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20여명 3년 전 부터 봉사활동
동상동·봉황동 등서 15차례 이사
차량·도구·식사 등 모두 직접 준비
"힘들지만 누군가에겐 필요한 일"

"큰 장롱이나 대형가전제품을 옮긴 날이면 팔과 어깨에 어김없이 파스가 붙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이웃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요. 이사한 집의 이삿짐 정리까지 끝내면 마치 내 집인 것처럼 뿌듯합니다."
 
작은 키에 마른 체형인 김해사랑봉사회 정순하(42·여) 회장이 봉사회를 소개하며 환하게 웃는다. 호리호리한 체구의 여성이 큰 이삿짐을 짊어진다니 입이 딱 벌어진다. 정 회장 곁에 있던 건장한 체구의 남자회원들도 혀를 내두르며 회장의 열정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정 회장을 중심으로 2003년 11월 창단한 김해사랑봉사회는 소외계층을 위해 이사, 집수리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단체다. 회원은 20여 명으로 40대 주부에서부터 60대 운전기사까지 연령과 직업이 다양하다. 창단은 10년을 넘었지만 실질적으로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라고 한다.
 

▲ 김해사랑봉사회 회원들이 이사봉사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회원들은 김해시자원봉사센터 소속의 각 봉사단체에서 10~20년간 봉사활동을 해온 사람들이이라고 한다. 각자 다른 봉사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이들이 김해사랑봉사회에 모이게 된 것은 새 집을 어렵사리 구해도 이사비용이 없어 발을 구르고 있던 김해지역의 독거노인들 때문이었다.
 
"이사를 가야 하는 독거노인들이 적지 않았지만 봉사단체 중에서 이사를 도와주는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소속 단체와는 관계없이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이사 봉사를 진행했죠. 그러다 결국 창단까지 하게 됐답니다." 정 회장이 김해사랑봉사회의 창단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김해사랑봉사회는 이사 봉사를 15차례 진행했다고 한다. 주로 김해 구시가지 지역인 동상동, 서상동, 봉황동 등지에서 활동을 많이 한다. 봉사에 나설 때마다 회원들은 각자 이사에 필요한 물건들을 직접 챙겨 간다. 화물차를 가지고 있는 회원은 1t 또는 3.5t 트럭을 몰고 간다.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이사에 필요한 각종 공구와 소모품을 가져 간다. 정 회장을 비롯한 여성회원들은 이사작업 중간에 먹을 밥과 반찬, 음료수 등을 준비한다. 이사를 해주면서 독거노인 등에게 100원짜리 동전 한 푼이라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단체 회원들의 철칙이다.
 
"김해향교 근처에는 1950~60년대에나 있을 법한 오래된 집들이 아직 많이 있습니다. 한 어르신의 집에는 바퀴벌레와 쥐가 너무 많아서 회원들이 기겁을 하기도 했어요. 위생상태 등 생활환경이 좋지 못한 집에 혼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이나 한부모가정의 어린이들을 볼 때면 가슴이 무척 아픕니다. 물 한 잔 얻어 먹지 말고 오히려 가지고 간 게 있으면 주고 오자는 게 우리 회원들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이종우(52) 총무의 말이다.
 
이 총무는 지난해부터 아들과 함께 이사봉사에 나서고 있다. 소외계층의 주거 환경을 개선해주는 일을 하면서 얼마나 넉넉하고 편한 삶을 살고 있는지 아들에게 깨닫게 해주고 싶어서란다.
 오영미(45·여) 회원도 자신의 봉사활동에 뿌듯해하며 소감을 털어놨다. "다른 봉사단체 회원들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많고 많은 봉사활동 중에 왜 하필이면 힘든 이사봉사냐고요. 우리는 김해 유일의 이사봉사 단체에요. 우리가 없으면 이사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겠지요. 힘이 들지만 그만큼 누군가에겐 절실한 일이기 때문에 더 큰 보람을 느낀답니다."
 
올해 들어 김해사랑봉사회원들은 단체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3년 넘게 이사 봉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김해에 이사 봉사를 하는 단체가 있는 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기사에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꼭 넣어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좋지 못한 거주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이사를 하겠다고 연락 오는 곳은 많지 않아요. 우리 단체의 홍보가 부족한 탓이겠지요. 더불어 갈수록 소외계층 주민들이 새 집 구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네요. 뜻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인다면 소외계층을 위해 새집을 지어주는 봉사활동도 해보고 싶습니다." 문의/김해사랑봉사회 정순하 회장(010-6409-3991).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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