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승국 자연과사람들 대표.
올해 봄 김해에는 유난히 비가 자주 내린다. 추운 겨울을 견뎌 낸 마른 대지 위에 내리는 봄비 덕에 산과 들은 이미 푸르른 새싹과 온갖 꽃으로 덮였다. 생명의 향기가 가득하다. 마치 비가 마법을 부린 것 같다.
 
지난 겨울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강원도 일대에는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들었다. 그 큰 소양강댐마저 바닥을 드러냈다고 하니 가뭄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물의 소중함을 다시 말하지 않아도 깨닫게 되는 자연재앙이다.
 
비는 지구의 '물 순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을 정화시키고 여러 지역으로 공급함으로써 항상 일정한 기후와 생태계를 유지시켜 준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물 순환에 문제가 발생했다. 기후의 변화는 전 세계 곳곳에 심각한 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전 세계는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이미 국내·외 곳곳에서 주요 정치현안으로 대두했다.
 
물과 관련있는 이해 당사자들인 정부, 학계, 민간,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물 문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여러 방안을 제시하고 논의하고 있다.
 
최근 열렸던 '2015년 대구·경북 국제 물포럼'도 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였다. 물 전문기관과 정부 부처 그리고 국제기구 등으로 구성된 '세계물위원회(WWC)'가 3년마다 전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 회의를 연다. 150개국에서 2만여 명이 참가하는 매우 큰 회의이다.
 
그런데 이번 물포럼 개최지로 대구·경북이 선정된 이유가 이해하기 힘들다. 선정 이유는 이렇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 역사 및 경제 성장의 중심지이며, 생태하천 환경오염을 복원한 경험이 있고, 국제사회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성공 사례를 소개할 수 있으며, 다양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물포럼에서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물 관련 최신 기술과 정보 공유를 활성화해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을 주요 논의 주제로 제시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를 듣고 있자니 참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4대강 사업 때문에 망가져 버린 우리의 강과 수자원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고 비판하는 자리였다면 그나마 부끄럽지는 않겠다. 어떻게 4대강 사업이 성공한 사업이며, 우리나라의 생태하천 사업이 성공한 사업이란 말인가.
 
물포럼이라면 물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접근법과 전 세계적인 협력과 노력을 중점적으로 논의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포럼은 어떻게 하면 더 물을 많이 이용하고 산업화할 것인가를 주관심사로 다루었다. 언론의 관심도 물 문제와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사업과 연계된 부분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분위기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경제발전, 산업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도 산업으로 여기고, 외국에 물을 팔아 부를 축적하는 것을 가장 큰 가치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물의 순환에 그렇게 인위적으로 간섭하다가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물을 마구 더럽히면서 이를 정화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이고, 댐을 지으며 습지는 매립해 버리고, 하천은 단순화시키며 폭을 줄이고, 둑을 쌓아 물이 가야 할 길들을 막아버리고…. 이 얼마나 어리석인 짓인가.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보존하는 게 가장 비용이 적게 들고 지속가능한 지름길이라는 것을 우리는 아직도 모르고 있다.
 
우리는 4대강 사업이라는 크나큰 국가적 과오를 이미 저질렀다. 그것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반드시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예전의 강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더욱 더 암울해질 뿐이다. 물이 생명을 키울 수 있도록, 자연이 복원되도록 해야 한다.
 
'2015년 대구경북 국제 물포럼' 폐막에 즈음해서 물 문제 해결을 위해 과연 우리가 사는 이 지역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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