왕에서 관리자의 과실로 불소용액 7t이 방류되어 안양 학의천의 물고기 수천 마리가 폐사한 일이 있다고 한다.

김해시수돗물사랑시민모임은 또 수돗물 불소화에 사용되고 있는 불화규산의 중금속 오염과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불화규산에는 알루미늄, 비소, 크롬, 니켈 등의 위해한 물질이 들어 있어 치아 불소증, 호르몬체계 이상, 청소년의 지능지수 저하 및 골수암 발생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 김해시 "국가적 검증된 안전한 사업"
김해시는 공청회에 앞서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수불화사업 실시 이후 김해 시민들의 치아 건강이 상당히 향상됐다고 주장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12세 어린이의 평균 우식(충치) 경험 치수를 보면 1998년 1인당 5.32개에서 2013년 1.12개로 줄었다. 또 2013년 김해의 12세 어린이 우식 경험 영구치 지수는 1.12개로 전국 평균 1.84보다 훨씬 낮았다.

김해시는 "불소의 충치예방 효과는 치아 발육기 이후에도 지속돼 노인기의 치근우식증(이뿌리 충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수불화사업으로 건강보험 진료비 6천700억 원을 포함해 연간 1조 원 이상의 사회적 지출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수불화 사업은 국가적으로 이미 검증된 사업이다. 안전하지 않다면 시행조차 될 수 없다. 위험하다면 시에서 왜 계속 진행하겠나"라면서 "비전문가인 시민들이 막연한 불안감과 일부 자료로 현실을 호도하는 게 안타깝다. 사업이 중단되면 당장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다. 전문가로서, 보건인으로서 양심 때문에 사업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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