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고기 납자루류와 번식 과정 의존
이동속도 느려 토사·오염물질에 취약

▲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귀이빨대칭이.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이던가. 생태계 조사를 위해 진영읍의 한 하천에서 물속 동물들을 채집하던 중 이전에 보지 못했던, 조가비(조개 껍데기)의 위쪽 앞뒤가 뿔처럼 뾰족하게 솟아오른 조개를 발견했다. 실험실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열심히 지도교수를 따라다니며 다양한 동물들을 채집하고 관찰했지만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녀석'이었다.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실험실로 돌아와 도감을 찾아보니, 신기하게 생긴 이 녀석은 '귀이빨대칭이'라는 조개의 유패(幼貝)였다.

이후 김해의 하천 여러 곳과 가까운 부산의 한 하천에서 귀이빨대칭이의 성패(成貝)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귀이빨대칭이는 전국적으로 우포늪을 포함한 낙동강 유역을 제외하면 충남 일부 지역과 울산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귀한 조개다. 아무 데서나 볼 수 없는 귀한 조개인 만큼 환경부에서는 귀이빨대칭이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해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급격하게 변화해 가는 환경 속에서 귀이빨대칭이가 살아가기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 조개는 유속이 느린 하천이나 호수의 진흙 바닥에 몸을 박고 서식한다. 이동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매립과 준설 등 하천에서 이뤄지는 토목공사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토사와 오염물질 유입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댐이나 배수펌프가 설치된 곳에서는 많은 비가 내린 후 물을 뺄 때 급격한 수위 변동 때문에 물 밖에 노출돼 폐사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귀이빨대칭이는 번식을 하는 방법 또한 생김새만큼이나 독특하다. 귀이빨대칭이와 그 친척뻘 되는 조개들은 조가비가 돌처럼 딱딱하다고 해서 석패류(石貝類)라고 불린다. 이들은 민물고기와 공생한다. 석패류와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민물고기인 납자루류는 번식기가 되면 암컷의 산란관이 길어진다. 석패류가 숨을 쉬고 먹이를 얻기 위해 조가비 밖으로 수관을 내 밀면 납자루류의 암컷이 긴 산란관을 넣고 알을 낳은 후 수컷이 방정한다. 이 때 석패류는 갈고리를 가진 유생(幼生)을 뿜어내 물고기의 몸에 부착시킨다.

이렇게 함으로써 납자루류의 알은 부화해 어린 물고기가 될 때까지 조개의 몸 속에서 지내며 천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반면 이동속도가 느린 석패류는 헤엄을 잘 치는 물고기의 몸에 유생을 부착시켜 일정 기간 기생생활을 한 후 떨어져 나오게 함으로써 먼 곳까지 분포 지역을 넓힐 수 있는 이득을 얻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와 같은 번식 방법이 이들에게 이득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베스와 같은 포식성 외래어종의 침입으로 납자루류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번식에 지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오랜 진화의 역사를 거치며 터득한 생존전략이 인간의 잘못 때문에 오히려 생존에 불리하게 변한 것이다.

귀이빨대칭이는 매우 큰 조개이지만 이것을 식용하거나 약용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생김새가 독특하기는 해도 관상용으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진주양식의 모패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고도 하지만 상업적 중요성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귀이빨대칭이는 이대로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도 상관없는 생물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상업적 가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생태적 중요성에 대해 말하기 전에 생명을 가진 존재들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칭하는 인간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생명윤리가 아닐까 한다. 

전대수 자연과사람들 책임연구원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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