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혜윰작은도서관에 책을 읽으러 온 어린이들이 도서관 강봉희 관장, 운영위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09년 코아루아파트 관리동에 개관
부녀회에서 직접 이름지어 큰 애정
매년 300만원 이상 지원…장서 8000권

"글혜윰은 '생각'이라는 뜻입니다."
 
글혜윰작은도서관. 김해지역 작은도서관들의 이름 중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예쁜 이름이다. 이 도서관은 2009년 7월 진영 코아루아파트 관리동 2층에 개관했다. 도서관 문을 열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은 코아루아파트부녀회에서 '글혜윰'이라는 이름을 직접 지었다. 당시에는 아파트에 작은도서관이 개관하면 아파트 이름을 붙이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코아루아파트부녀회는 아파트 주민과 자녀들만이 아니라 인근에서 찾아올 어린이, 학생들도 생각해서 이름을 지었다.
 
강봉희 관장과 도경희 사서는 개관 때부터 지금까지 도서관 운영을 맡고 있다. 김길환 부관장과 정은아, 김명숙, 정연숙, 최윤정, 이미경 운영위원도 함께 도서관 운영을 돕고 있다. 김명숙 위원은 현재 아파트 부녀회장이기도 하다.
 
도서관이 개관할 때는 당시 김미규 관리사무소 소장과 이원자 부녀회 회장이 적극 나섰다. 지금은 민화건 소장과 송영준 입주자대표회 위원장이 도서관의 크고 작은 일을 세심하게 도와주고 있다.
 
강 관장은 "관리사무소, 입주자대표회, 부녀회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의 모든 주민들이 도서관을 도와준다. 특히 도서관 건립을 위해 애썼던 부녀회는 지속적으로 애착을 가지고 뭐든지 도와주려고 한다"며 감사했다. 아파트부녀회는 매년 300만 원 이상을 지원한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도서관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강 관장은 "아파트에는 진영 토박이 어른들이 많아 진영에 대한 사랑이 크다. 젊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어머니들은 특히 아이들이 방과 후에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만족한다. 그래서 부녀회가 도서관을 적극 후원한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글혜윰도서관은 개관 당시에는 2천 권 정도의 장서를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책이 8천여 권으로 늘어났다. 최신 도서의 비중이 커 도서관을 찾는 어린이들도 좋아한다. 방학 때에는 타관 대출이 부쩍 늘어난다. 인근의 진영도서관과 연계한 무료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인근 어린이집의 원아 20여 명이 도서관에 책을 보러 왔다. 강 관장은 "오전에는 어린이집에서 도서관 견학을 와서 그림책을 보고 간다.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는 도서관도 있겠지만, 우리 도서관은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정은아 운영위원은 "부녀회 활동을 하면서 도서관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내 아이들에게, 또 우리 모두의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진영한빛도서관에서 봉사활동도 했다. 글혜윰작은도서관에서는 북스타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책읽어주기 봉사도 한다. "책과 관련한 다양한 경력을 쌓고 도서관을 위해 활동하는 운영위원"이라고 옆에 있던 다른 운영위원들이 칭찬했다.
 
정연숙 운영위원은 "도서관을 이용하다가 정은아 위원에게 잡혀와서(?) 운영위원을 맡게 됐다. 지금은 '잘 잡혀왔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원래 책을 좋아했는데, 도서관 운영을 도우면서 더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됐다. 아이를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어린이책 공부도 하러 다니고 있다. 다른 어머니들에게도 도서관 운영위원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도서관 바로 앞에 농구장이 있다. 운동하기를 좋아하는 남자 아이들은 신나게 농구를 하고 놀다가 한숨 돌릴 때 도서관에 와서 물도 마시고 책도 본다. 아이들은 땀을 흘리면서도 책에 완전히 몰입해서 집중적으로 읽는다. 그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덧붙였다.
 
최윤정 운영위원은 "경기도에서 4년 전 진영으로 이사를 왔다. 첫 아이가 1학년 때였다. 사서가 친절하고 좋은 책도 많아서 도서관에 자주 왔다.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동네 언니들도 많이 알게 됐다. 집 옆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편리하고 고마운지 모른다. 이제는 남편도 '이사를 하게 되면 도서관이 있는 곳으로 가야겠지'라고 말한다"며 웃었다.
 
도경희 사서는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했다. 그는 "졸업 후 다른 일을 하다가 글혜윰도서관에 와서 전공을 살렸다. 강의실에서 배웠던 것들이 많이 생각났다. 도서관의 역할이나 중요성 등을 현장에서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서관이 없어도 살 수는 있다. 그러나 도서관이 있다면 더 풍요로운 것을 누릴 수 있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한숨 돌리면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공간, 도서관은 그런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운영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어린이집 원아들이 돌아갈 채비를 했다. 교사 주위에 몰려 책을 보던 어린이들, 그림책을 보고 있던 어린이들을 보는 운영위원들의 눈빛은 엄마의 눈빛, 바로 그것이었다. 어린이들이 돌아가기 전에 기념촬영을 했다. 어린이들은 운영위원들의 품 안에서 활짝 웃었다. 자녀들에게 도서관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엄마들, 그 덕분에 편하게 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함께하니 더 행복해보였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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