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내내 불빛이 꺼지지 않는 형사과
자리마다 언제 울릴지 모르는 무전기들
언제든 출동해야 하는 긴장감의 연속
일 많고 힘들어 "빨리 늙는 부서" 기피
밤을 세워 지쳐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


금요일과 주말을 남다른 긴장 속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관들이다. 지난 10, 11일 두 차례에 걸쳐 김해중부경찰서 형사과 당직 경찰관들의 일상을 동행 취재했다. 24시간 내내 불빛이 꺼지지 않는 형사과 사무실은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10일 오후 8시 40분. 적막이 감돌던 형사과에 무전이 들어왔다. 절도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장형수 경위와 김봉규 순경은 즉시 형사과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이들은 10분이 채 안돼 절도사건이 발생했다는 어방동의 한 빌라에 도착했다. 인근의 신어지구대 경찰 차량 2대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미리 상황을 파악한 신어지구대 소속 강진규 경위가 오인 신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 경위의 설명을 들은 장 경위는 숨을 고르며 긴장을 풀었다. 장 경위는 "이번에는 오인 신고였지만, 사건을 신속히 해결하고 시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차량에 탑승하자마자 무전에서 또 다시 지원 요청이 왔다. 오후 8시 55분 삼방동의 한 가게에서 외국인이 물건을 훔친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신어지구대에서 곧바로 현장에 출동해 피해자와 물건을 훔친 외국인을 데려왔다. 

장 경위와 김 순경은 오후 9시 30분께 러시아인을 김해중부경찰서로 이송했다. 하지만 언어장벽에 부딪혀 통역사가 올 때까지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장 경위는 "외국인 범죄가 발생하면 답답하다. 통역이 올 때까지 조사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인 조사는 오전 1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밤이 깊어지자 형사들의 얼굴에서는 피로감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정해상 경감은 "당직형사는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24시간 동안 일한다. 하지만 주취폭력 같은 사건의 경우 술에 취한 사람은 당장 조사를 할 수가 없다. 오전 8시나 돼야 조사가 가능하다. 당직인 날에 발생한 사건을 다 조사하고 나면 낮 12시가 되어서야 퇴근을 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렇듯 일이 많고 체력적으로 힘들다 보니 경찰관들은 형사과를 기피한다. 어쩔 수 없이 경찰이 된 지 1년 정도밖에 안된 순경을 '모시고'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씁쓸해했다.

11일 오전 6시 30분. 장 경위와 김 순경은 "백골을 확인하러 가자"며 형사과 사무실을 나섰다. 전날 오후 6시 50분 분성산에서 사람의 뼈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확인에 나선 것이었다.

신고자가 사람의 뼈를 목격했다는 현장은 사람의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해골, 뼈가 나왔다. 그 옆에는 빈 소주병과 농약병이 널브러져 있었다. 장 경위가 인근에서 두 조각 난 운전면허증과 체납된 건강보험료 명세서를 찾았다. 운전면허증을 토대로 인적사항을 조사한 황호성 경위가 유족을 데리고 현장에 나타났다. 백발이 성성한 70대 노부부는 지난해 6월 '돈을 벌어오겠다'며 집을 나선 아들이 백골로 발견되자 오열을 터뜨렸다. 과학수사팀의 DNA 채취 등 현장 수습은 오전 9시가 돼서야 끝이 났다.

오후 9시.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지만 밤이 되자 쌀쌀했다. 넓은 형사과 사무실에는 형사 3팀 7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팀장인 임동준 경감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장기사건 수사를 맡아 CCTV 등 자료를 분석하는 형사 2명, 오른쪽에는 매 시간 발생하는 사건을 즉각 처리하는 형사 2명, 사망사건과 각종 문서업무를 처리하는 형사 2명이 각각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렇게 담당업무가 나뉘어 있지만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경찰관들의 자리에는 무전기가 곧게 세워져 있었다. 이따금씩 무전기에서 알아듣기 어려운 소리가 들렸다. 허종택 경위는 "지금 신고가 들어와 각 지구대에 무전을 보내는 것이다. 김해 중부지역의 모든 경찰관들은 무전으로 소통을 한다. 이렇게 항상 무전을 듣다가 지구대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사건이 생기면 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임 경감의 휴대전화에서도 끊임없이 진동이 울렸다. 경찰관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바로바로 신고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 간략하게 정리된 사건 내용이 올라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대비해 임 경감은 진동이 올 때마다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임 경감 왼편에 앉은 이덕운 경장은 최근 발생한 자전거 절도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CCTV 분석에 한창이었다. 똑같아 보이는 장면이 컴퓨터 화면에 계속 이어졌다. 최근에는 CCTV가 많아져 범인을 잡기가 훨씬 쉬워졌지만 사건 당 CCTV 수십 대를 일일이 살펴봐야 하는 수고는 더 늘어났다.

오후 10시 20분께 형사 3명이 나갈 채비를 했다. 큰 사건은 없었지만 범죄 예방을 위해 순찰을 도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경찰차 경광등을 밝히고 동상동과 삼방동 일대를 돌았다. 동상동은 이주민들이 주말마다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특별히 순찰에도 신경을 쓴다고 했다. 허 경위는 "외국인들이 특별히 범죄를 많이 저지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치안 불안감이 높기 때문에 순찰을 자주 나간다. 외국인 사건은 발생 시 내국인들에 비해 신원 확인이 어려워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미연에 사건을 방지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예방 순찰을 마치고 경찰서로 들어가기 전 경찰차는 한 건물 앞에 멈춰 섰다. 범행 장면이 찍힌 CCTV 자료를 받기 위해서였다. 이덕운 경장은 "CCTV 중에는 개인이 설치한 것들이 많다. 주인들을 찾아가 수사를 위해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부탁한다. 시민들 중에는 안 좋은 사건에 휘말리는 것이 싫다며 자료 제공을 꺼리는 경우도 있어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다행히 CCTV 주인이 수사에 흔쾌히 협조했지만 자료 용량이 커서 다운로드를 다 하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다시 김해중부경찰서 형사과 사무실. 긴장이 조금 풀릴 즈음 무전이 빗발쳤다. 잠깐잠깐 들리는 신고 내용은 '맞아 죽었다'는 것이었다. 형사들은 자연스레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소는 삼계동의 한 주점. 현장으로 향하는 동안 무전을 통해 상황을 확인했다. 사람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경찰차의 속도도 빨라졌다.

주점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먼저 출동해 있던 지구대 경찰관에게서 상황을 들어보니 다행히 사람이 많이 다치거나 죽지는 않았다고 했다. 주점에서 술을 먹던 손님들이 서로 시비가 붙어 머리채를 잡고 싸운 사건이었다. 형사들은 이들을 지구대까지 태워주고 사건을 조금 더 지켜본 뒤 다시 경찰서로 돌아왔다. 이날 사건은 양측이 합의를 했기 때문에 경찰서까지 넘어오지는 않았다.

형사들은 뜬눈으로 토요일 밤을 보냈다. 임 경감은 "경찰 생활을 오래 했지만 언제 사건이 터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닷새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당직 때문에 형사들이 빨리 늙는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조나리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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