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민주 김해문인협회 회장·인제대 행정실장
김해에 터를 잡고 살아오는 동안 강산이 세 번 변했다. 살면서 김해의 공간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참 좋은 곳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김해는 김수로왕이 세운 가락국의 도읍지로 우리나라의 도읍지인 서울과 지형적으로 닮은 점이 많았다. 풍수에서 길지(吉地)의 중요한 요소가 첫째는 산이고, 둘째는 물, 셋째는 방위이다. 이 세 요소의 배치와 형상 및 조합에 따라 길지가 가려진다고 하는데 김해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조합이 잘 이루어져 있었다.
 
먼저 산을 두고 보면 좋은 길지는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 남주작(南朱雀), 북현무(北玄武)로 둘러싸인 안쪽을 말함이다. 서울은 경복궁을 중심으로 좌청룡은 낙산, 우백호는 인왕산, 북현무는 북악산, 남주작은 남산으로 볼 수가 있겠다. 여기에 비추어 김해는 수로왕릉을 중심으로 좌청룡은 고조산(顧祖山)으로 볼 수 있겠다.
 
고조산은 좌청룡격인 분성산 줄기가 내려오다 활천고개를 넘어서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곳이다. 김해 시내를 조상 보듯 돌아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김해중앙여자고등학교 뒤에 돌올하게 솟은 산으로 시민들은 남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지역에서 오래 산 어른의 말에 의하면 남산은 지금 시청이 들어선 자리 주변이고 그 위쪽이 고조산이라고 했다. 풍수지리에서는 이처럼 산의 지맥이 삥 돌아서 본산(本山)과 서로 마주하는 것을 회룡고조(回龍顧祖)라 한다. 고조산, 정감 가는 이름이라 기억하길 청한다.
 
우백호에 해당하는 산은 임호산, 남주작에 해당하는 산은 봉황대, 북현무에 해당하는 산은 구지봉으로 볼 수가 있겠다.
 
청룡, 주작(봉황), 백호, 현무(거북)는 우주의 질서를 지키는 동서남북의 수호신으로 김해를 둘러싸고 있는 산의 이름에 다 녹아들어 있다.
 
고조산은 과거 산불이 자주 일어났는데, 이의 원인으로는 임호산의 기(氣)가 세어 기에 눌려 산불이 일어난다고 보았다. 이를 다스리기 위해 임호산의 형세에서 호랑이 입에 해당하는 곳에 재갈을 물린다는 의미로 흥부암을 세웠다고 한다. 서울도 마찬가지로 인왕산의 기가 세어 낙산에서 불이 자주 났다고 한다.
 
다음으로 물을 두고 보면 서울은 한강과 청계천, 김해는 낙동강과 해반천이 도심을 흐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방위는 서울은 진산인 북한산을 뒤로하고 김해는 진산인 무척산을 뒤로하여 따뜻한 남향으로 열려있어 여러 가지로 서울과 김해는 지형지로서 닮은꼴이다. 나아가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가락국의 도읍인 김해는 조선의 도읍인 서울보다 무려 일천 년 이상 앞서 유래했다.
 
서울보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김해의 주변에는 아름다운 자연 마을이 많이 생겨났다. <김해뉴스>는 자연 마을을 무려 100여 곳을 발로 뛰어 소개하여 주거 문화와 그 밖에 많은 지혜를 전달해주었다. 선조들은 풍수지리의 모든 여건을 고려하여 마을을 형성하였으며 개발을 피해 지금까지 남아있는 마을은 김해의 원형질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인간 생활에서 필요한 삼대 요소는 의(衣), 식(食), 주(住)다. 그중에서 예나 지금이나 주에 큰 가치를 두는 사람이 많다. 그런 면에서 신도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내 집을 가졌다는 한가지의 꿈은 이룬 사람들이다.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우리는 아파트의 공간이 우주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주거문제를 아파트로 풀고자 하므로 금수강산 여기저기에 수직의 아파트를 짓느라고 분주하다.
 
김해에도 동서쪽에는 이미 많은 아파트가 들어섰고 남쪽에는 일부 고층아파트가 들어섰으며 또 짓고 있다. 지난날 김해 들판에 나가 도심을 바라보면 시가지가 아늑하게 다가왔는데 이젠 이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없어 안타깝다. 북쪽에도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또 지으려고 한다. 아파트를 짓는 것은 나무랄 수 없다. 하지만 아파트를 짓는 모든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기에 앞서 입지적으로 집을 지어 마땅한가를 고려해주었으면 좋겠다.
 
가락국의 도읍지 '찬란한 김해'의 공간입지에 맞지 않는 아파트는 흉물이 될 게 불 보듯 빤함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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