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맛의 돼지고기에서는 고소한 맛이 나요." 김해여성자치회 하성자 회장이 고기를 먹어보라고 권하고 있다.

보리 먹인 '맥돈' 살코기·지방 배합 적절
부드러운 육질에 누린내도 전혀 없어
품질 좋은 돈육에 밑반찬 정성도 한가득

"'돈 맛'에 가면 진정한 돈(豚) 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김해여성자치회 하성자(53) 회장은 제대로 된 돼지고기 맛을 느끼게 해주겠다며 외동 '돈 맛'으로 기자를 불렀다. 돈 맛에 도착해 보니 안쪽 방에 하 회장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 회장은 온화한 미소로 기자를 맞았는데, 상 위에는 미역초무침, 명이(산마늘)나물, 버섯장아찌, 백김치 같은 밑반찬들이 이미 차려져 있었다.
 
하 회장이 돈 맛의 돼지고기에 맛을 들인 것은 사장인 박둘선(53·여) 씨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김해매화로타리 회원이기도 한 하 회장은 2009년에 박 사장과 함께 이 단체에서 활동을 하면서 박 사장이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 회장은 "매화로타리 활동을 하는 동안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는 박 사장에게 호감을 느껴 친해졌고, 그가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걸 알았다. 돈 맛은 최고 품질의 돼지고기를 쓸 뿐만 아니라 밑반찬도 정성이 가득한 곳"이라고 치켜세웠다.
 
메뉴는 당연히 돼지고기 삼겹살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박 사장이 들고 온 것은 두툼한 생갈비였다. 이 생갈비살에는 고기가 고루 잘 익도록 여러 방향으로 칼집이 나 있었다. 하 회장은 "이 곳 고기는 축산물 브랜드 ㈜해드림푸드의 맥돈(麥豚)만 쓴다. 맥돈은 보리를 먹인 돼지다. 여기에다 박 사장이 일일이 고기에 칼집을 내는데 한석봉 어머니가 떡을 썬 것보다 더 정교하다"며 웃었다.
 

▲ 달궈진 석쇠 위에 노릇노릇 구워진 생갈비, 참기름 향이 가득한 도토리무침, 새콤한 미역초무침.
아닌 게 아니라 돼지고기와 밑반찬 모두에 정성이 가득했다. 박 사장은 "내가 잘 먹어야 남도 잘 먹는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정직하게 만든다. 우리 집에서는 보리를 먹여서 키운 돼지고기를 쓰기 때문에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다른 식당과는 맛이 차별화된다고 자부한다. 10년 이상 된 단골손님들이 있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잘 달궈진 석쇠 위에 생갈비를 올렸다. 지글지글 고기 익는 소리에 귀가 즐거웠다.
 
하 회장은 경남 창녕 출신이다. 부산에 살다 1998년 김해로 이사 왔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하 회장은 딸의 모교인 김해중앙여자중학교에서 운영위원회 활동을 한 것을 계기로 2003년 김해여성복지회관과 인연을 맺었다. 이때부터 하 회장은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김해매화로타리 회원, 김해YMCA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하 회장은 "어떤 사람들은 지역사회 단체들의 활동이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로타리만 해도 회비가 전 세계의 문맹퇴치, 소아마비 박멸에 쓰이고 있다. 내가 낸 1만 원의 사용처를 생각하면 지역사회 단체의 활동이 의미가 없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그리고 2012년에 아름다운가게 서상점의 운영위원들끼리 김해여성자치회 자치대학을 수강한 것을 계기로 김해여성자치회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김해여성자치회는 자치대학 졸업 기수별로 1년 간 사업주체가 돼 김해여성자치회를 이끈다. 자치대학 10기인 하 회장의 임기는 따라서 1년이다. 하 회장은 "다른 조직과 달리 김해여성자치회는 조직문화가 끈끈하다. 9기 선배들이 앞에서 끌어주고 내년에 사업주체가 될 11기 후배들이 뒤에서 열심히 밀어준다"고 자랑했다.
 
김해여성자치회는 2008년 류재숙 전 회장 재임시절에 '결혼이민여성과 자치회원의 친정어머니 결연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60쌍의 결혼이민여성과 자치회원들이 결연했다. 현재까지 28쌍이 결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 회장은 "이 사업을 통해서 결혼이민여성에게는 길흉화복을 함께하며 자신의 곁을 지켜줄 한국 어머니가 생겼다. 결혼이민여성과 자치회원의 관계가 돈독해지면서 가족들끼리 교류도 잦다. 다음 달에 가야역사테마파크가 개장하면 함께 구경을 하고 분성산 일대 의 환경정화활동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이 생갈비가 노릇노릇 잘 익었다. 하 회장은 "이래야 맛이 있다"며 고기를 맛있게 먹는 비법(?)을 알려줬다. 하 회장은 손바닥에 상추와 생마늘, 버섯장아찌, 명이나물 등을 차례로 얹은 뒤 잘 익은 생갈비 한 점을 참기름에 찍어 쌈을 쌌다. 기자도 하 회장을 따라서 쌈을 싸먹었다. 쌈 안의 고기에서는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살코기와 지방이 적절히 배합돼 있었고, 육질은 부드러웠다. 돈 맛의 밑반찬은 짜지 않고 간간해서 먹기에 딱 좋았다.
 
▲ 돈맛' 박둘선(왼쪽) 사장과 하성자 김해여성자치회 회장.
하 회장은 "고기 맛이 참 고소하죠?"라고 물었다. 그래서 양념을 무시한 채 고기만 한 점 입에 넣었다. 정말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더해졌다. 어느덧 석쇠 위에는 한 점의 고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맛있게 먹고 났더니 뜬금없이 다음에는 이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자리를 마무리하면서 하 회장은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돈 맛이 음식의 홍수 속에서도 특별히 사람들의 미각을 즐겁게 해주듯 나도 누군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얻은 경험이 글쓰기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돈 맛/함박로11번길 31 김해생명과학고등학교 인근. 055-326-5552. 생갈비(140g) 9천 원, 생삼겹(120g) 8천 원, 점심특선 석쇠불고기 6천500원, 돌솥밥 정식 8천 원.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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