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주변에는 유달리 한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아이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이런 아이들은 아기 때부터 식사나 수면 등이 불규칙하고 까다롭고 매우 예민해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서 엄마는 더욱 힘들어지는데, 신기하고 궁금한 것이 많아 집안 구석구석을 휘저어 놓는다. 집안뿐 아니라 바깥 구경도 하고 싶어 문만 열리면 뛰쳐나가려고 하며, 밖에 내보내면 뒤도 안돌아보고 멀리 달아나려 한다.
 
또 차츰 성장하면서 또래 친구를 좋아하면서도 이것저것 간섭이 많고 충동적인 행동으로 자주 싸우게 되고, 그러다 보니 같이 놀려고 하는 친구들이 없어지고 차츰 또래로부터 소외된다. 친척이나 동네 어른들로부터 자주 지적을 받게 되므로 '나는 나쁜 아이'라는 자기인식이 심어져 정말 버릇없는 아이처럼 행동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난다. 이런 아이들을 전문적인 용어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아'라고 한다.
수년 전 시내에 사는 한 부인이 9살짜리 남자아이를 데리고 한의원에 내원한 적이 있다. 평소 음식을 잘 먹지 않고 한 곳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에다 말이 많고 밤낮으로 소변을 자주 보며 갈증을 많이 느껴 찬물을 자주 마시고 더위를 무척 많이 타는 마른체격의 아이였다.
 
갈증이 많고 더위를 타는 것으로 보아 처음에 위장열로 보고 처방을 투여하려다가 복부 진찰을 해보니 복부가 활줄처럼 얇으면서 팽팽하고 하지근육이 일반인보다 더 많이 긴장돼 있어 '연인강급'이라는 한의학적 진단을 내렸다. 이는 근육에 '련'이라는 일종의 병적인 요인으로 인한 것으로 한방처방을 통해 식사량도 차츰 늘어나고 소변보는 횟수가 줄면서 체중도 정상적으로 늘어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었다.
 
이처럼 과잉행동으로 인해 공동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거나 학교에서 주어진 과제를 끝내지 못해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일이 자주 생길 경우 '과잉행동장애'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가정에서도 쉽게 자가진단을 할 수 있는데, 앉아서도 손과 발을 가만두지 못하고 몸을 뒤틀거나 외부자극에 주의가 쉽게 산만해지고, 게임이나 그룹상황에서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는 등의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로 판단하고 가까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섣부른 진단보다는 부모와 아이와의 개별면담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이 느끼고 있는 어려움이나 학교 및 가정생활 상황, 성격 유형, 대인관계, 대처방법과 능력 등을 충분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한 후에 조심스럽게 진단해야 한다. 아이들은 여리고 상처를 잘 받을 수 있으므로 어른들의 기준이 아닌 아이들의 입장에서 한 번 더 깊이 판단한 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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