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걸 좋아하고, 먹으러 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출산을 하고 난 뒤 얼마 동안 집에서 챙겨 먹는 것도, 나가서 사먹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찌나 갑갑하던지….
 
어느 화창한 주말, 그냥 있다가는 너무 우울해질 것 같아서 유모차를 살살 밀고 집 근처에 있는 케이쿠치나를 찾아간다. 연애 시절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고, 친구들과 종종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 화이트감베로니, 슈림프비앙코, 콩까사, 카프레제(사진 위에서부터).
따사로운 햇살이 테이블 위로 가볍게 부서져 내리는 창가 자리에 앉는다. 유모차에서 칭얼거리는 아기는 사장이 선뜻 안아준다. 젊은 엄마들이 많이 오는 편이라 평소에도 아기를 많이 봐 준다고 한다. 모처럼 남편과 데이트 하는 기분으로 편안하게 음식을 즐긴다. 적당히 잘 삶긴 면에 느끼하지 않으면서 진득한 소스~.
 
이 집의 크림 파스타는 참 맛있다. 소스가 넉넉하게 들어가 더 마음에 든다. 향긋한 토마토소스 파스타는 종류가 꽤 다양하다. 고소한 새우와 톡톡 터지는 날치알이 들어간 쉬림프 비앙코는 매콤하고 살짝 짭조롬해서 맥주 한 잔 곁들여 먹기에 그만이다. 크림소스를 별로 즐기지 않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만큼 매콤한 크림 파스타도 있다. 진득하고 부드러운 크림소스 맛 뒤로 확 치고 올라오는 기분 좋은 매콤함! 따로 양념을 해서 넣은 닭가슴살도 기분 좋게 씹힌다.
 
파스타도 맛있지만 화산석 화덕에서 구워 담백한 맛이 일품인 피자도 빼놓을 수 없다. 제법 다양한 피자가 있어 취향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콩까사라는 메뉴가 유난히 눈에 띈다. 찹쌀떡, 콩가루, 견과류 등을 토핑으로 올린 것인데, 모짜렐라 치즈와 묘하게 잘 어울린다. 꿀을 살짝 뿌려내 달콤한 맛과 고소한 맛이 기분 좋게 어우러진다. 커피와 함께 후식으로 먹으면 딱 좋을 맛이라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파스타와 함께 한 판을 한꺼번에 혼자 다 먹을 기세다.
 
산뜻하게 곁들일 수 있는 샐러드도 몇 가지 있다. 치킨샐러드에는 튀기지 않고 담백하게 구워낸 케이준 치킨이 들어 있다. 프레시 모짜렐라 치즈와 발사믹 드레싱이 산뜻하게 느껴지는 카프레제 샐러드도 좋다.
 
식사를 한 뒤에는 매장 한쪽에 준비해 둔 원두커피를 마음껏 가져다 마실 수 있다. 남은 피자는 일행들이 나누어 가져갈 수도 있다. 데워 먹기에 편하도록 한 조각씩 개별 포장을 해주는 감각이 넘치는 곳이다. 가격대는 가볍지만 음식 맛은 결코 가볍지 않은 곳 케이쿠치나. 착한 가격, 착한 맛, 편안한 분위기 이대로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케이쿠치나/삼문동 34-1. 055-311-3852. 파스타 7천500~1만 500원, 피자 8천500~1만 2천500원, 샐러드 6천~8천 원, 라이스 8천500~1만 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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