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먹인 '맥돈' 살코기·지방 배합 적절
부드러운 육질에 누린내도 전혀 없어
품질 좋은 돈육에 밑반찬 정성도 한가득
"'돈 맛'에 가면 진정한 돈(豚) 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김해여성자치회 하성자(53) 회장은 제대로 된 돼지고기 맛을 느끼게 해주겠다며 외동 '돈 맛'으로 기자를 불렀다. 돈 맛에 도착해 보니 안쪽 방에 하 회장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 회장은 온화한 미소로 기자를 맞았는데, 상 위에는 미역초무침, 명이(산마늘)나물, 버섯장아찌, 백김치 같은 밑반찬들이 이미 차려져 있었다.
하 회장이 돈 맛의 돼지고기에 맛을 들인 것은 사장인 박둘선(53·여) 씨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김해매화로타리 회원이기도 한 하 회장은 2009년에 박 사장과 함께 이 단체에서 활동을 하면서 박 사장이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 회장은 "매화로타리 활동을 하는 동안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는 박 사장에게 호감을 느껴 친해졌고, 그가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걸 알았다. 돈 맛은 최고 품질의 돼지고기를 쓸 뿐만 아니라 밑반찬도 정성이 가득한 곳"이라고 치켜세웠다.
메뉴는 당연히 돼지고기 삼겹살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박 사장이 들고 온 것은 두툼한 생갈비였다. 이 생갈비살에는 고기가 고루 잘 익도록 여러 방향으로 칼집이 나 있었다. 하 회장은 "이 곳 고기는 축산물 브랜드 ㈜해드림푸드의 맥돈(麥豚)만 쓴다. 맥돈은 보리를 먹인 돼지다. 여기에다 박 사장이 일일이 고기에 칼집을 내는데 한석봉 어머니가 떡을 썬 것보다 더 정교하다"며 웃었다.
하 회장은 경남 창녕 출신이다. 부산에 살다 1998년 김해로 이사 왔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하 회장은 딸의 모교인 김해중앙여자중학교에서 운영위원회 활동을 한 것을 계기로 2003년 김해여성복지회관과 인연을 맺었다. 이때부터 하 회장은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김해매화로타리 회원, 김해YMCA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하 회장은 "어떤 사람들은 지역사회 단체들의 활동이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로타리만 해도 회비가 전 세계의 문맹퇴치, 소아마비 박멸에 쓰이고 있다. 내가 낸 1만 원의 사용처를 생각하면 지역사회 단체의 활동이 의미가 없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그리고 2012년에 아름다운가게 서상점의 운영위원들끼리 김해여성자치회 자치대학을 수강한 것을 계기로 김해여성자치회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김해여성자치회는 자치대학 졸업 기수별로 1년 간 사업주체가 돼 김해여성자치회를 이끈다. 자치대학 10기인 하 회장의 임기는 따라서 1년이다. 하 회장은 "다른 조직과 달리 김해여성자치회는 조직문화가 끈끈하다. 9기 선배들이 앞에서 끌어주고 내년에 사업주체가 될 11기 후배들이 뒤에서 열심히 밀어준다"고 자랑했다.
김해여성자치회는 2008년 류재숙 전 회장 재임시절에 '결혼이민여성과 자치회원의 친정어머니 결연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60쌍의 결혼이민여성과 자치회원들이 결연했다. 현재까지 28쌍이 결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 회장은 "이 사업을 통해서 결혼이민여성에게는 길흉화복을 함께하며 자신의 곁을 지켜줄 한국 어머니가 생겼다. 결혼이민여성과 자치회원의 관계가 돈독해지면서 가족들끼리 교류도 잦다. 다음 달에 가야역사테마파크가 개장하면 함께 구경을 하고 분성산 일대 의 환경정화활동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이 생갈비가 노릇노릇 잘 익었다. 하 회장은 "이래야 맛이 있다"며 고기를 맛있게 먹는 비법(?)을 알려줬다. 하 회장은 손바닥에 상추와 생마늘, 버섯장아찌, 명이나물 등을 차례로 얹은 뒤 잘 익은 생갈비 한 점을 참기름에 찍어 쌈을 쌌다. 기자도 하 회장을 따라서 쌈을 싸먹었다. 쌈 안의 고기에서는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살코기와 지방이 적절히 배합돼 있었고, 육질은 부드러웠다. 돈 맛의 밑반찬은 짜지 않고 간간해서 먹기에 딱 좋았다.
하 회장은 "고기 맛이 참 고소하죠?"라고 물었다. 그래서 양념을 무시한 채 고기만 한 점 입에 넣었다. 정말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더해졌다. 어느덧 석쇠 위에는 한 점의 고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맛있게 먹고 났더니 뜬금없이 다음에는 이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자리를 마무리하면서 하 회장은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돈 맛이 음식의 홍수 속에서도 특별히 사람들의 미각을 즐겁게 해주듯 나도 누군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얻은 경험이 글쓰기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돈 맛/함박로11번길 31 김해생명과학고등학교 인근. 055-326-5552. 생갈비(140g) 9천 원, 생삼겹(120g) 8천 원, 점심특선 석쇠불고기 6천500원, 돌솥밥 정식 8천 원.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